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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청계천 같은 거 하나 만들까요?"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달 15일 마포구청에서 열린 한 특강에서 "청계천 같은 큰 랜드마크보다는 시민들의 삶을 알뜰하게 챙기고 꼼꼼하게 살피는 그런 시장으로 남고 싶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 서울대학교에서 가진 강연에서도 "서울은 이미 많은 것을 갖춘 도시인데도 전임 시장님들이 인공적으로 큰 것을 하려했다"며 막대한 예산이 필요한 토건중심의 과거 정책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박 시장은 취임 후 줄곧 '아무것도 하지 않은 시장'으로 남고 싶다며 전임 시장들의 치적쌓기 식 사업과는 거리를 둬왔다.
◇무상급식, 반값등록금, 비정규직 정규직화 등 3대 핵심 공약 이행
2011년 10월 27일 취임한 박 시장은 '친환경 무상급식 예산 지출' 서류에 서명하는 것으로 시장 업무를 시작했다.
서울시는 현재 초등학생과 중학교 1학년생까지 무상급식을 지원하고 있으며, 이를 중학교 2학년까지 확대하기 위해 1322억을 2013년도 예산으로 배정했다.
친환경 급식 확대를 위한 민관 거버넌스 기구인 '광역친환경급식통합지원센터'도 지난해 개소, 올해 본격 운영한다.
박 시장은 공약대로 서울시립대 반값등록금을 실현했다. 서울시립대 한 학기 등록금을 100만원대로 줄이면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박 시장은 시립대 반값등록금 도입에 대해 "예산의 문제가 아니라 의지의 문제"라며 "정부가 의지만 보인다면 등록금 제로화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올해 시립대 반값등록금 지원 예산은 149억원이 배정됐다.
박 시장이 직접 가장 큰 '혁신'으로 꼽은 시 산하기관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도 대표적인 성과다.
시는 지난해 5월부터 서울메트로와 시설공단 등 시 산하 비정규직 종사자 2916명 중 상시·지속업무에 종사하는 1054명을 정규직(무기계약직)으로 전환했다.
국공립 어린이집도 확대했다. 시는 지난해 108개의 국공립어린이집을 확보했으며 2014년까지 '동별 국공립어린이집 최소 2개소'를 목표로 올해와 내년 각각 100개소를 추가 확충할 계획이다.
운영이 어려운 민간어린이집을 매입하거나 일반건물을 사들여 리모델링하는 방식으로 전개될 이 사업에는 690억원의 예산이 편성됐다.
◇국공립어린이집 확충은 '순항', 무상보육은 '중단 위기'
국공립어린이집 확충에는 공을 들인 반면, 무상보육 실시와 관련해서는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시는 무상보육비의 국고보조율을 상향조정해 지방의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추가 지원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시는 최근 이례적으로 브리핑까지 열고 0~5세 영유아 무상보육(양육수당+보육료) 지원 사업이 8월까지만 운영가능하다며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촉구했다.
정효성 시 기획조정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6월에 국회에서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는 상정하지 않겠다"고 밝히는 등 강경한 입장을 드러내기도 했다.
◇국내 최초 '서울시민 복지기준' 마련…UN 공공행정상 수상
올해 서울시 복지정책의 가장 큰 성과는 '서울시민 복지기준'이다.
서울시민 복지기준은 최근 유엔 경제사회처 공공행정발전국이 선정한 '2013년 유엔공공행정상'을 수상했다.
국내 자치단체 중 도시 차원의 복지가이드라인이 도입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의 물가와 소득수준 등에 맞춰 설정한 '서울시민 복지기준'은 소득, 주거, 돌봄, 건강, 교육 등 총 5개 영역별 '최저기준'과 '적정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소득 분야의 경우 소득이 최저생계비보다 적은데도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해 보호를 받지 못하는 19만명에게 수급자의 절반에 해당하는 생계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문제는 돈이다.
서울시민복지기준 실현을 위해 시는 올해 88개 사업에 1조 6210억원을 투자해야 한다. 시 교육청 재정까지 포함하면 그 규모는 2조7370억원에 달한다.
2014년 복지예산 규모(시 교육청 포함)는 3조8000억원, 2018년에는 4조4000억원으로 대폭 증가할 전망이다.
박원순 시장도 이를 의식해서인지 "예산이 핵심이다. 물론 서울시 재정사항이 좋지 않다. 그럼에도 시민 삶에 꼭 필요한 건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공식폐업하며 공공의료에 대한 사회적 논쟁을 불러온 진주의료원에 대해 박 시장은 공공의료는 적자가 불가피한 사업이므로 폐업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시는 지난해 공공의료 마스터플랜 '건강서울 36.5'를 발표, 보호자 없이도 시가 간병을 책임지는 '보호자 없는 병원'을 도입했다.
박 시장은 "경제적 어려움으로 치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를 돌볼 책임은 공공에 있다"며 "서울시를 공공의료를 대표할 수 있는 모델 도시로 만들겠다"고 말한 바 있다.
시는 올해 공공보건 및 시민건강 수준 향상에 관한 예산으로 2953억원을 편성했다.
◇공공임대주택 8만호 공급과 뉴타운 출구전략…사람 중심 개발
공공임대주택 8만호 공급과 뉴타운 출구전략으로 대표되는 박원순의 주택정책은 '사람 중심 서울'을 위한 박 시장의 의중이 담겨 있다.
한강르네상스와 디자인서울을 기반으로 뉴타운 개발 등을 주도한 오세훈 전 시장과는 180도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박 시장은 뉴타운 출구전략을 실시하고 한강변 가이드라인 마련하는 등 오 전 시장과의 차별화를 추구하는 동시에 세종로 차없는 거리 조성, 한양도성 복원 등 사람 중심의 인간 친화적 도시 복원에 집중하고 있다.
한강르네상스의 상징적인 건물인 '세빛둥둥섬' 은 시 감사결과 수천억원의 혈세를 낭비한 것으로 조사돼 관련 공무원에게 중징계가 내려졌다.
한강변에 초고층아파트를 짓겠다는 오 전 시장의 계획은 한강변가이드라인으로 브레이크가 걸렸다.
박 시장은 한강변가이드라인을 통해 한강 주변은 물론 서울 전역의 건축물 최고 높이가 스카이라인 관리원칙을 적용받게 했다.
이와 함께 오 전 시장이 한강르네상스의 일환으로 용산역세권개발사업으로 편입된 서부이촌동은 사업부도로 현재 초토화된 상태다.
오 전 시장이 야심차게 추진했던 뉴타운의 경우도 박 시장의 출구전략으로 동력을 잃게 됐다.
서울시는 지난해 1월 뉴타운·재개발 수습대책 발표 이후 사업시행인가 이전 단계에 있는 571개 구역 중 47%에 해당하는 268개 구역에 대한 실태조사를 추진했다. 그 결과 71개 구역에서 사업추진 해제가, 128개 구역은 사업 추진구역으로 결정됐다.
대표적인 미분양 지역인 은평뉴타운은 박 시장의 강한 해결 의지와 특별판촉 덕으로 100% 분양됐다.
박 시장은 은평뉴타운에 현장시장실을 운영했으며, 추가할인과 일시납 잔금유예 분양, 할부납 분양, 분양조건부 전세 조건 등 분양 촉진 정책을 내걸었다. 일단 살아보고 분양을 결정하는 분양조건부 전세도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시가 신분당선과 지하철 6호선을 연장해 은평뉴타운을 관통시키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는 것도 은평뉴타운 분양에 큰 호재로 작용했다.
시와 SH공사에 따르면 박 시장 취임 이후인 2011년 12월 말부터 올 3월까지 15개월 동안 7796호의 임대주택이 추가로 공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박 시장의 임대주택 '8만호+α 계획' 공약은 오 전 시장 시절 계획된 임대주택 6만호 건설 계획에 2만호를 추가로 공급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서울시장 재선 의지를 밝힌 박 시장에겐 주요한 정책성과로 남아 향후 유권자들의 평가를 받을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박 시장은 "금년 2월 말 기준으로 보면 약 4만7000호 정도를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했다"며 "올해 말까지 2만5000호를 공급해 전체 8만호의 90%를 공급 완료한다는 계획을 세웠다"고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이렇게 되면 경기침체 등의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박 시장이 약속했던 '공공임대주택 8만호' 목표를 올해 안에 90% 달성하게 된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임대주택 확대와 부채 감축 동시에 가능할까
그러나 박 시장이 내건 임대주택 8만호 공급과 부채 7조원 감축은 여건상 함께 달성하기 어려운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라 제기됐다.
최근 김용석 서울시의회 의원(새누리·서초4)은 "임대주택 8만호 건립과 부채 7조원 감축이라는 박원순 시장의 공약은 병립이 어렵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지적에는 SH공사 부채만 18조3351억에 달하는 현 상황에서 임대주택 공급과 채무 감축을 동시에 달성하기는 불가능하다는 분석이 깔려있다.
서울시 채무는 5월 기준 약 18조9000억원으로 박 시장 취임 대비 1조원 가량 줄었다.
시 재정담당관은 "부채는 9000억원 늘었지만, 실제 이자를 내며 갚아야 하는 채무는 박원순 시장 취임 전 대비 1조원 가량 감축했다"고 밝혔다.
시에 따르면 SH공사는 은평·마곡 등 택지를 매각해 5월 기준 8000억원의 채무를 감축했다.
◇응답하는 서울시, 다 공개하는 '누드 프로젝트'
박원순 서울시장의 또 다른 브랜드는 투명한 정보공개와 SNS행정,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청책토론회와 현장시장실 운영이다.
박 시장은 "SNS 행정이 세계 최초로 이루어지고 있다"며 "지난 6개월간 1만4000여건의 의견을 받아 98%의 민원을 해결했다"고 자평했다.
시에 따르면 요청하지 않아도 정보를 공개·공유하는 '누드 프로젝트'를 실시, 현재 5765건의 시정 정보를 공개했다.
박 시장은 "제가 직접 다 못 보는 트위터와 페이스북 글은 서울 소셜미디어센터에서 다 보고 답을 단다"며 "서울시민의 작은 의견 하나도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취임 이후 시민들의 의견을 직접 듣는 '청책토론회'를 46차례 개최했다.
사회복지 공무원의 자살이 잇따르자 사회복지담당 공무원들의 고충을 듣고 제도개선을 제안 받는 청책토론회를 지난 4월 개최했으며, 그 결과를 수렴해 개선대책을 내놨다.
최근 '갑'의 횡포 논란이 사회문제로 떠오르자 '여성 감정노동자 근무환경 개선' 청책토론회를 열기도 했다.
지역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하는 '현장시장실'도 박원순 표 행정의 상징이 됐다.
박 시장은 은평뉴타운과 강서·양천, 구로·금천·G밸리, 마곡지구 등을 찾아 현장시장실을 운영했다.
은평뉴타운 현장시장실 운영 이후 이 일대 미분양 615가구가 100% 완료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시는 내달부터 매주 금요일 오후 직원 절반가량을 현장에 보내는 '현장 활동의 날'로 운영한다.
이는 자칫 탁상행정에만 그칠 수 있는 서울시 행정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것과 동시에 현장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 정책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마을공동체 사업 비판 잇따라…관(官)주도 한계 지적
반면, 박 시장이 줄곧 강조해온 '마을공동체' 사업은 이벤트성 행정으로 흐르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관(官) 주도로 예산을 지원하는 방식이다보니 이미 자생적으로 마을공동체를 만들어 실천하고 있는 곳에 갈등을 유발한다는 지적과 예산을 타내기 위한 인위적 사업이 될 수 있다는 등의 비판이 적지 않다.
서울시의회 이지현 의원(교육위·새누리)은 "마을공동체 사업 문제점이 상당한데 이대로 간다면 전면 재검토하거나 중단해야한다"며 "마을공동체 사업이 엉터리로 운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천시와 갈등을 빚고 있는 수도권매립지 문제와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무산 피해자인 서부이촌동 주민 대책도 박원순 서울시장이 풀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시장님 꼭 재선 성공하셔서 더 많은 일 해주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