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민정수석의 주도로 검찰권력을 줄이고 그 힘을 경찰에게 상당부분을 넘겨주려는 법안에 저는 많은 의문이 듭니다.
1. 검찰의 과거 정치적 수사행태는 과연 검찰의 잘못인가?
검찰이 수구정부 당시 민주개혁세력에 대한 정치적 수사들 때문에, 조국 민정수석의 주도로 추진하는 경찰권 강화는 '개혁'적인 제도로 인식하는 것은 어쩌면 인지상정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좀 더 합리적으로 검찰의 정치성에 대해 판단해 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먼저 수구정부가 정권을 잡게 되면 민주개혁세력에 대한 탄압의 충견으로 검찰이 활동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김대중 정부 이후 민주세력이 정권을 잡게 된 경우는 그 반대로 수구적폐를 청산하는 일에 앞장선 것도 사실입니다.
김대중 정부시절 뿐만 아니라 최근의 윤석열 중부지검장이 앞장서서 삼성 등의 과거 적폐청산에 계속적인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이 그 예입니다.
그렇다면 결국 정치검찰이라는 오명은 검찰 그 자체의 문제라기 보다는 '정권을 누가 잡았는가?'의 문제라고 봐야 합니다. 민주세력이 정권을 잡아서 검찰의 칼을 잘 활용하면 과거의 적폐청산에 큰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2. 경찰은 검찰보다 깨끗한가?
조국 민정수석은 교수출신이고 민정수석 이전에 단 한 번의 행정경험도 없던 사람이기 때문에 현실을 책으로만 이해했던 사람이고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이 현실과 동떨어진 것일 수 있다는 인식을 스스로 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습니다.
교수란 직업 자체가 한 가지 분야만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다보니 다른 분야와 충돌하는 지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매우 많습니다. 교수들 중에 자신의 의견만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여기는 사람을 많이 보게 되는데 그런 '독선'의 위험이 있는 직업입니다.
조국은 더구나 미국 유학파인데 미국의 경찰제도를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지점으로 여기고 있는 것 같습니다. 경찰력을 미국처럼 강화시켜서 정치적 사건도 경찰이 주도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인데 과연 검찰보다 더하면 더했지 경찰이 중립적으로 정치적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 지 매우 의심스럽습니다.
더구나 미국의 경찰은 흑인 등의 약자에 대해 무자비한 총격을 가하는 등 매우 폭력적인 성향을 드러내고 있는데, 미국의 경찰은 우리나라와 같이 검찰의 통제를 거의 받지 않기 때문에 자신들의 힘을 약자에게 매우 자유롭게 난사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합니다.
그래서 경찰이 지금보다 더 강력한 힘을 가지게 되면 우리나라도 힘이 없는 약자들에게 더 강력한 폭력이 행사될 가능성이 높은 것입니다.
3. 과거청산에 관련된 수사를 경찰이 할 수 있는가?
세월호나 천안함 같은 사건에 대해 경찰이 검찰보다 더 중립적으로 자유롭게 수사를 할 수 있을 지 저는 매우 절망적으로 봅니다. 오히려 경찰은 세월호 사건에서 보듯이 범죄혐의자일 수도 있는 조작의 의심을 받고 있으며 세월호나 최근의 버닝썬 사건 등에서 범죄자들과의 강한 유착의 의혹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자들에게 더 큰 힘을 실어준다?
문재인, 조국이 제 정신인지 의심이 될 정도로 저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경찰은 일제시대 때나 해방 후 군사독재 시절 고문과 살해 등의 엄청난 반인권적 범죄를 저지른 전과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집단에게 별다른 통제권 없이 강력한 권한을 준다면 우리나라 중하위 계층의 시민들은 미국의 흑인들이 겪는 차별과 폭력을 경험하게 될 것으로 봅니다.
검찰은 행정부 소속이고 그 행정부를 누가 장악하느냐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는 집단임을 인정한다면, 우선은 민주개혁 세력이 정권을 잡으면 그 자체가 이미 검찰개혁이 되는 것이며, 수구세력이 정권을 잡는 경우에도 그 검찰력이 민주세력에 대한 탄압에 사용될 우려를 제거할 수 있는 것에 만족해야 한다고 봅니다.
자신들의 휘하에 있는 검찰력을 이용해서 세월호 등의 사건수사에 매진하도록 하는 것 자체가 개혁이지, 피해의식에만 의존하여 자신들의 소속하의 검찰의 힘을 완전히 제거하는데에만 힘을 쓴다면 이번 정부뿐만 아니라 다음 정부 이후로도 세월호 진실규명과 같은 수사는 영원히 할 수 없을 것으로 봅니다. 그것에 더해 수구가 집권하면 그 경찰이 이전보다 더 강력한 힘으로 반민주적 행위를 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