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의료원에서 비정규 직원으로 근무하던 A씨는 지난주 소속 용역업체로부터 “일을 잠시 쉬어 달라”는 통보를 받았다. 지난 6일 국립중앙의료원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거점병원으로 지정되면서 A씨 같은 용역직원은 할 일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거점병원 지정 이후 원래 국립중앙의료원에 입원해 있던 환자들은 다른 병원으로 옮기거나 퇴원 절차를 밟았다. 일반 환자들은 빠지고 메르스 환자만 남은 상황에서 간호조무사나 환자이송원, 병원 미화원 등 비정규 직원이 맡아오던 업무 자체가 대폭 줄어들었다. 메르스 환자를 받기 위한 음압병실 설치 등이 이들에게 주어진 마지막 일이었다.
A씨는 통보를 받은 뒤 사직서를 썼다. 메르스 사태로 뜻하지 않게 ‘밥벌이’를 잃게 됐다. 용역업체 측은 사태가 정상화되면 다시 일자리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무급휴가를 받아 복귀를 기다리기에는 기약이 없었다. 메르스 사태가 언제 해결될지 알 수도 없을뿐더러 늘어만 가는 확진환자 숫자를 보고 있자니 숨이 턱 막혔다고 한다. 메르스 바이러스에 노출된 격리대상자도 아닌 탓에 정부에서 지원하는 생계보조금을 기대할 수도 없었다. 사직서를 쓰고 실업급여라도 받는 게 사실상 유일한 대안이었다.
용역업체 관계자는 17일 “소속돼 근무하던 30여명 가운데 필요인력인 10명 안팎을 제외한 대부분이 A씨처럼 사직서를 썼다”며 “3, 4명은 무급휴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사태가 정상화될 때까지 일할 수 없는 분들이 차라리 실업급여라도 받을 수 있게 조치해 달라고 해 이를 받아들인 것”이라며 “메르스 사태가 마무리되면 전원 복직하기로 국립중앙의료원과 협의가 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언제 일터로 복귀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는 “2~3개월 정도로 예상은 하고 있지만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난데없이 일자리를 잃게 된 비정규 직원들은 하루라도 빨리 다른 일거리를 구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런데 이마저도 쉽지는 않다. A씨는 “메르스 환자에 노출된 적이 없는데도 메르스 거점 병원에서 근무했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병원에서 채용을 꺼리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다른 병원에서 근무하기로 결정된 직원들조차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일을 그만둔 뒤 2주(메르스 바이러스 잠복기) 동안 출근하지 못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