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어준이 빨갱이 사냥하듯 사용하는 '작전세력'에 둔감한 인간들이, 이동형이 퍼트린 '똥파리'라는 멸칭을 쓰고, 그런 인간들과 어울리는 더불어민주당, 그리고 그 당원과 지지자들이 나경원의 '달창'이라는 표현에 짐짓 근엄하게 나무라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굉장히 낯설다.
이 사람들이 언제부터 인권감수성이 이렇게 뛰어났는지 굉장히 놀라웠다. 한국의 사이비 보수세력이 비판자들을 공동체에서 분리하기 위해 만든 '빨갱이', '종북좌파' 타령에 버금가는 김어준의 반민주주의적인 '작전세력' 타령에 동조하고, 묵인하고, 그런 김어준이 가진 영향력 아래 머리를 조아리는 인간들한테는 인권감수성이란게 없는 줄 알았는데 말이다.
김어준의 '작전세력'이 얼마나 반민주주의적인지 잘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굳이 설명을 간단하게 하고 본론으로 가고자 한다.
'작전세력설'은 이재명 경기도지사에 대한 비판자들을 말살시키기 위한 음모론이다. 내용인즉슨 '보수진영의 최종 목표는 이재명 지사가 아니라 문재인 정부의 실패'라는 게 핵심이다. '보수세력과 작전세력이 이재명 지사를 절대악으로 만드는 데 상당 수준 성공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김어준은 음모론의 대가다. 인간이 할 수 있는 추론을 그럴싸하게 이야기로 만들어내는 재주로 현재의 자리까지 오른 인물이다. 그런 음모론의 대가답게 이재명에 대한 비판도 그 배후에 '보수세력과 작전세력'이 있다고 떠들었다.
하지만 이재명에 대한 비판은 민주당 지지 세력 내부에서 나온 것이다. 결국 김어준의 음모론에 따르면 '작전세력'이 민주당에 침투해서 이재명을 절대악으로 만들어 분열을 부추기고 문재인 정부의 실패를 조장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게 빨갱이 타령, 종북좌파 타령과 다른 점은 진영이 다르다는 걸 제외하면 없다. 자유한국당의 빨갱이 타령에 분노하는 자들이 김어준의 작전세력 타령에 침묵하는 모습을 보면서 보편적이어야 할 민주주의 원칙조차 더러운 진영논리에 따라 달라진다는 걸 목격하고 충격을 받았다.
김어준의 작전세력설에 비하면 이동형의 '똥파리'는 애교 수준이다. 이 마저도 인간 혐오를 바탕에 둔 반인권적인 행태이지만 말이다.
이런 김어준이 노무현 대통령 10주기 추모 행사 진행자로 섭외됐다. 5월 18일 유시민과 함께 어떤 망발을 뱉어낼지 아주 기대된다. 노무현 대통령 생전에 수구좌파들의 논리로 대통령을 힘들게 했던, 지지율 이탈에 큰 공헌을 했던 김어준이 지난 10년간 노무현 대통령을 팔아 제 잇속을 실컷 차린건 본인 능력이라고 치겠지만, 그런 김어준을 굳이 진행자로 섭외한 노무현재단은 당장 해체해도 모자랄 지경이다. 하물며 민주주의 일반 원칙을 뭉개는 음모론을 광범위하게 유포시키고 비판세력을 말살하려는 자가 감히 민주주의자였던 노무현 대통령 추모 행사를 진행한다는 건 굉장히 모욕적이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달창'이라는 표현을 써서 비판을 받고 있다. 이 표현은 지난 9일 있었던 문재인 대통령 취임 2주년 기념 KBS 대담에서 송현정 기자의 무례한 태도를 비판한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을 향한 발언이다.
김어준한테 머리를 조아리고, 원팀을 강조하던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물론이고 그 당원과 지지자들이 나경원을 비판하는 모습은 생경하기까지 했다. 놀라웠다. 그들도 김어준의 작전세력, 이동형의 똥파리에 동조하고 묵인한 사람들이라서 더욱 그렇다.
'극렬 문빠' 프레임으로 비판세력의 입에 재갈을 물리고, 민주당에서 쫓아내려했던 자들이 왜 갑자기 나경원의 '달창' 발언에는 비판의 목소리를 낼까? 민주당 내부에서 비판세력한테 작전세력, 똥파리라 혐오하는 건 괜찮고, 나경원이 달창이라 혐오하는 건 안된다는 걸까?
따지고보면 실제로 '달창' 소리를 듣는 사람도 KBS 대담에 분노한 한줌 시민들에 불과하다. 내가 아는 노사모니 시민광장이니 하는 사람들은 송현정 기자에 대한 항의가 지나치다는 식으로, 더 나아가 KBS와 송기자에 대한 비판이 문재인 대통령한테 도움이 안된다는 식으로 말하는 걸 목격했다. 그렇다면 적어도 이런 사람들은 나경원이 달창이라고 비하한 대통령 지지자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나경원의 발언 대상은 '작전세력', '똥파리', '극렬문빠'에 국한된다고 말할 수 있다.
'달창'이라는 표현에 대해서도 일러둘 게 있다. 이 표현은 극우 사이트 일베에서 처음 사용됐는지 여부는 정확하지 않다. 하지만 이 표현을 가장 많이 사용한 집단은 다름 아닌 이재명 지지자들이었다. 지난 2017년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 당시 이재명 지지자들이 여성 커뮤니티에서 문재인 후보 지지자들을 비하하면서 광범위하게 사용했던 표현이다.
당시 문재인 대선 캠프에서 광범위하게 자료를 수집했지만 그 수준의 저열함 때문에 차마 공개하지 않은 내용이기도 하다. 문슬람, 문베충은 달창과 셋트로 등장한 표현이고, 역시 이재명 지지자들이 여성 커뮤니티를 공격하면서 광범위하게 사용했다.
이번 나경원의 달창 발언으로 인해 이재명 지지자들은 졸지에 극우 일베가 되어버린 셈이다. 다들 달창이 일베에서 비롯됐다고 말하고 있으니 말이다.
근본적인 질문은 이것이다. 작전세력, 똥파리, 달창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는가? 인권과 민주주의에도 수치로 객관화할 수 있는 그 무엇이 존재하는가?
김어준과 이동형과 나경원은 어떤 차이가 있는가?
나경원은 기자들에게 문자로 사과라도 했다. 김어준, 이동형 같은 인간들은 아직도 나경원짓을 하고 다닌다. 거기에 동조하고 침묵하는 인간들이 나경원을 욕하는 모습은 코미디 그 이상을 보여주고 있다.
Tag #김어준 #나경원 #이동형 #일베 #달창 #문슬람 #문베충
p.s 이런 거 퍼오는 거 저들한테 관심주는 거 하지 말라는 분들도 계시지만 노무현 대통령 때 서프라이즈에서 그 난동을 피우고 있을 때 그렇게 관심끊은 우리가 있어서 지금 저 사람들이 날뛸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겁니다. 그때 우리가 똑똑히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저렇게 앞다르고 뒤다른 짓 못했을 겁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도 기억하자는 의미로 또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