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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동안 당신의 곁에 있으면서 당신을 잊고 살았어요.
무뎌있었죠. 가끔 걸어가며 귤도 까먹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서로 바라만 보는것도 좋은 당신이었는데 저는 너무 잊고 살았네요.
당신이 내게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이제야 이해가 돼요. 그 속에 슬픔을 숨겨둔 것도, 다른 마음을 감춰둔 것도.
너무 늦은건 아닐까 싶어요. 다시 붙잡고 말하고 싶죠, 미안하다고. 하지만 이제야 이게 무슨 소용일까 싶네요.
너무 멀리 돌아왔고, 너무 사소한 거였는 걸요.
지금쯤 당신은 새벽이겠네요, 잠을 자고있을 진 모르겠어요.
당신은 언제나, 당신의 마음을 고이고이 모아 종이에 써내려가기도 하고, 밤하늘에 펼쳐놓고 하루를, 일년을 되새기기도 하니까요.
당신에게 미안하단 말을 하진 못하지만 미안한 마음을 이렇게 써요. 부치지 못할 편지를요.
아마도, 고이 접어 서랍 깊은 곳에 넣어두겠죠.
다시는 꺼내보질 않다가 문득, 내가 당신을 잊을 즈음 집정리를 하다가 우연히 발견할 지도 몰라요.
그제서야 다시 보고 당신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지, 혼자서 생각하겠죠.
잠깐 생각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거나, 아니면 오래오래 그 때 속으로 잠길지도 몰라요.
그런데요, 정말
당신이 보고싶네요.
미안했어요.
출처 | 바보같고 어리석은 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