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술을 못마신다. 나는 담배를 안핀다. 나는 게임을, 롤을 안한다. 나는 구기종목을 못한다. 나는 타인이 어렵다.
나는 취미생활도 없다. 여가시간에 뭐하냐건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목적없이 집근처를 걸어 다니거나 오유에서 다른 세상을 엿보는 정도?
나는 할 얘기가 없다. 보통은 침묵으로 채워지거나 억지로 끼워넣은 가식뿐이다. 불편해지고 어색하게 느낀 이들은 나에게서 멀어진다.
나는 친구도 없다. 무리에서 나는 항상 겉돈다. 리액션도 신경써서 하고 진심으로 웃으려 노력하지만 그들과 나 사이에는 공감대가 없다. 나 혼자만 남들과 약간 다른 세상 속에 사는 느낌이다. 미묘하게 의사소통이 어긋나는 징그러운 느낌. 타인들 속에서 나는 뼈저리게 고독하고, 다시 혼자가 된다.
차라리 생판 처음 보는 낯선 사람이 편하지. 만남이 잦아지는 낯익은 사람들과의 관계는 깊어질수록 그들은 나 자신을 더 요구하게 되고 더 드러내고 보여줘야 된다는 강박속에서 두려움과 수치심에 자신을 더욱 숨기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