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프타르 세력의 군사 공격에 반대한다' 불과 2주 전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리비아의 군벌 하프타르에 대해 보인 태도는 이렇습니다. 미국은 유엔이 인정하는 합법 정부인 리비아 통합 정부를 지지한다는 거죠. 당연한 것이, 원자로를 폐기하는 대가로 경제제재 해제, 테러 지원국 삭제, 그리고 체제 안정을 보장했던 카다피와의 약속을 깨고, 뒤통수를 치는 미국의 배신으로 탄생한 게 지금 리비아 정부입니다.
그런데 미국은 지난 주말 갑자기 군벌 하프타르를 지지해 버립니다. 트럼프와 하프타르 전화 통화 후에 '비전을 공유했다'며 백악관 특별 성명을 내죠. 그리고 하프타르는 그 직후 리비아 수도를 공습해 버립니다. 카다피를 버리고 자기들이 만들어내다시피 한 정부를 또 한번 버린 겁니다.
왜? 석유 때문에.
다른 한편에선 바로 전임 오바마 대통령이 했던 이란과의 핵 협정을, 국제 원자력 기구 조차 아무 문제 없다는데 또 깨버리고, 이란의 정규군을, 다른 나라의 멀쩡한 정규군을 역사상 최초로 테러단체로 지정하죠. 정작 진짜 테러단체나 다름없는 리비아 군벌은 지지하면서.
이런 절대 깡패 미국과 고집불통 북한을 한 테이블에 앉게 만들고, 뿌리 깊은 상호 불신을 넘어서 결국 비핵화를 이뤄서 한반도 운명을 바꿔 보겠다는 게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이죠. 게다가 이웃 일본은 어떻게든 그 테이블을 엎어보겠다고 모든 노력을 다 하고 있고. 이 과정이 쉬울 리가 없습니다.
지난 주말 국제사회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 사이, 광화문에서는 '문재인 빨갱이' 외침이 있었죠.
그 소리를 들으면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참 좋겠다. 세상이 단순해서
김어준 생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