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밤 < 오마이뉴스 > 취재진이 찾아간 서울 신당동의 한 상가건물 앞. 지하 유흥주점의 화려한 간판이 눈길을 끕니다. '도우미 30명 대기' '시설은 룸살롱, 가격은 노래방'이라는 문구가 반복적으로 흘러갑니다.
노래를 부르며 도우미의 술접대를 받을 수 있는 이 유흥주점이 있는 건물의 주인은 지난해 1월 매각 전까지 나경원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였습니다.
나 후보는 한나라당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로 등록된 상태인 2004년 4월 12일에 남편과 공동명의로 지하 1층, 지상 3층짜리 이 건물을 17억 원 정도에 샀고 지난해 30억 원에 팔면서 13억 원 정도의 시세 차익을 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나 후보는 이 건물 입주 점포 5곳으로부터 월세 990만 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고, 인근 부동산중개업자는 나 후보가 유흥주점에서만 월 200만 원 이상의 임대료를 챙겼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나 후보가 가지고 있을 당시에는 보증금이) 5천만 원에 월 200만 원 정도 했을 거 같은데요. 현재는 보증금 5천만 원에 월세가 238만원 정도 하죠." - 인근 부동산중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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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가 2004년 4월 12일에 남편과 공동명의로 매입했다가 2010년 1월에 매각한 상가 건물. 지하 1층에 유흥주점이 있다.
ⓒ 박정호
지난 2007년 이명박 대선 후보가 소유했던 서초동 빌딩 지하 유흥업소의 성매매 의혹 논란이 벌어졌을 때 대변인이었던 나 후보는 "법적으로 보장된 임차인의 권리를 침해할 수 없어서 대신 적법한 영업활동을 해줄 것을 여러 번 부탁했다"고 해명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나 후보 역시 이명박 대통령의 후보자 시절에 불거졌던 것과 유사한 사건으로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이번에 < 오마이뉴스 > 가 관할구청에 확인한 결과, 해당 유흥업소가 미성년자 고용이나 성매매로 적발된 적은 없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하지만 학생들이 다니는 큰길가에 '도우미 항시 대기'라는 낯뜨거운 간판을 달고 있는 유흥주점을 계속 그대로 뒀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좋은 기분 안 들고 이상하고..." - 황현아 / 고등학교 2학년
"기분이 좋지 않죠." - 김○○(30) / 여성 직장인
이 유흥업소 반경 500여m안에는 광희초등학교, 성동고를 비롯해 무려 5개의 초중고교가 있습니다. 더군다나 나 후보는 '성매매 홍보 전단 단속 강화'라는 공약까지 발표한 상태.
"주택가에까지 유포되는 음란 광고물 굉장히 많이 보셨을 겁니다. 보시면서 스스로 낯뜨거워지는 경우도 많았을 텐데요. 이러한 부분 정말 뿌리뽑도록 하겠습니다. 발주, 제작, 유포되는 과정을 면밀하게 파악하고 24시간 수거반을 가동하는 등 유해 요인을 줄이겠습니다.판사 출신의 시장이 서울의 기초질서를 잘 지키게 해서 좀 더 안전한 서울을 만들겠습니다."
여성단체 "나경원 공약의 진실성 받아들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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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가 10.26 재보궐선거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된 13일 오전 서울 광진구 능동 먹자골목길에서 빗자루를 들고 청소를 하고 있다.
ⓒ 유성호
나 후보는 어제 공식선거운동 첫날 길 위에 떨어진 성매매 홍보지를 쓸어 담으며 "아이들이 볼까 걱정된다, 빨리 수거해야 아이들이 못본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여성단체는 이와 같은 나 후보의 공약에 대해 "진실성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비판했습니다.
"후보가 소유했던 건물에서 '미시 항시 대기' 등의 형태들의 광고 문구가 있는 업소가 운영되는 것을 뻔히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제 와서 공약사항으로 광고행위, 유해매체에 대응하겠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고 진실성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 정미례 '성매매 문제 해결을 위한 전국연대' 대표
또한 나 후보가 소유했던 건물 지하 유흥주점 앞에는 불법 시설물이 설치돼 있습니다. 주점 입구에 서 있는 철제봉 간판은 구청에서 허가한 적이 없는 무허가 간판입니다. 이 간판에도 '도우미 항시 대기'라는 문구가 붙어 있습니다. 구청 관계자는 '지주이용간판표시방법' 관련 고시에 따라 건물에서 떨어진 위치에 단독 간판을 세울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나경원 후보 측은 유흥주점 임대 논란에 대해 '빌딩주로서 끊임없이 건전한 업소로의 전환을 유도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고 해명했고, 불법 간판에 대해서는 '나 후보가 시장이 되면 철저하게 단속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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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가 2004년 4월 12일에 남편과 공동명의로 매입했다가 2010년 1월에 매각한 상가 건물 지하 1층에 있는 유흥주점.
ⓒ 박정호
"끊임없이 그 업소에 대해서 건전한 업소로의 전환을 유도했었다. 빌딩주가 할 수 있는 그것에 대해서 권장하는 일이다. 서울시에서 간판 가이드 라인을 가지고 간판 소형화, 간판 수량의 제한 등이 전 구에 걸쳐서 철저히 실행되도록 할 것이다." - 이종현 / 나경원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공보특보
나경원 후보 측은 박원순 후보가 월세 250만 원을 내는 것에 대해 '호화월세'라며 도덕성을 비판했습니다. 하지만 나경원 후보가 유흥업소에서 매달 200여만 원의 월세를 받은 것은 합법적이므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