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전현직 법관 10명 기소ㆍ66명 비위통보
권순일 등 전ㆍ현직 대법관 추가기소는 없어
2018년 박 전 대통령의 1심 선고공판 당시 성창호 판사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김경수 경남지사를 1심에서 법정구속했던 성창호 부장판사 등 전현직 법관 10명이 사법농단에 관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이 이들을 포함한 현직 법관 수십명의 비위사실을 대법원에 통보하면서, 이들에 대한 대규모 징계 절차와 국회 차원 탄핵 논의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사법농단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던 권순일 대법관 등 다른 전현직 대법관들은 기소 대상에서 빠졌다.
서울중앙지법 사법농단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는 5일 성 부장판사 등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전현직 법관 10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또 기소된 현직 법관을 포함해 사법농단에 관여한 현직 법관 66명의 비위사실을 대법원에 통보했다.
이번에 기소된 전현직 법관은 성 부장판사 외에,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임성근 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 신광렬 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 조의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이태종 전 서울서부지법원장(현 서울고법 부장판사), 심상철 전 서울고법원장(현 성남지원 부장판사), 방창현 전 전주지법 부장판사,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현 변호사)이다.
검찰에 따르면 성 부장판사는 2016년 4월 정운호 게이트 사건에서 법관이 연루된 사실이 드러나자 신 전 수석부장의 지시를 받고 법원에 청구된 검찰의 영장청구서 내용을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성 부장판사와 함께 영장전담판사였던 조의연 부장판사 역시 같은 혐의를 받는다.
이들이 빼돌린 정보를 바탕으로 당시 법원행정처는 게이트 연루 법관 및 가족들의 명단을 작성해 다시 서울중앙지법에 건넨 것으로 나타났다. 법원행정처는 신 전 수석부장과 두 영장전담판사에게 “이들에 대한 계좌추적 영장 발부를 더 엄격하게 하라”고 당부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사법농단 재판에 회부되는 법관 및 주요 혐의. 그래픽=신동준 기자
이밖에 이민걸 전 실장은 △통합진보당 해산 관련 행정소송 재판에 개입하고 △국제인권법연구회 등 일선판사들의 비판적인 활동을 저지ㆍ와해하려 했으며 △국회의원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과 관련 재판 관련 정보를 해당 국회의원 등에게 유출한 혐의를 받는다. 이규진 전 상임위원은 헌법재판소 파견 법관을 통해 헌재 관련 정보를 불법 수집하고, 서울남부지법이 한정위헌 취지의 위헌제청결정을 내리자 재판부에 그 결정을 취소하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임성근 전 수석부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의혹’을 기사화해 재판에 넘겨진 카토 다쓰야 산케이 신문 지국장 재판에 관여한 혐의, 유명 프로야구 선수의 도박죄 사건에서 정식 재판 결정이 난 사항을 약식명령으로 변경하도록 한 혐의를 받는다.
이태종 전 원장은 서울서부지법 소속 집행관들의 비위에 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영장전담판사 등으로부터 검찰 수사 관련 정보를 수집해 법원행정처에 유출한 혐의를 받고, 심상철 전 원장은 통진당 사건 행정소송 재판을 규정과 달리 특정 재판부에 배당하도록 한 혐의를 받는다.
유해용 전 수석연구관은 박 전 대통령의 ‘의료 비선’ 관계자의 개인 특허소송을 돕기 위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통해 재판 관련 정보를 청와대에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그러나 검찰은 대법원에 비판적인 판사의 인사조치를 검토하는 문건 작성에 관려한 의혹을 받는 권순일 현 대법관, 일제 강제징용 재판 개입에 연루된 차한성 전 대법관은 기소 대상에서 제외했다.
지난달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ㆍ고영한 전 대법관을 재판에 넘긴 검찰이 이번에 남은 사법농단 관련 법관들을 기소하면서, 지난해 6월 시작된 사법농단 수사는 착수 9개월만에 사실상 마무리됐다. 대법원은 추가 기소된 현직 법관을 포함해 비위 통보된 66명의 법관에 대한 징계 절차를 조만간 시작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