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보석석방…정국 파장은
나경원 "법적 절차 따른 결정"
홍준표 페북 "朴도 석방해야"
與 "국민적 실망 큰 것도 사실"
정치적 영향력은 사실상 소멸
4대강 보 해체 반대나선 야당
MB측과 협력 힘실릴지 관심
외부 병원진료 받은 박근혜 = 국정농단 사건 피고인으로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에서 허리통증 치료를 받은 뒤 차량에 탑승해 있다.
최근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새 대표로 선출된 자유한국당은 친박 계열 의원들을 당직에 중용하고 있는 가운데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이나 보석에도 기대를 걸 수 있게 됐다. 특히 한국당은 현재 문재인 정부의 '4대강 보 해체'를 막으려는 활동을 벌이고 있어 이 사안에 대해서는 MB 측과 협력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더구나 한국당 '4대강 보 파괴 저지 대책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MB계인 정진석 의원이 맡고 있다. 한국당 관계자는 "4대강 사업이 이명박 정부의 핵심 사업이고 정부의 4대강 보 해체 반대 투쟁을 위해서는 4대강 사업 효과를 다시 따져봐야 하는 만큼 이에 대해 재평가 작업을 해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MB 측과 협력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준표 전 대표도 이날 본인 페이스북을 통해 "죄 없는 MB를 1년 동안 구금하고 있다가 오늘 석방한다고 한다"며 "2년간 장기 구금돼 있는 박 전 대통령 석방도 기대한다"고 말했다.
반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법원 결정을 존중하지만 국민적 실망이 큰 것도 사실"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재정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향후 재판에선 어떠한 정치적 고려도 없이 오직 법과 원칙에 따라 더욱 엄정하고 단호하게 재판을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한국당 일부에서는 이 전 대통령 보석이 정치권에 미칠 영향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 전 대통령의 정치적 영향력이 사실상 소멸했기 때문이다. 한국당 내에 정진석·권성동 의원 등 MB계로 분류되거나 이 전 대통령과 가까운 의원들이 있지만 정치적 구심점이 없어 세력으로서는 의미가 없는 수준이다. MB와 가까운 홍 전 대표도 이번 전당대회를 거치면서 한국당에서 영향력이 크게 줄어들었다. 이 전 대통령 퇴임 후에도 MB계 정치인들은 2007년 대선 승리일이자 이 전대통령 생일과 결혼기념일이 겹치는 12월 19일 송년 모임을 하고 있지만 친목 모임 정도 의미밖에 없다.
이 전 대통령 보석 결정에 대해 한국당이 공식 논평을 발표하지 않는 것 자체가 한국당과 이 전 대통령 간 관계를 단적으로 설명해준다고 할 수 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의견을 묻는 기자들 질문에 "법적 절차에 따른 결정이라 생각한다. 법원 결정을 존중한다"는 원론적인 답만 내놨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이 전 대통령 건강이 나빠진 것 같으니 건강 회복을 하긴 해야 한다. 사법부 결정은 존중한다"며 "재판은 성실하게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는 이 전 대통령 보석 허가 사유로 "충실한 항소심 심리 기간이 부족하다"는 점을 꼽았다. 이 전 대통령 구속 기한(4월 8일) 당일 선고를 내린다 해도 43일밖에 남지 않았고, 그사이 불출석한 주요 증인들에 대한 심문을 진행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검찰은 "구속 기간 내 심리를 못하면 석방 후 심리를 계속하면 된다"고 반대했지만 법원은 "구속 만기로 석방하면 주거나 접견을 제한할 수 없어 오히려 증거 인멸에 대한 우려가 더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전 대통령 측에 "보석은 무죄 석방이 아니라 엄격한 보석 조건을 지키는 것을 조건으로 구치소에서 석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전 대통령은 재판부의 보석 조건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한 뒤 재판부가 보석 조건을 숙지했는지 질문하자 "숙지했다"고 답했다. 또 "그대로 이행할 수 있겠는가"라는 물음에는 "(본인 재판에) 증인으로 나오는 사람들은 제가 구속되기 전부터 오해를 살까 봐 만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어 "철저하게 공과 사를 구분할 수 있어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향후 증인신문 절차와 관련해 "이전 재판부가 주요 증인들을 소환했지만 소환장이 전달되지 않아 재판 절차가 지연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출석하지 않는 증인은 정당한 사유 없이 소환에 불응한 것으로 보고 재판부가 직권으로 증인 구인을 위한 구속영장을 발부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