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이첨(李爾瞻)을 문학(文學)으로 삼았다. 《실록》을 상고해보면 ‘이첨은 바른 사람으로 문예(文藝)를 잘하였으며, 위인이 엄숙하고 판단이 분명하였으며, 지덕(智德)을 갖춘 모습으로 조정에 우뚝 서서 위언(危言)과 당론(黨論)이 제일 먼저 정승 유영경(柳永慶)에게 미치자 죽지 않은 권간(權奸)들이 낙담하였다.’ 하였고, 또 ‘어버이를 효로 섬기고 임금을 충으로 섬기는 것이 지금 세상에 제일인 자였다.’ 하였으니, 이것이 무슨 말인가. 이이첨은 간사하고 악독한 성품으로 일찍이 대각(臺閣)에 들어가 오직 공격하고 해치는 것을 능사로 삼았다. 혼조에 이르러서는 위험한 말로 임금을 놀라게 하고 미혹시켜 여러 차례 큰 옥사를 일으켰으니, 영창 대군(永昌大君)이 제 명에 죽지 못한 것은 실로 이 적(賊)에게서 말미암은 것이며, 옥사를 조작하여 죄를 얽어 무함함이 모후(母后)에 미치도록 해서 유폐(幽閉)시키고 곤욕을 치르도록 함으로써 불측한 지경에 이를 뻔하였으니, 어찌 충(忠)·효(孝) 두 자를 이런 적에게 붙일 수 있겠는가. 또 자신이 문병(文柄)을 잡아 실제로 《실록》 편수를 전담하였는데, 자기를 기리는 말이 이처럼 낭자하니, 정말 꺼리는 바가 없는 소인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