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싫어하던 술을 4일 연속으로 마셨다. 다들 그렇듯 차였기 때문에. (0)
게시물ID : gomin_155142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냥이멍뭉
추천 : 1
조회수 : 614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5/11/19 13:11:13
난 술을 싫어한다.
대학교 1학년 엠티때도 선배들이 술을 권하더라도 버티고 버텨 한잔 마시지 않았었다. 3학년때는 술이 마시기 싫어 엠티도 안갔다.
물론 지금은 가끔 한잔씩 한다. 사회생활이 그러니까.... 하지만 살면서 내가 먼저 술마시자고 한적은 다섯 손가락 안에 들만큼
난 그렇게 술을 좋아하지 않았다.

넌 술을 참 좋아했다.
연애 초 너의 마음에 들기 위해 마시기도 싫은 술을 억지로 들이키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너와 같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좋았다.
하지만 우리가 익숙해지고 서로에게 자신의 주장을 할때쯤 난 너와 술을 거의 마신적이 없다. 취한 너의 모습이 항상 좋지만은 않았기에
밖에서도 자제하기를 부탁했다.
가끔 "오늘은 맥주 한병 시켜서 먹어."라고 말하면 환하게 웃으며 오늘은 왠일이냐며 기뻐 하던 모습도 떠오른다. 그 뒤로 종종 나는 혹시 너가 기분이 않좋아 보이거나 나와 싸웠을때 술을 먹이곤했다.
아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게 아니다.
내가 그렇게 싫어 하던 술을 4일 동안 마셨다.
이유야 어찌됬건 사실 너는 나쁜년이지 아니다 미안하다. 사실 너를 절대로 욕하기 싫고 누구도 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가 못나서 긴 시간을 뒤로 하고 너는 새로운 남자를 만나게 되었다.
너는 나에게는 미안하다고 행복하라고 건강하라고 좋아한다고 헤어지자고 이리저리 조금씩 살을 붙여서 말하였다.

실감이 나지 않았지만 너를 잡지 못하고 보낸 그 뒤 부터 그냥 모든게 와르르 무너졌다.
길에서 흘러나오는 노래, 너의 칫솔, 옷장속의 옷들 (거의 모든 옷의 전부는 너가 사준 옷이 었다. 옷을 잘 못입던 나를 사람처럼 꾸며준건 너였다. 패게에서 나의 데일리룩이 베오베에 올라갔을때 너는 뭔가 내심 뿌듯해 보였다.) 내 신발, 핸드폰 속 사진들, 내 인스타그램, 밤공기, 그 사간, 다가오는 너의 생일과 나의 생일, 하나 하나 의식하지 않아도 어디서든 튀어나오는 너의 모습에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와르르 무너져 버릴 것 같았다.
너와 헤어진 그 장소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정말로 이별일까봐 움직이지도 못했다. 온 몸이 굳은듯.... 아무것도 손댈 수 없었다.
내가 너의 추억을 정리하고 치워 버리면 정말로 끝일까봐.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게 아닌데 자꾸만 다른 이야기를 하게된다.
그래서 도저히 여기저기에서 튀어나오는 너와의 추억들을 도저히 혼자 견딜 수 없어 친구를 불러 월요일 8시 출근 지금 내가 있는 이 자리에서 차타고 2시간은 가야하는데도 불구하고 새벽까지 술을 마셨다. 조금 나아지는 듯 했다. 아무생각 없이 잠이 들었다.
하지만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혼자 있는 시간은 견딜 수 없었다. 그래서 또 같이 근무 하는 형들을 불러 술을 마시고 마시고 마셨다.
일요일 이후로 끼니도 한끼도 못먹었다. 술먹으면서 안주는 깨작깨작 먹었지만 아침도 점심도 저녁도 먹지 못했다.

어제 다시 너를 만났다. 무례하게 너의 근무지로 갔다. 조퇴를 쓰고 2시간 반 걸려 너의 직장으로 가서 널 무작정 기다렸다.
내가 생각한 것도 너무 달랐다.
나는 긴 시간이기에 그렇게 절대로 끝나지 않을꺼라 믿었기에 너도 아직 나에대한 마음이 남았을 거라고 무의미한 희망을 품고 있었기에....
매달려도 매달려도 진상까지 부려가며 끝까지 붙잡던 나를, 죽어버린다고 식상하게 협박을 해도 너는 전혀 나를 봐주지 않았다.
너의 표정은 일요일 너가 이별을 이야기하며 울던 그 내가 사랑하던 사람이 짓던 표정 아니였다. 날 경멸하고 지긋지긋하게 여기는 표정....
이 남자와 헤어지면 먼저 연락 해주겠다는 너의 말에 겨우 겨우 그 자리를 떠나야겠다 마음 먹었다.
그렇게 널 보내려다가 도저히 안되겠어서 돌아갔다. 거기서 너와 새 남자를 보았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그 둘의 뒤에 섰다.
너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 바로 택시를 타고 내 앞에서 떠났다.

다르다 뭔가 월요일 화요일에 느낀 아픔과는 달랐다. 공허함이라는 말로는 설명 할 수 없는 것 같다. 그냥 텅 비었는데 꽉 차있는데....
아 그냥 설명은 넘어가자 아마 다시 경험해도 설명 못할 느낌이고 다시 경험하고 싶지도 않은 느낌이다.

그렇게 그날도 술을 마셨다. 하지만 달랐다. 이제 정리하려 한다. 정리를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정리라는게 뭘 말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 전까지는 실감하지 못했던 이별을 확실하게 아픔으로 받아들였다. 나 혼자만의 희망도 착각도 품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물론 불가능한 일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노력이라도 해보려고 한다.

항상 연애가 끝나면 짧았든 길었든 아프든 아프지 않든 내가 찼든 차였는지와 관계 없이 성장한다.

우선 게임을 지우고 계정 삭제를 했다. 그리고 넣어놨던 책들을 꺼내고 공부할 준비를 하였다. 방청소를 하였고 일도 열심히 하려 한다. 운동도 이제 꾸준하게 나가려고 한다. 담배도 이제 끊어야겠다. 일기를 꼬박꼬박쓰고 글이나 사진으로 많은 것 들을 기록하려 한다. 그림도 다시 그리기 시작하고 동화도 다시 쓰기 시작해야겠다. 아침 저녁은 못 먹더라도 점심에 나오는 급식이라도 꼬박꼬박 챙겨먹어야겠다. 힘든척 하지 않고 웃으면서 살아보려한다.너는 다른 사람을 만나서 자기를 잊으라 하였지만 나는 나를 통해 널 잠시 마음 깊숙히 한켠에 잠시 놔두려 한다.

그래서 나는 정말 좋은 남자가 되려한다. 누구랑도 비교할 수 없을정도로 멋진 사람이 될 것이다.
그래서 다음 연애는 정말 누구보다 사랑하며 하고 싶다.
근데 슬픈 사실 하나는 그 사람이 다시 너였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잊혀진다는 거짓말은 믿지 않는다.
대신 시간이 지나면 내 주변이 변하고 내 환경이 변해 너의 모습이 더 이상 나타나지 않게 됬으면 하는 생각은 있다.
 
누군가 길고 긴 나의 이야기를 들어줬으면 한다.
들어주는 것 만큼 위로가 되는건 없는 것 같다. 
출처 2015.11.15.~2015.11.29. 내 생각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