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으 방금까지 유튜브에서 어떤 사람이랑 열심히 키보드 배틀 뜨고 왔습니다.
영상은 예전에 전두환이 대통령이던 시절 군 시찰한 것이었는데
와... 댓글들이 어마어마하더군요. 전두환 때가 좋았다, 다시 대통령 됐으면 좋겠다 등 등.
그러다가 한 사람이랑 키배를 뜨게 되었습니다.
싸움의 논점은 1. 광주 민주화운동은 광주의 공산주의자들이 일으킨 폭동이다. 아니다.
상대는 5.18이 공산주의자들이 일으킨 폭동이라고 주장하면서 그 근거로 김대령이란 사람이 쓴 <역사로서의 5.18 - (1)>이란 책을 제시하더군요.
조사해보니 김대령은 "유사 역사학자" 소리를 드는 사람이었고, 책은 5.18단체로부터 고소 당한 상태였습니다.
그 책에 나오는 걸 근거로
"500여명의 대학생들이 소요사태가 시작되자 말자 일사분란하게 44개곳의 무기고를 털고 각종 시청및 교도소 같은 행정기관을 장악"했다.
이게 공산주의자들의 계획적 반란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라고 합디다.
그래서 제가 반박했죠.
지금까지 밝혀진 바에 따라 사건을 시간 순서대로 배열해보면
1) 전두환 군부의 비상 계엄 조치(80년 5월)
2) 시민들의 시위(80년 5월 15~17일)
3) 비상 계엄 조치의 전국적 확대(5월 17일 자정)
4) 비상 계엄 조치에 반대하는 전남대학교 시위(5월 18일 오전)
5) 대학생과 공수부대 간의 충돌 발생
6) 일부 학생들은 금남로로 이동, 전남대 학생 300여명은 가톨릭회관에 집결해 시위
7) 제 7 공수여단 투입(18일 오후 4시) 그리고 일반 행인들까지 곤봉과 대검으로 사살
8) 시위하는 시민들 3천 명으로 증가(19일)
9) 시위하는 시민들 20만 명으로 증가(20일)
10) 계엄군의 집단 발포(21일)
11) 시민들은 계엄군의 폭력으로부터 자신들을 지키기 위해 무장하기 시작(21일 오후)
인데.
만약 당신이 한 말이 맞으려면,
계엄군의 총격과는 관계 없이 시민들이 무장하고 나섰어야 하지 않나. 왜 집단 발포 이후에 무장하나.
그리고 '비상 계엄 반대'를 기치로 내걸 것이 아니라
'민족 해방'이니 '공산 국가 건설' 같은 걸 기치로 내세웠어야 하지 않나 라고 했죠.
근데... 사람은 정말로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지... 씨알도 안 먹힙디다ㅠㅠ
당시 "광주 사람들은 김대중이를 왕으로 세우고 싶어했다" 같은 소리나 하고... 하아... ㅋㅋㅋㅋ
싸움의 논점 2. 시민들이 무장하여 공수부대원을 죽인 것은 잘못이다. 아니다.
그 사람은 시민들의 폭동으로 인해 계엄군이 16명이나 죽었다 라고 하면서
구글에다가 "5.18 폭동"이라고 쳐서 나오는 이미지 검색 결과를 보여주더라구요 자꾸.
근데 제 입장은 그랬죠.
사건 순서 상, 공수부대의 학살이 먼저 있었고 시민들은 그에 대항해
자기 방어를 위해 무장하고 시민군을 조직한 것이니 그에 대해 비난할 수 없다 라는 것입니다.
근데... 그 사람은 역시나 뭐 이상한 말을 계속 하면서 주장을 하는데...
이건 뭐...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달라서 논쟁이 무의미하구나 하고 생각하게 됐어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공수부대가 투입되었어도 시민들은 그에 대항해 시민군을 조직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신가요??
공수부대원들이 길 가는 행인을 곤봉과 대검으로 살상하고 집단 발포를 하는데도???
아무튼 오늘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저쪽을 설득하는 건 불가능하구나...
차라리, 중도층에게 정확한 팩트를 제시해서 중도층을 끌어들이자 하고요...
중도나 정치 무관심 층을 설득할 만한 팩트와 논리를 모아야지,
저쪽을 상대하는 데 시간과 에너지를 쓰는 건 좀 무의미한 거 같네요.
물론, 키배를 떠보니까 저쪽에서 어떤 생각을 하는지, 무엇을 근거로 삼는지 같은 건 알 수 있게 돼서 좋았어요.
근데... 좀 지치네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이구 설 연휴에 이게 뭐하는 짓이람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