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7조(증거재판주의)
①사실의 인정은 증거에 의하여야 한다.
②범죄사실의 인정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한다.
"합리적 의심 없는 입증 원칙과 관련하여 두 가지 문제를 검토해야 한다. 첫째는 피고인이 유죄라는 가설이 정황증거만에 의해 합리적 의심 없이 입증되었느냐 하는 문제, 다시 말해 정황증거가 피고인이 유죄라는 가설과 일치되느냐의 문제이다. 두 번째는 피고인을 무죄라고 볼 모든 가설을 합리적 의심 없이 배제할 정도로 입증이 되느냐 하는 문제, 즉 정황증거가 피고인이 무죄라는 모든 합리적 가설과 불일치되어야 한다는 요건을 충족하느냐 하는 문제이다." - 자유심증주의의 범위와 한계에 관한 연구 p103-104, 2015, 대검찰청 용역연구
우선 기본적으로 합리적 의심은 자의적 판단을 배제한 증거에 의한 추론이어야 한다는 대전제가 있고, 크게 두가지 의미로 해석되는것 같습니다. 첫번째 피고인의 유죄와 부합하는 합리적 의심에 대하여서는 부당한 이유로 거부할 수 없다. 둘째 합리적 의심이 피고인을 무죄로 추론할 수 있는 합리적 가설을 모두 배제시킬 수 있어야 한다.
정황증거로만으로 진행된 대표적 두가지 형사재판 사례가 있었던것 같습니다.
1.부산 노숙자 사건
피고인에 대한 살인죄의 공소사실에 대하여 제1심 유죄(무기징역), 항소심 무죄, 상고심 파기환송, 파기환송심 유죄(무기징역), 환송심 후 상고심 유죄(무기징역)로 진행되었다. 이 사건의 핵심도 직접증거가 없는 경우 어떻게 정황증거만으로 유죄를 선고할 수 있느냐였고, 위와 같이 정황증거의 신빙성(증명력)과 관련하여 심급마다 서로 다른 판단을 하였다.
제1심판결은 나타난 제반 정황증거만으로 살인죄를 인정하였다. 즉 ① 피해자가 돌연사나 자살하였을 가능성이 없는 점, ② 피고인에게서 피해자를 살해할 동기가 있었다고 충분히 추정되는 점, ③ 쉼터를 출발하여 피해자가 사망할 때까지 피해자와 함께 있었던 유일한 사람이 피고인이므로 피해자가 제3자에 의하여 살해되었을 가능성이 없는 점, ④ 피고인이 피해자를 부산으로 데려온 경위와 피고인이 피해자를 응급실에 데려간 경위 등 당일의 행적, ⑤ 피해자의 사망을 전후한 무렵의 피고인의 주장이 전혀 합리성이 없고 신빙할 수 없는 점, ⑥ 피고인의 보험가입 경위나 인터넷 검색 경과, ⑦ 피고인이 응급실 의료진이나 사체검안 의사에게 피해자의 심장에 이상이 있었던 것처럼 허위 진술을 하였던 점, ⑧ 응급실에서부터 피고인이 피해자인 양 행세를 하였고 피해자의 사체를 화장한 후 보험금을 청구한 경위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피고인의 살인 혐의에 대하여 유죄를 인정하였다
그러나 사건의 경과 중 유일하게 살인죄의 공소사실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항소심판결은 피해자의 돌연사 가능성과 자살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고, 타살 가능성을 확신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피고사건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대법원은 제반 정황증거로 볼 때 피고인의 살해 동기가 충분함에도 돌연사나 자살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항소심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것은 잘못이라고 보았고, 무죄로 인정하기 위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위법을 지적하며 원심을 파기환송하였다. 우선 상고심 재판부는 피해자의 돌연사나 자살 가능성을 합리적으로 배제할 수 없다는 근거로 원심이 든 사유들이 기록에 나타나는 피해자의 행동이나 건강상태, 피고인의 행적 등에 비추어 모순되는 점들이 많으므로 그와 관련된 전후의 사실관계 등에 대하여 원심으로서는 좀 더 세밀하게 심리하였어야 한다고 지적하였다. 그리고 피해자의 타살 가능성과 관련하여서는 검사가 피해자의 사망원인으로 주장하였던 메소밀을 복용할 경우 사망에 이르기까지 걸리는 시간, 메소밀을 물이나 맥주 등에 탈 경우 냄새나 색깔·맛 등으로 용이하게 알아채기 어려운지 여부, 치사량에 이를 정도가 되려면 어느 정도 분량을 타야 하는지, 그리고 피해자의 타액이 앞가슴 부분까지 흘러나온 증상 등이 메소밀 등의 독극물을 복용한 사체에서 흔히 발견되는 현상인지 여부 등에 관하여도 심도 있게 심리하였어야 한다고 지적하였다. 환송심은 이러한 대법원의 취지를 받아들여 파기환송의 취지에 따라 피고인에 대한 살인죄를 유죄로 인정하였다.
이에 피고인은 검사의 공소사실 불특정과 이로 인한 방어권 행사에 지장 초래, 간접사실만에 의한 유죄인정을 문제 삼아 다시 상고하였다. 그러나 환송심 후 상고심은 “공소사실에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한 장소가 부산 불상의 장소로, 살해 방법이 불상의 방법으로 되어 있는 것은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으나, 범행시간이 2010. 6.17. 02:30경부터 04:00경까지로 특정되어 있고, 피고인의 범행동기와 피고인이 연구한 살해방법과 피해자를 물색한 정황, 피해자와의 접촉 경위 등이 자세하게 적시되어 있어 이 사건 살인의 공소사실을 특정할 수 있으므로,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지장이 있다고 볼 수 없어 공소제기의 효력에는 영향이 없다.”라고 판시하여 환송심의 유죄판단을 유지하였다.
2. 인천산낙지 사건
피고인에 대한 살인죄의 공소사실에 대하여 제1심 유죄(무기징역), 항소심 무죄, 상고심 무죄로 의견이 엇갈려 진행되었다. 사건의 쟁점은 역시 정황증거만으로 유죄를 인정할 수 있는지, 있다면 그러한 유죄인정에 어떠한 요건이 필요한지 하는 점이었다.
제1심은 피고인의 진술이 일관성이 없고 정황과 일치하지 않아 믿기 어렵고, 피해자가 평온하게 누워있었던 것은 피고인이 유형력을 행사하였음에도 피해자가 이에 저항하지 못하였던 것으로 보이고, 피해자의 신체나 사건현장에 그러한 저항의 흔적이 거의 남지 않은 것은 만취한 피해자의 미약한 저항을 피고인이 압도적으로 제압하였기 때문으로 보이며, 피고인의 범행 전후의 행동이 의심스러운 점을 들어, 피고인에 대한 살인죄의 공소사실에 관하여 유죄로 판단하였다.
그러나 이에 대하여 항소심은 ① 피해자의 직접사인이 ‘질식’에 의한 것이라는 점을 인정하면서, ② 질식의 원인이 비구폐색에 의한 것인지 기도폐색에 의한 것인지 여부와 관련하여 피해자에게 외상이 없어 비구폐색에 의한 사망임을 확신할 수 없고, ③ 피고인의 진술번복, 피해자의 신체조건(치아우식증), 법의학자들의 소견 등이 피고인이 주장하는 기도폐색의 가능성을 전면적으로 배제할 수는 없다는 이유로 피고인에게 살인죄의 유죄를 인정한 제1심의 판단을 뒤집고 무죄로 판단하였다. - 자유심증주의의 범위와 한계에 관한 연구 p84-93, 2015, 대검찰청 용역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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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공부해 보니 정황증거에 의한 판단 기준은 아직도 모호한것 같고, 그걸 이용해서 김경수 사건에서 약간 무리한 판단을 할 수 있었던것 같습니다.
무조건 재판을 부정하면 역풍을 맞을 수 있으니, 현재 간접증거에 대한 판단 기준의 모호함과 그걸 감안하더라도 무리한 판단이었다는 정교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