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해체될 것 같던 자유당 지지율이 26%를 넘었다. 어떤 미친 짓을 하던 보수는 굳건함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이에 대한 위기의식이 전혀 없는지, 민주-진보 진영 내 '정의의 사자들' 끼리의 맹렬한 난타전은 오늘도 여전하다. 자신들의 가치만 [절대 진리]고, 자신들의 주장만 [절대 정의]고, 자신들의 이상만 [절대 선]인 그 '정의 사자들' 말이다.
문재인을 지지하던 문재인을 반대하던 적당한 수준에서 자기 주장하고 싸웠으면 싶다. 중세 유럽의 앞뒤 꽉꽉막힌 신학자들도 아니고 패갈림 해서 선악 논쟁을 부추기고 서로 마녀사냥 하듯이 매달아 대는 모습은 가관이다. 본인들의 활동이 정의와 선의 구현이 아니라, 다음 정권으로 나가야할 발판을 무너트리는 일임을 돌아봤으면 싶다. 그 '정의의 사자들'이 자유당을 살려내고 있음이 보이지 않는가.
수구보수들은 민주-진보 진영 내의 다음 대선 주자들을 하나씩 야금야금 요절 내며 민주-진보의 분열을 획책하고 있다. 이에 잘 휩쓸리고 있는 민주-진보의 '정의의 사자'들은 자기 분노와 증오를 견디지 못해 민주-진보 진영을 산산히 요절내는 것에 몰입하고 있다. 수구보수들이 교묘히 던져주는 먹잇감을 물어 민주-진보 진영을 갈갈이 찢어대는데에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는 듯 하다.
그 '정의의 사자들' 덕에 민주-진보 진영은 더욱 사분오열 되고, 자유당 지지율은 오르며 다음 정권은 저들의 손에 넘어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절대 오르지 않을 것으로 여겼던 자유당 지지율이 30%를 향해 치닫고 있다. 이는 '성찰없는 정의'의 역할임을 나 자신부터도 돌아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한편으로 이번 정권이 망하고 다음 정권을 자유당이 가져가는 것도 '정의의 결과'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아무런 실천도, 대안도, 헌신도 없이... 머릿속의 그럴싸한 정의와 이상만을 떠벌려대며 남탓만 하는 이들이 많은 사회가 망하는 것이 정상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의 발생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세상 걱정을 한 부작용 때문이다. 세상 잘 되기를 바라는 간절한 바람이 절망에 부딪혔을 때, 그것은 무서운 분노와 증오로 변해 주변 사람들을 할퀴기 때문이다. 그러니 세상 걱정, 남 탓 적당히 하고, 남이 뭘 생각 하든 신경 끊고, 누가 누구를 지지하던 말 던 상관 말고, 자기 길을 묵묵히 가야 한다.
내가 옳네, 네가 옳네, 무익한 정의·이상 논쟁 적당히 하고, 그 정의와 이상을 구체화하여 '일상의 자기 실천'으로 끌어내는데 생의 열정을 쏟아야 한다. 그것은 한번 길을 잃으면 독단에 빠지고 제자리 찾기 어려운 우리의 정신이 중심과 균형을 회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내가 이거 할게"라는 솔선은 집단에 활기를 불어 넣는 생명의 말이자 우리 존재의 균형을 만들어내는 희망의 송가이다. 반면 "너는 왜 이걸 안 해?"라는 원망은 집단을 파괴하는 죽음의 말이고 온전히 서 있는 사람까지 쓰러트리는 저주의 주문이다. 전자는 스스로의 삶을 개척하는 주체의 말이고, 후자는 타인을 강제하는 파시스트의 말이다. 빛과 어둠의 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