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비..같은 느낌이 드는 아침 출근길이었습니다.
지하철을 내려서 대구 시청까지 걸어가 시청의회 건물 뒷길로 접어들면 약 100여미터의 작은 도로가 나옵니다. 그 골목을 접어들자 문화교회 주차장 근처에 휠체어를 타신 어떤 노인분이 어렴풋이 보입니다.
조금씩 걸어가는데도 휠체어는 제자리에서 거의 움직이질 않습니다.
(음.. 차도 다니는 길인데 한복판에서 무슨 일이지..)
언뜻 보기에도 쇠약해지신 어르신은 깡마른 두 팔로 휠체어의 바퀴를 밀다가 움찔하는 듯 또 제자리에 있기를 반복합니다.
(휠체어가 고장이 났나.. 무슨 일이지..)
눈으로 식별이 가능한 거리까지 다다르자, 이내 상황을 파악했습니다. 작은 골목길 도로가 그 지점부터 살짝 오르막이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도저히 힘에 부쳐 나아가질 못하고 있었나 봅니다.
" 어르신 제가 좀 도와드릴까요? "
그렇게 해주면 고맙겠다고.. 이런 고마울 데가 있느냐는 어르신의 반가운 목소리에 오히려 제가 즐거워졌습니다. 시청 의회앞 큰 도로까지만 밀어달라고 하셨고, 찬찬히 밀어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습니다. 시청 앞 도로 신호등까지 가서 신호를 기다리며 어디까지 가시느냐고 여쭤봤더니 동아백화점 뒤쪽 며느리 가게에 가신다고 합니다.
휴대전화를 두고 간 며느리에게 갖다주신다고 나서신 듯 합니다. 그래서 그곳까지도 아무래도 걱정이 되어서 가게 앞까지 밀어드리자 마음먹고 이런저런 얘기하면서 갑니다.
전동 휠체어로 바꾸시지 그러셨냐고 하니.. 얼마전까지는 기력이 괜찮았는데, 오늘은 유독 힘이 딸린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하시더군요.
가게에 다다르자, 일보시고 천천히 조심해서 귀가하시라고 인사를 드리고 돌아서는데 연신 고맙다고 인사를 건네시드니 손에 든 가방에서 뭔가를 꺼내 주십니다.
커피.. 며느리 줄려고 따뜻하게 데워서 가지고 나왔는데, 저에게 주시더군요. 거절하는 것도 예의에 어긋날 듯 해서 감사히 받아왔습니다. 비록 20여분 지각을 했지만, 커피캔을 두 손에 꼭 쥐고 돌아오면서 따뜻해져서 기분이 좋습니다.
멋진 칸타타 음악 하나를 감상한 것 처럼 오히려 제가 마음의 힐링이 될 것 같습니다.
이번 광화문에서의 민중 시위로 위중한 상태이신 백남기 어르신의 쾌유를 다시한번 빌며, 잘 마시겠습니다. 어르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