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 사상 최초로 전 대법원장이 구속됐습니다. 이 모든 건 2017년 2월, 이탄희 판사가 법원행정처에 판사
블랙리스트가 있음을 인지하고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시작됐죠. 이 판사가 그 이전의 판사들이 그러했듯이
법원행정처라는 요직을 받아들이는 대가로 그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묵인했었더라면 지금까지도 사법농단은
드러나지 않았을 겁니다.
이 판사에게 감사드립니다.
이 구속을 두고 '사법부 치욕의 날'이라고 언론들은 제목을 다는데, 아니죠. 사법부 수장이 일제 전범기업의
뒷바라지나 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치욕을 느껴야했던 건 국민들이었습니다. 그 책임자를 구속한 건 사필귀정인
겁니다. 사법부 불명예'라고도 하는데 아닙니다. 땅에 떨어진 사법부 명예가 이 구속으로 그나마 회복되는 거죠.
영장을 발부한 명재권 판사는 검사 출신이라는 제목으로 검찰 대 사법부의 대결 구도라는 인상을 주는데 그것도
아니죠. 법조인 모두가 자유로울 수 없는 대한민국 법 체제 전반의신뢰를 붕괴시킨 사건입니다. 양승태 25년 후배
라고 해야 하는 겁니다.
여전히 주목해야 할 대목은 강원랜드 채용 청탁의 권성동 의원 영장과, 사이버 사령부 댓글 지시의 김관진 전장관 영장,
그리고 서지현 검사 성추행 사건의 안태근 전검사장 영장을 기각시켰던 허경호 판사의 박병대 영장 기각입니다.
아직도 갈 길이 먼 겁니다.
마지막으로 7개월이 걸렸던 기나긴 수사를 여기까지 끌고 온 서울 중앙지검 관계자들에게 심심한 박수를 보냅니다.
김어준 생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