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에게 목포는 아주 소중한 지역입니다. 어느 국회의원에게나 지역구는 소중하지만 목포는 박 의원에게 보통 지역구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목포는 김대중 대통령이 학창시절을 보낸 곳이기도 하면서 김대중 대통령이 처음으로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곳이기도 합니다. 현재 그가 소속된 민주평화당은 김대중 대통령이 1987년 창당한 ‘평화민주당(약칭 평민당)’을 연상하게 하죠. DJ의 적통을 물려받았다고 자임하는 박 의원에게 목포는 그만큼 상징적 의미가 큰 지역입니다.
SBS 8뉴스가 손혜원 의원의 부동산 차명 투기 의혹을 보도하면서 박 의원에게 이목이 쏠렸습니다. 목포에는 박지원이 있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던 당사자에게 실상을 듣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박 의원이 페이스북을 통해 처음으로 밝힌 입장의 핵심은 ‘투기로 보지 않음을 현재까지 확신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한 입장은 며칠 안 가 바뀝니다. ‘보도에 따르면 수십 채 부동산을 매입했다는데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사실상 투기 의혹이 있다는 식으로 입장을 선회한 것이죠. 이러한 입장 변화의 배경에 어떤 고려가 있었을까요. 체크포인트 몇 가지만 짚어보죠.
1) 손혜원이라는 씨앗
박 의원은 ‘근대역사문화공간’ 지정은 본인이 정부와 협의해서 성과를 낸 것이고 ‘목포근대건축문화자산 활용 게스트하우스 조성사업’은 본인과 같은 당 교문위원들이 협력해서 예산을 얻었다는 것이었죠. 그렇기 때문에 손 의원이 사익을 위해 여당 교문위원 영향력을 행사한 것은 아니라고 했죠. 그리고 뉴스공장에 출연해서도 해당 지역은 경제적 가치를 인정받지 못해 낙후된 지역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손 의원이 목포 발전 계기를 만들어줘서 고맙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다음날인 17일경부터 박 의원 입장에 변화가 감지됐습니다.
SBS의 노골적인 표적 보도에도 불구하고 전국적인 여론은 손 의원이 잘했다는 기류가 우세했습니다. 전국적으로 목포가 조명을 받았던 적이 얼마나 있었을까요. 본의 아니게 손 의원이 그 중심에 서게 된 것입니다. 원인이 어떠했든 당적이 다른 정치인의 이름이 목포 전체에 울려 퍼지게 됐고 동시에 전국적인 유명세를 타게 됐습니다. 박 의원은 어떤 상황이 와도 목포를 사수해야 한다고 생각할 겁니다. 따라서 목포에 다른 정치인의 이름이 알려지는 것, 손혜원이라는 씨앗이 뿌리 내리는 것은 달가운 일이 아닐 겁니다. 손 의원이 재선에 관심이 있는지, 없는지 여부를 떠나서 말입니다.
2) 출구전략
박 의원이 손 의원에게 지속해서 요구하는 것이 있습니다. 검찰 조사를 받으라는 것이죠. 우리 사회의 여론 구조상 검찰조사가 시작되면 세간의 관심도 떨어지기 마련입니다. 박 의원이 검찰조사를 강력하게 주장하는 것은 목포가 조명 받는 상황이 하루 빨리 끝나길 바라는 의도가 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SBS 입장에서도 ‘손혜원 의원의 목포 부동산 차명 투기 의혹에 대해 검찰조사가 시작됐다’는 리포트를 통해 출구를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손 의원과 관련된 지역적 여론도 잠재울 수 있겠죠. 검찰 조사 개시를 혐의 인정으로 받아들이기도 하고, 이미 불순한 의도로 부동산을 매입했을 것이라 확신하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입니다. 손 의원만 자존심을 조금 구기면 박 의원 입장에서는 비교적 상황 관리를 잘 한 셈이 되는 것이죠.
다만 손 의원이 박 의원의 요구를 받아줄지는 미지수입니다. 손 의원이 페이스북 등을 통해 여러 차례 밝혔지만 목포에는 아직 고층아파트 건축 계획 등 개발 계획이 살아있기 때문입니다. ‘손혜원이 틀렸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결과가 나온다면 맥락과 관계없이 자본이 주도하는 개발 움직임이 시작되겠죠. 박 의원의 강조한 ‘근대문화유산의 보고’ 목포에서 말이죠.
(관련자료)
박지원 페이스북1(16일) “손혜원 의원, 투기 아니라 확신”
https://www.facebook.com/jwp615/posts/1534483446654974
박지원 페이스북2(17일) “절차, 과정 정당하지 않으면 용납 안 돼”
https://www.facebook.com/jwp615/posts/1536310386472280
박지원 페이스북2(19일) “모두가 속았다, 손 의원 검찰조사 받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