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 양극화, 고실업률 경제수축 원인…왜 중소기업 중심 경제인가
‘중소기업 중심 경제’로의 전환을 더 이상 늦춰서는 안된다. 대기업·대자본 중심의 경제구조에서 벗어나야 국민경제를 살릴 수 있다. 대기업으로부터 ‘독립적인’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을 육성해야 혁신의 기회도 잡을 수 있다. 이를 위해 중소기업 중심의 법제도 개선도 뒷받침돼야 한다.
한국경제학회와 중소기업연구원이 최근 개최한 ‘중소기업 중심 경제 실현방안과 과제’ 세미나에서는 우리 산업의 근본적인 경쟁력을 되살리기 위해 작고, 빠르고, 민첩한 중소기업·벤처기업 중심의 경제구조로 바꿔야 한다는 담론이 오갔다.
중소기업연구원 김동열 원장은 “지금 왜 중소기업 중심 경제론이 필요한가? 지금 왜 한국경제는 ‘중소기업청’을 ‘중소벤처기업부’로 승격시킬 수밖에 없었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현재 한국경제가 매우 어려운 처지에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 답이다.
김 원장은 “한국경제는 그 동안 성장과 팽창의 시대에서 정체와 수축의 시대로 전환하는 길모퉁에 서 있다”고 분석했다. “작은 성취에 잠시 취해있었지만, 근본적인 혁신으로 다시 신발 끈을 고쳐 매고 뛰어야 한다”고도 했다.
한국의 중소기업은 어렵다…“경제·정치 구조개혁 필요하다”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며, 중소기업 중심 경제로의 전환을 선언하고 중소벤처기업부를 출범시켰다. 중기부는 올해 1월 업무보고에서 일자리 소득주도 성장을 통해 중소기업 중심 경제구조로 전환하겠다고 밝혔지만, 한국의 중소기업은 여전히 어렵다.
경제개혁연구소 위평량 연구위원의 말을 빌리자면, 중소기업 현장의 목소리는 격앙돼 있다. “먹고 살기 힘들다, 돈벌이가 과거보다 안된다. 한국의 경제구조와 정치구조 전반에 걸쳐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이 중소기업계에서 나오는 목소리다.
경제개혁연구소가 지난 10월 발표한 정부 경제정책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에서 정부의 기업정책이 ‘대기업 중심’이라는 응답률은 47.3%, ‘중소기업 중심’이라는 응답률은 31.5%였다. 중소기업 중심이라는 응답률은 7월 같은 조사에서 33.6%로 나타났는데, 이 보다 2.2%p 낮아졌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성장을 추동할 주체세력이 누가 될 것인가 “논쟁이 없다”
위 연구위원은 “문재인 정부 정책기조의 핵심인 포용성장을 두고 성장방법론에 대한 극한 대립이 나타나고 있지만, 정작 성장을 추동하는 주체세력이 누가 될 것이냐에 대한 논쟁은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위 연구위원은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를 “기업(사업체)보다는 사람(노동자)을 정책의 중심에 두고, 대자본 중심의 경제구조에서 나타난 다양한 문제점을 개선하고 극복하는 일”이라고 정의했다. 또,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산업의 ICT화, AI화 등 추세변화를 수용하고 경제의 동체적 효용성을 확보함으로써 지속가능한 경제구조를 구축하는 일이기도 하다.
지금 한국경제가 ▲저성장기조 지속 ▲양극화 심화 ▲낙수효과 종말 ▲내수침체 ▲고실업률 ▲저출산 구조 등을 보이는 것은 그동안 우리경제의 압축 성장을 주도해 온 대기업 중심 경제성장 기조가 효용이 다 됐음을 의미하는 지표로, 이는 차고 넘친다.
위 연구위원은 경제성장률 감소 요인으로 노동, 자본, 생산성의 급격한 하락을 지목한다. 인구구조 변화와 노동공급 감소, 자본축적 속도 감소, 자원배분 효율성 저하와 기술반전 정체에 따른 생산성의 급격한 하락이 경제성장률 감소 배경이라는 얘기다.
낙수효과 소멸…하도급 중소·중견기업 혁신성 가장 낮다
과거 대기업 중심 경제구조에서 강조됐던 낙수효과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7년 이후로 크게 감소하고 있다. 하도급체제에서의 낙수효과는, 대기업의 협력중소기업에 대한 단가 인하요구로 인해 상쇄된다.
특히 대기업 중심체제 아래 중소·중견기업의 혁신성을 분석한 결과, 하도급체제에 있는 중소·중견기업의 혁신성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말해, 대기업 중심체제의 낙수효과는 소멸 중이며, 새로운 체제를 대체할 필요성이 확인된 것이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발표한 중소기업 위상지표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부가가치율은 2009년 이후 대기업의 그것을 앞질렀다. 총자본투자효율 또한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비해 월등히 높다. 2015년 기준 중소기업은 29.12%, 대기업은 16.68%로 2배 가까운 차이를 보인다. 즉, 중소기업에 투자했을 때 한국경제가 앞으로 성장할 확률이 더 크다는 것이다.
한국경제의 기초여건을 살펴보면 ▲제조업 ▲주력산업 ▲대기업의 경쟁력은 약화되고 있는 추세다. 재벌대기업 주도, 제조업 중심 경제구조는 한계에 다다랐고 산업기반이 취약해 진 것이다. 여기에 중소기업의 국내 및 해외시장 경쟁력 또한 취약하다. 중소기업 가운데 수출 관련 중소기업은 전체의 9.9%에 불과하다. 나머지 90% 이상은 모두 내수에 집중하고 있다.
위 연구위원은 “현재의 경제구조 및 산업구조를 벗어나 수출 중소·벤처기업과 산업의 다양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동시에 이러한 성과가 확산될 수 있도록 공정경제 토대를 구축하는 것은 필수다.
중소기업과 대기업, 그리고 정부 및 민주적 시민이 공동체의 번영을 뚜렷한 목표로 삼아 국내적으로는 자본주의의 내재적 문제점을 극소화하고, 중소기업 등이 글로벌 차원의 변화를 흡수·발현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한국경제의 동태적 효율성을 유지할 수 있는 한국적 시장경제가 위 연구위원이 얘기하는 중소기업 중심 경제구조다.
“대·중소기업 임금격차 해소가 중소기업 중심 경제의 핵심”
위 연구위원은 중소기업 중심 경제로 구조를 개편하는데 그 핵심은 ▲대·중소기업 노동자 임금격차 해소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 해소가 최상위 전략이 돼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정부가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 전략이나 산업구조 개혁과 같은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임금격차는 심화되고 있다. 2016년 기준 대기업 노동자의 임금을 100으로 볼 때, 중소기업 노동자의 임금수준은 62%다. 제조업 분야에서는 54.9% 수준을 보인다. 1994년, 전 산업 기준 중소기업 노동자 임금이 대기업의 76.7%였고 제조업은 70.8%였던 것에 비해 한참 벌어졌다.
위 연구위원은 “2016년 기준 일본 중소기업 종사자 임금이 대기업 종사자의 79.98% 수준인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한다.
일본은 1970년 ‘중소기업 백서’에 대·중소기업간 이중구조 해소를 명시적으로 선언했다. 이와함께 ▲시장질서 자체의 변화를 통해 중소기업을 육성하는 확고한 목표설정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평등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는 여건 구축 ▲대기업의 경쟁 제한적 행위 금지 ▲중소기업 대항력 강화를 위한 법제도 개선 ▲각 산업별 대·중소기업의 발전 격차 해소정책 구사 ▲정부 정책의 일관성 유지 등을 정책의 근간으로 삼고 이를 실행해 왔다.
위 연구위원은 “기업과 기업, 기업규모 사이, 나아가 업종 및 산업별로 내재된 생산성 격차로부터 비롯된 수익성의 차이, 이로부터 비롯된 노동자의 임금격차 발생은 당연하다”며, “문제는 그 격차의 수준과 격차의 추세가 갈수록 심화된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향후 10년 또는 그 이상 대·중소기업의 임금격차 해소를 최상위 목표로 하고, 나머지 전략을 배치하면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가 가능해 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