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이라 함은 김에 밥과 여러 가지 재료를 넣고 말아 싼 음식이라고 한다.
여러 가지 재료를 어떻게 배합하느냐에 따라 크고 푸짐해질 수도 있고,
먹는 이에게 외면받을 수도 있다. 시대가 변하면서 맛에 대한 기호 또한 변화해 왔는데
돈가스김밥, 멸치김밥 같은 김밥을 유통시키며 소비자의 요구를 읽는 김밥 전문점도 생겨났다.
하지만 김밥이 고급화, 다양화되더라도 소비자의 선택은 언제나 "김밥"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김밥"이란 가격이 저렴한 일반김밥을 뜻한다.
정치와 경제가 요동치고 국정교과서 파동 등을 겪으며 위축된 한국경제의 불안한 단면을
접하고 있는 대다수 일반소비자는 더욱더 "일반김밥"을 찾고 있으며 이런 현상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생각된다.
각종 생활비, 카드값, 등으로 하루하루 겨우 살아가는 본인에게도 "일반김밥"이 주는 의미가 크다.
출근길, 매일 아침 8시에 전날 과음을 하지 않는 한 들리는 김밥집에는 매우 불친절한 아주머니가 계신다.
그 김밥집 상호는 "땡땡 토스트"이다.
그런데도 본인이 김밥집이라고 칭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선 김밥을 만드는 부스가 2,000원짜리 토스트 만드는 곳보다 크다.
그리고 김밥집 아주머니 앞치마에 "김밥"이 그려져 있다. 또한, 오뎅도 판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본인은 김밥 만드는 부스의 크기로 유추하여 "땡땡 토스트"를 "김밥전문점"이라고 생각한다.
"땡땡 토스트"에는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있다.
첫 번째, 김밥을 단일메뉴로1,500원짜리 하나만 판다.
두 번째, 미리 준비해놓은 김밥이 다 팔리면 더는 팔지 않는다. 물론 토스트, 어묵은 판매한다.
세 번째, 다 팔린 김밥을 원망하며"혹시 김밥 있나요?"하고 질문하면 다시 김밥을 싸야 한다며
판매를 거부한다. 덤으로 미간을 찌푸리신다.
이중 세 번째 문제가 가장 심각한데,
본인은 김밥 감별사로써 8년에 걸친 자취생활과 다년간 아침을 김밥으로 해결하여
일명 김밥 중독상태이다. 제목과 내용이 일치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분들을 위해 "김밥 중독자",
"김밥 좋아", "자나깨나 김밥사랑" 등의 제목도 생각하였으나
"김밥감별사"가 뭔가 더 있어 보이고 고급스러워서라고 해명한다.
다시 "땡땡 토스트"의 문제로 돌아가 보자.
본인은 김밥 감별사이니, 김밥을 무조건 먹어야 하고 회사로 출근하는 동선에
가장 편리한 곳에 위치한 "땡땡 토스트"만 이용할 수밖에 없는 지리적 한계가 있으므로
"불친절한 아주머니"에게 본인을 위해 김밥 한 줄을 다시 만들어 줄 것을 요구해야만 한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했듯이 항상 김밥을 사는 아침 8시에는 김밥이 없다.
뭔가 해결방법이 필요했다.
지난 월요일,
아침 7시에 출근해야 하는 일이 생겼고 드디어 당당하게 김밥을 먹을 수 있게 되었다.
"김밥 주세요!"
"없는데요!!!" 미간을 찌푸리는 건 덤이다.
아.....
아침 8시에도,
아침 7시에도,
김밥은 없었다.
그 자리에 김밥은 없었다.
인정해야 하나?
"땡땡 토스트"라는 것을...
벌써 두 달이 넘는다.
아침마다 같은 시간에 김밥 한 줄을 사려고 불친절한 아주머니와 밀당을 하게 된 것이,
그리고 오늘,
텅 비어있던 김밥 부스에 새로 온 아주머니가 김밥을 만들고 있다.
미간을 덤으로 주시던 아주머니는 본인을 쳐다보며 한마디 하셨다.
김밥 한 줄 줄까요?
역시나 찌푸린 미간은 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