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이름이 유명하진 않은 간호대학을 다니는 학생이에요.
4학년이 됨과 동시에 순차적으로 병원에선 취업공고를 냈고, 다들 준비한것과 희망하는 곳에 맞춰 하나 둘 서류를 넣고, 면접을 보고..
취업을 하더라구요
제가 자랑은 아니지만 1,2학년 때 정신 못차리고 많이 놀았습니다.. 출석은 100%였지만 강의는 안 듣는 그런 학생이요.
평점이 3이 안되어 국가장학금도 못받은 학기도 있었고, F도 한번 받아봤고.. 들쭉 날쭉한 성적이였죠
그러다가 2학년 2학기 기말고사를 앞둔 무렵에 정신차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같이 다니는 친구들은 다들 성적관리, 스펙관리 열심히하는데 나만 매일 강의시간에 자고,.. 시험공부도 안하고..
그리고 하루종일 자고 일어났던 날, 같이다니던 친구중에 한명이 "너 오늘 등록금 30만원치 잤다" 이런 적이 있었는데
그게 참 오래도록 생각이 나더라구요.
많이 늦은거 충분히 알고, 학년이 올라갈수록 학점 올리기 힘든건 충분히 알았지만
그럻다고 아무 노력을 하지 않을 수는 없었어요.
일단 수업시간에 잠들지 않고 필기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제가 직접 월간 플래너를 만들었어요.
시중에서 파는 것도 좋은건 많았지만 전 좀더 칸이 넓고 전체적으로 심플한 디자인을 원해서, 직접 만들어서 출력해서 쓰게 됐어요.
그리고 놓쳐버린 과목들.. 간호학이란게 비슷한 부분이 많이 연결되어서 갑자기 공부를 시작한다고 학점을 한번에 올릴수가 없더라구요.
공부하다가 이해가 안되면 친구들한테 묻기도 하고, 예전 책들을 찾아보면서 공부를 시작했고.
3학년이 되면서 부터 임상실습이라는걸 나가게 되었어요.
병원에 보면 학생 간호사들이 실습중이라고 혈압재고 돌아다니는거 본적 있으실거에요 ㅎ
난생 처음, 병원의 병실이나 복도가 아닌, 간호사 스테이션 안의 세계를 들여다 본 순간
내가 더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간호사 선생님들의 실습지도와, 환자들에게 간호하는 모습을 보며
나도 좋은, 똑똑한 간호사가 되고싶다는 생각도 들었구요.
그래서 안하던 공부를 하게 되어 잘 되지 않고, 원하는 만큼의 결실을 못거두거나 가끔은 엉뚱한 실수를 해서 맥이 빠지더라도
그만 둘 수가 없었어요.
학점을 매 학기 차곡차곡 올려가며 여러가지 스펙에도 눈을 돌렸어요.
학교에서 지원해주는 프로그램 꽤 있잖아요? 그런것들, 정말로 참가할 자격이 되는것은 모조리 다 참가한거 같아요.
참가하는 학생 수가 비교적 적어서 성과물을 쉽게 낼수 있었고 (상장 등) 결과물은 확실했어요.
3,4학년동안 악착같이 대회나 프로그램에 응모한거 같아요
병원 견학프로그램, 카네기 리더십 캠프 등 참여할 수 있는 모든 것은 짬을 내서 참여했고
뒤늦게나마 봉사활동도 챙겨야겠다 싶었어요.
4학년 여름방학에서야 봉사활동을 시작한 저는.. 일주일에 3일을 병원 약국으로 봉사활동을 다니면서 방학동안 100시간 이상을 채웠답니다..
그렇게 아등바등 준비한 스펙과 학점.. 급하게 한 다이어트로 8kg 감량..(그래도 표준 체중은 아님 ㅠㅠ)
이 모든것을 잘 조합하여 제일 가고 싶었던 병원에 원서를 넣었지만 서류탈락이 되더라구요.
열심히 준비했는데.. 많이 정말 많이 아쉬웠지만. 제가 정신 차린 그 기간동안만큼은 최선을 다한걸 알아서 후회는 없었어요.
그리고 취업공고가 나는 병원들에 차례차례 원서를 던져보았고
면접기회도 몇번 갖게 되었어요.
제가 키도 작고, 몸무게도 많이 나가고, 성적도 높지 않고(올려봤지만 학과에서 상위 44%..), 빽도 없지만.
면접에는 약간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면접에 올인하며 최선을 다했던것 같아요.
그리고 면접을 통과한 후에 아슬아슬한 신체검사까지.. 빈혈이 심해서 걱정했어요..
그런 시간들을 보내고, 드디어 어제 최종 합격을 받았습니다.
제가 계속 희망했던 병원은 아니지만, 간호사로서의 제 스펙을 쌓기에 더할 나위없이 좋은 곳이라고 생각해요.
많이 힘든 곳으로 유명한 병원이지만 ㅎ..
이렇게 제가 취업이란 걸 할 수 있다는것에 참 감사해요.
늦게나마 내가 했던 노력들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에. 정말 제 자신이 뿌듯하고 믿고 기다려준 부모님께도 감사해서 참 기뻤어요.
아직 국가고시가 남았지만.. 이것도 잘 해낼거라고 다짐해요.
간호사가 된 후에 많이 힘들고, 괴롭고.. 또 우는 날도 많겠지만
제가 이렇게 힘들게 성취한 직장이라는 사실을 평생 잊지 않으려구요.
그리고 매번 '이건 너무 늦어버렸어'라는 생각이 들 때에 , 이 순간들을 떠올리고 아무것도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재미 없는 글이라 다 읽는 분이 몇 안될거 같지만..
축하해주시면 감사할거 같아요 ㅎ
댓글이 아니라 마음으로만 축하해주셔도 정말 기쁠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