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 박근혜 - 김무성.. 대를 이어, 노무현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되는 과정에서도,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동안에도, 은퇴후에도, 사후에도 그들은 틈만나면 "이게 다 노무현 탓이다." 를 연발한다.
나는 참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이제 돌아가신 분이고, 왜 거기에 그렇게 집착할까.
왜 김대중 + 노무현도 아니고 김대중도 아니고, 야당의 다른 그 누구도 아닌. 노무현일까.
보수 세력은 김대중 대통령보다도 노무현 대통령을 훨씬 싫어한다. 아니, 한국 현대사에서 그정도까지 보수세력이 싫어하는 사람은 없었다.
이건 일반적인 수준의 남탓이나 증오를 넘어서있다.
흔히 노무현을 '무시'했다고 하는데, 그들은 노무현을 결코 무시한적이 없다.
우리는 무시하는 대상을 그렇게 공격하지 않는다. 무시의 대상은 말 그대로 없는 취급을 한다.
그들은 한 번도 노무현을 무시하지 않았다. 그렇게 집요하게 조롱하고 공격의 대상이 됐던 사람은 한국 정치사상 전례가 없다.
당선부터 사망후까지 그들은 "왜 저렇게까지 하지?" 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노무현을 싫어한다.
사람들은 그것이 노무현이 "아웃사이더" 였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비주류"였기 때문이라고. 서울대가 아니라서. 학연이 없어서. 파벌이 부족해서..."무시" 한다고.
그런데 최근에 내가 느끼는 바는 조금 다르다. 무시하지 않는다. 그들은 결코 노무현을 무시했던적이 없다.
"무시"란 무엇이냐. 없는 사람 취급하는 것 이다. 급이 안된다. 상대할 이유가 없다.
그들은 한번도, 노무현을 무시했던 적이 없다. 그들은 적극적으로 공격하고, 물어뜯었다.
노무현이 권력을 쥐고 있을 때도, 임기가 끝나고 나서도, 심지어 이제는 죽었는데도 그들은 친노라는 딱지를 붙이고,
걸핏하면 부관참시를 하려든다.
이걸 '무시'라고 명명한다고? 비주류에 대한 무시? 아니다. 이건 무시가 아니다.
우리는 무시하는 대상을 공격하지 않는다. 공격할 이유가 없다. 그냥 없는 취급한다.
노무현이 '무시당한다' 는 표현은 심히 잘못된 표현이라는 생각이 든다.
싫어한다? 정치인이라는 것은 단지 싫다는 이유만으로 그렇게까지 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정치인들이 개인적으로 누굴 싫어하고 무시한다고 공개석상에서도, 비공개석상에서도,
언론에 온오프로 그렇게 모든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해서, 누가봐도 말이 안되는 조롱과 공격을 퍼부으며,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며 공격하는 것을 보았나? 그것도 당시의 대통령에게?
탄핵이 될거라고 생각햇을까? 아니다. 그들이 그렇게까지 멍청하지 않다.
어떤 감정이 그들을 '멍청하게' 만든 것 이다. 정상적인 판단을 막은 것 이다.
이건 싫어해서가 아니다.
누굴 싫어한다고, 그것도 '별거 아닌게 대통령까지 하네' 라는 시시한 이유로 현직 대통령과 맞불을 놓을만큼 정치인들은 멍청하지 않다.
그렇게 감정적이고 앞뒤 못가리고 대중없이 행동하는 인간들이 아니다.
그럼 대체 뭐였을까? 노무현에 대한 그들의 태도는. 도저히 이성적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인간이 합리적인 판단을 모두 내려놓는 순간이 있다.
"공포." 공포다. 무서울 때. 우리는 무서울 때 이성을 내려놓는다.
그리고 우리는 공포감을 느낄 때, 그 공포의 대상을 제거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
공포가 크면 클수록 우리는 그것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우리는, 싫은 것은 참아도 무서운 것은 못 참는다.
사람들은 아주 흔하게, 한 때의 이익을 위해 우리는 싫은 것과도 손을 잡고, 혐오하는 것과도 기꺼이 타협한다.
그리고 이렇게 한 때의 감정을 접어놓고 이득을 좇는것에 가장 익숙한 것이 정치인이다.
그러나 그들은 절대로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들에게 노무현은 오로지 없애야 할 대상이었다.
살아서도 죽어서도, 그들에게 노무현은 그런 대상이다.
나는 이것을 '공포'로 설명하고 싶다.
무서운거다. 노무현이. 아니 정확히는 노무현이 상징하는 어떤 것이. 참을 수 없게 두려운 것 이다.
그래서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 공포감을 제거해버리고 싶은 것 이다.
심지어 그게 불가능한 방법이라는게 옆에서 보면 뻔히 보이는데도 (탄핵) 감행하는 것 이다.
그 똑똑한 놈들이 그렇게까지 멍청하게 만들어 버리는 것. 그것이 공포다. 무섭기 때문이다.
그들 스스로도 느끼지 못 하는 것 같다. 그게 혐오나 무시가 아니라 공포에 가까운 감정이라는 것을.
어쩌면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내가 무시하던 어떤 것' 이 나를 위협하는데서 오는 그 본능적인 공포감.
바로, 노무현이 가진 특이성이 상징하는 바다. 그 특이성이 바로 공포의 정체라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성공하는 사람들의 특징이 있다.
일단 자존심과 품위가 없다. 인간이 가져야 할 품위. 당당함. 자존심. 꿋꿋함. 정의. 양심. 그런것을 다 내려놓는다.
오로지 이득, 돈, 권력. 이런것들을 위해 양심, 자존심, 지조 같은 것은 쓰레기 취급을 한다.
둘째로 약자에게 잔인하고 강자에게 비굴하다. (윗부분과 겹치는 부분이 있다.)
약자에게 착취하고, 그것을 강자에게 갖다바치며 더 상류사회로의 진입을 꿈꾸고, 그렇게 확보한 더 높은 지위로
다시 아랫사람을 착취하는 것. 그것이 한국 근현대사에서 성공한 사람들이 선택하는 삶의 방식이었다.
셋째로 바로 "줄을 잘 서는 것" 이다. 학연, 지연. 솔직히 다들 인정하는 바 아닌가?
한국에서 한자리 하고 싶으면, 줄을 잘 서야 한다. 학연 지연의 본질은 바로 '줄 서기 문화' 이다.
마지막으로는, 성공을 향한 코스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 이다.
우리 사회에는 분명한 성공 코스가 있다. 성공 공식이 있는 것 이다. 최소한 학교는 어디를 나와야하고,
직종마다 조금씩 루트는 다르지만,
성공으로 가는 코스가 존재하고, 이 성공의 코스는 강자들이 만들어놓은 코스이다.
강자들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링에서 싸우도록 잘 꾸며져 있다.
바로 이 지점이. 그들이 노무현에게 극도의 공포를 느낀 이유일 것 이다.
자신들이 근 100년간 만들어놓은 이 질서에 아무도 저항할 수 없었다. 저항하다가 모두 꺾였고, 죽었고, 시시하게 사라졌다.
그런데 거기에 저항한 것 이다. 그들이 정해놓은 성공 법칙. 그들이 정해놓은 출세의 코스.
그 정교하고도 치밀한 시스템 뚫고 나온 놈이 생겨버린 것 이다. 그것도, 그냥 돈 잘벌고 좀 유세떠는 수준이 아니라,
무려 대통령이 된 것 이다.
줄 서지 않는다. 비굴해지지 않는다. 아웃사이더로 산다. 학연도 없고 지연도 없다. 정의를 져버리지 않는다.
그런데 성공해버린 것 이다. 그것도 그들이 그렇게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 대통령이 되버린 것 이다.
그리고 이걸 노예들이 본 것 이다.
그들이 만들어놓은 시스템속에서, 비굴하게 짐승처럼 살아가지 않아도 대통령까지 될 수 있다는 것을.
노예들이 그걸 봐서는 안됐다.
그들은 이제 정의를 말하고 싶어할 것 이다.
그들은 이제 비굴해지려 하지 않을 것 이다. 그들은 이제 당당해 질 것 이고,
자신의 것을 요구할 것 이고, 싸워도 된다는 용기를 얻을 것 이다.
바로 그것이, 기득권의 공포를 그렇게도 자극한 이유였다.
"이놈이 계속 잘나가면, 사람들이 이놈을 따라하면, 우리가 만들어놓은 노예 사회의 근간이 뿌리채 흔들릴 것 이다."
바로 그 공포가 그들을 그렇게 미치게 만든 것 이다. 다 뺏길 것 이다.
노예들이 정의를 말할 것 이고, 품위를 말할 것 이고. 당당해질 것 이고.
그래도 나는 성공 할 수 있다고 믿을 것 이고. 그렇게 자신감과 품위를 되찾는 순간,
그들은 더 이상 노예가 아니라 인간이고, 자신들을 내쫓을 힘을 얻는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 이다.
적어도 내가 바라본 바는 그랬다. 노무현이 상징하는 바는 그것이었다.
기존 질서의 파괴. 천한 것들이. 나와는 비교도 안되는 천한 것들이 내 자리를 위협할지 모른다는 위협감.
수천 수만의 노예들이 , 더 이상 노예가 아니라 감히 나와 같은 인간이 될 수 있다고,
내 말을 듣는 개가 아니라 인간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몽둥이를 들고 나를 쫓아올 것 이라는 공포감.
그게 바로 그들이 느낀 공포였을 것 이다. 자신들이 만들어놓은 절묘한 시스템이 붕괴하는 것.
인간을 노예로 만드는 법은 쉽다. 인간을 개로 만드는 것은 더욱 쉽다.
패배의식. 절망감. 그리고 나에게 복종하는 것만이 살아남을 길이라는 것을 확실히 심어주는 것.
헬조선. 맞다. 헬조선. 벗어날 수 없다. 이길 수 없다. 그 패배의식. 그 절망감.
그들이 심어주고 싶었던 것. 그래서 그들은 헬조선에 분노하는 젊은이들을 결코 두려워하지 않는다.
마음껏 조롱하고 무시한다.
이게 맞는 것 이다. 이래야 하는 것 이다. 다시는 노무현이 같은 미친놈이 나오면 안되는 것 이다.
두들겨 패면 눈을 부릅뜨는 미친놈. 어떤 상황에서도 아닌건 아니라고 말하는 또라이.
그렇게 하다 맞아죽어 없어져야 하는데, 대통령까지 되버리는 그런 최악의 사태가 벌어져서는 안되는 것 이다.
그렇게 세상의 질서를 흔드는 놈이 나타나서는 안되는 것 이다.
그리고 요즘은, 딱 그들이 원하는 세상이 된 듯 하다.
- 세 줄 요약
보수는 노무현이 싫었던게 아니라 무서웠다.
자기들이 만들어놓은 노예 육성 시스템의 틀을 부수고 올라온 놈이라. 그리고 그게 노예들에게 용기를 줄까봐.
절망과 패배의식을 뚫고 올라올까봐. 그래서 요즘은 태평성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