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아티스트 문준용씨
지난 29일 서울 강서구 작업실에서 만난 문준용씨는 “부산 장전중 시절 일본 애니메이션에 빠져 애니메이션 비디오테이프를 사모으는 데 용돈을 거의 다 썼다”며 “미대 진학을 결심한 것은 고3때였다”고 말했다. 최근 이재명 경기지사의 발언으로 또다시 촉발된 취업 특혜 의혹과 관련해서는 “할 말이 많지만 자제하고 있다”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고, 어떻게 대응할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김영민 기자
지난 29일 서울 강서구 작업실에서 만난 문준용씨는 “부산 장전중 시절 일본 애니메이션에 빠져 애니메이션 비디오테이프를 사모으는 데 용돈을 거의 다 썼다”며 “미대 진학을 결심한 것은 고3때였다”고 말했다. 최근 이재명 경기지사의 발언으로 또다시 촉발된 취업 특혜 의혹과 관련해서는 “할 말이 많지만 자제하고 있다”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고, 어떻게 대응할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김영민 기자
광주 미디어아트 페스티벌에 ‘확장된 그림자#2’ 출품 전시 중
증강현실 접목한 작품, 해외 유명 미술관서 잇따라 초대 전시
곤 사토시 애니 ‘퍼펙트 블루’ 보고 충격…고3 때 미대 진학 결심
지난 29일 찾아간 그의 작업실은 주택과 유흥주점들이 혼재돼 있는 서울 강서구의 허름한 3층 빌딩 안에 있었다. 호프집과 노래방이 함께 세들어 있는 건물이어서 작업공간으로는 썩 좋아 보이지 않지만, 임차료가 저렴해 선택한 곳이라고 했다. 계단을 올라 문을 열고 들어선 30평 정도의 작업실 공간에는 65인치와 42인치 TV 2대, 컴퓨터 모니터 2대, 책상과 의자들 외에도 작업에 필요한 각종 도구들이 바닥에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작업실 주인은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이기도 한 미디어아티스트 문준용씨(36)다. 그는 뉴욕현대미술관(MoMA) 등 국내외 유수 현대미술관들의 기획전(그룹전)에 초대되기도 했다. 지난 28일 개막해 오는 7일까지 계속되는 ‘2018 광주 미디어아트 페스티벌’에도 작가로 참여하고 있다.
그런데 요즘 그의 이름은 미술계보다는 엉뚱한 곳에서 자주 소환되고 있다. 이재명 경기지사의 ‘혜경궁 김씨’ 트위터 사건과 관련해 문씨의 특혜채용 의혹이 또다시 거론되면서 정치권 공방이 뜨겁기 때문이다. 이날 인터뷰는 작품 이야기로 시작했지만 결국 정치권 공방과 가족이야기까지 이어졌다. 그는 ‘작가’ 문준용이 아닌 ‘대통령 아들’ 문준용으로만 재단하려는 세간의 시선을 갑갑해했다. 같은 이유로 자신을 끊임없이 정쟁의 도구로 삼으려는 정치권 움직임에 부당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 이번 페스티벌에 출품한 ‘확장된 그림자#2’는 어떤 작품인가요.
“관람객이 조형물에 센서가 달린 손전등을 비추면 하얀 벽면에 조형물의 그림자가 나타나요. 그 그림자에 프로젝터로 가상현실 영상을 정교하게 일치시켜 보여줍니다. 그러면 그림자 안에 증강현실이 생기죠. 다시 말해 여러 겹의 그림자 사이에 숨겨진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거예요. 현실의 조형물은 속이 꽉 찬 물체인데 그림자로 보면 내부에 공간이 있고 거기엔 사람도 살고 있어요. 관람객은 스스로 손전등의 각도와 위치에 변화를 줘서 그림자들의 크기를 조절하면서 다양한 가상현실 세상을 관찰하며 놀이를 할 수 있죠.”
문씨는 휴대폰을 꺼내 직접 촬영한 작품 동영상을 보여줬다. 손전등을 조작하는 사람의 의지에 따라 사각 조형물들의 그림자들이 나타났고, 이어 그 그림자들에 여러 개의 창들이 생겼다. 창 안으로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사람들이 보였고, 그중 한 여성은 기자를 보며 손까지 흔들었다. 그가 만든 그림자 세계는 가상과 현실, 상상의 경계에 있다.
- 이 작품의 아이디어는 어떻게 나왔습니까.
“공간에 예기치 못한 가상현실을 입힘으로써 재미를 주는 작품들을 원래 많이 해왔어요. 그러던 차에 증강현실 그림자 작업을 하게 된 것인데 예상했던 것보다 재미있는 요소가 훨씬 더 많다는 것을 발견했죠. 2010년 제작한 ‘확장된 그림자#1’에 이어 2번을 제작하게 된 이유예요.”
‘확장된 그림자#1’은 문씨가 미국 파슨스 디자인 스쿨(이하 파슨스 스쿨) 졸업 작품전에서 첫선을 보인 작품이다. 네모난 큐브(주사위 형태 나무) 밑면에 위치추적 마커를 붙여서, 나무 큐브를 들어 옮기면 증강현실 그림자가 생성되는 작품이다. 관람객은 큐브를 움직이며 그림자 세상에 참여할 수 있다. 이 작품은 발표 직후부터 뉴욕현대미술관(MoMA), 스페인 바르셀로나미술관, 이탈리아 로마 국립21세기현대미술관 등 해외의 권위 있는 현대미술관의 기획전(그룹전)에 잇따라 초대됐다. ‘원닷제로’ 등 다양한 디지털영상페스티벌에서도 전시됐다. MoMA의 건축·디자인 수석 큐레이터 파올라 안토넬리는 2011년 한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주목하는 한국 작가 중 한 명으로 문준용씨를 꼽았다.
- ‘확장된 그림자#2는 전작 1번에 비해 기술적으로 진일보한 건가요.
“1번은 테이블 정도의 규모에서 관람객이 큐브를 움직이면서 위에서 그림자 세상을 보는 것이지만 규모가 한층 커진 2번은 관람객이 조형물 사이에 들어가서 그림자 세계를 관찰할 수 있어요. 센서가 한층 정교해지고 스케일이 커지면서 기술적으로 가능해진 일이에요. 덕분에 앞으로는 작품 소재도 자연, 유령, 기계 등 한계 없이 다양하게 발전시킬 수 있겠다고 기대하고 있어요. 그림자 세계 대신 빛의 세계를 보여줄 수도 있고요.”
- 보통 작품 하나 제작하는 데 얼마나 시간이 소요되나요.
“구상부터 완성까지 6개월 걸렸어요. 위치추적 센서, 유·무선 송수신, 모빌리티를 위한 배터리 충전 등의 전자장치도 제가 직접 다 개발해 사용하거든요.”
- 보통 예술은 배고픈 직업이라고 하잖아요. 작품이 팔리기도 합니까.
“전시만으로 수익이 난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일부 작품은 판매도 됐어요. 수익이 나기 때문에 (예술을 하며) 버틸 수 있는 거예요(웃음).”
- 2015년 지인들과 게임회사 ‘티노게임즈’를 공동 창업해 그래픽 연출을 담당했죠. 이 회사에서 만든 전략 게임 ‘마제스티아’는 150개국에 수출됐는데, 지금도 회사의 이사직을 유지하고 있나요.
“올해 손을 뗐어요.”
- 작품활동에 전념하기 위해서인가요.
“티노게임즈에서 더 이상 제가 할 일이 없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제가 앞으로 게임상품을 개발하지 않겠다는 얘기는 아니에요. 티노게임즈에서도 미디어아트 제작과 동일한 업무를 했는데, 요즘은 수준 높은 예술게임이 많이 나와요. 미디어아트 작품을 게임처럼 만들어 앱스토어를 통해 판매하는 작가도 있고요. 저도 확장된 그림자 콘셉트를 이용한 게임을 만들 수 있어요.”
- 1981년 부산 태생이죠. 미술작가가 되겠다는 꿈은 언제부터 꾼 건가요.
“어려서부터 애니메이션을 좋아했어요. 일본과 가까워서인지 부산의 보수동과 광안리 쪽에 일본 애니메이션이 담긴 불법 비디오테이프와 ‘엑스 재팬’ 등 일본 아이돌의 화보를 판매하는 점포가 많았어요. 저는 중학생(부산 장전중학교)일 때 용돈이 생길 때마다 버스를 타고 광안리에 가서 일본 애니메이션 비디오테이프를 샀어요. 방에 한 줄로 쌓아올리면 천장에 닿을 정도로 많이 사모았죠(웃음). 그 시절 애니메이션 작가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 특별히 좋아한 작가나 작품은요.
“미야자키 하야오도 괜찮았지만 <에반게리온> 감독 안노 히데아키를 좋아했어요. 또 <퍼펙트 블루>를 연출한 곤 사토시의 작품은 다 봤는데 <퍼펙트 블루>는 정말 쇼킹했어요. 현실과 환상, 자아와 내면의 자아의 모습을 몽환적으로 형상화한 작품인데, 표현기법으로 자아가 내면의 다른 곳에 투영된 자신의 또 다른 자아를 보고 있는 게 나와요. 제 작품도 그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어요.”
- 애니메이션에 빠진 아들 때문에 어머니 김정숙 여사의 걱정이 컸겠는데요.
“애니메이션과 게임을 좋아해 걱정을 끼치긴 했지만 심하지는 않았어요. 공부도 잘한 편이었고요.”
- 애니메이션 작가를 꿈꿨으면서 왜 인문계고교(부산 지산고)에 들어갔나요.
“미대 진학을 결심한 것은 고3 때였어요. 참다 참다 꼭 해야겠어서 부모님께 말씀드렸어요. 부모님께서는 별로 좋아하시지 않는 눈치였지만 그렇다고 드러내놓고 만류하시지는 않았어요.”
- 뒤늦게 미대 입시를 준비하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요.
“딱 1년 미술학원 다니면서 열심히 준비했어요.”
예·체능계 수험생들 가운데 수능점수로 상위 1% 안에 들었던 그는 2000년 건국대 시각멀티미디어 디자인과에 입학했다. 당시 애니메이션과가 있는 대학은 세종대가 유일했고 동양화나 서양화, 또는 산업디자인에는 뜻이 없어 선택한 전공이라고 했다. 대학 시절 문씨는 애경, CJ미디어, LG텔레콤, 현대캐피탈 등 대기업에서 주최한 광고 공모전에서 수상했다.
- 대학 시절 내내 부모로부터 경제적 도움을 거의 안 받고 생활비를 직접 벌어 쓴 것으로 알아요.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요.
“자수성가하고 싶다는 생각이 많았어요. 식당, 술집, 생과일주스 가게, 커피숍, 막노동, 인테리어공사, 길거리에서 인터넷 가입 유치 알바 등을 했어요. 학년이 높아져서는 디자인 외주 알바를 했고요.”
- 졸업을 앞둔 2006년 12월 고용정보원 공채시험 일반직에 응시해 합격해 이듬해 1월부터 출근했죠. 2017년 대선 당시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이 문준용씨의 특혜채용 의혹을 제기했다가 제보가 조작됐음이 밝혀지면서 가라앉았는데 이재명 경기지사 발언을 촉발로 최근 또다시 이 문제가 정쟁거리로 부상했어요. 이에 대해 문준용씨는 아직 어떠한 발언도 안 했는데, 이유가 뭔가요.
◆“예술적 재능은 외가 쪽에서 받아…설마, 친가 쪽이겠습니까?”
자수성가하려고 대학시절부터 안 해본 알바 없을 정도
고용정보원 휴직 후 뉴욕 유학은 대학시절부터 계획했던 것
어머니가 집안 주도권 잡냐고요? 아니에요, 아버지세요
“할 말이 많지만 자제하고 있어요.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고, 어떻게 대응할지 검토 중이에요. 도가 지나치면 가만히 안 있을 겁니다. 대선 당시 특혜 취업 의혹을 제기한 야당의원들을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은 진행 중이고요(문씨는 지난 4월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과 같은 당 서울 광진을 당협위원장을 지낸 정준길 변호사, 바른미래당 하태경 최고위원을 상대로 각각 8000만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또 국민의당 제보조작 사건에 연루된 이들과 바른미래당 등을 상대로도 총 2억5000만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 스트레스가 크겠군요.
“익숙해져서 괜찮아요. 스트레스 받으면 제가 지는 거죠.”
- 대통령 아들이라는 자리가 어떤 자리 같습니까. 지난해 ‘평창미디어아트 프로젝트’에 작품이 초청된 것을 두고도 대통령의 아들이어서 특혜를 받은 게 아니냐는 말이 나왔잖아요. 당시 문준용씨는 법률 대리인을 통해 “무분별한 특혜 의혹 제기는 힘들게 쌓아온 실적을 폄훼하는 행위”라며 “대통령 아들이라는 이유로 모든 작품 활동에 비방을 받는다면 역차별”이라는 내용의 입장문을 내기도 했는데요.
“대통령 아들이라서 주어지는 특권, 혜택은 어떠한 것도 없어야 해요. 국민들은 대통령을 뽑은 것이지 그 가족을 뽑은 게 아니고, 대통령 자리가 세습되는 것도 아니니까요. 제 일상은 대선 전과 달라진 게 하나도 없어요. 그런데도 네거티브로 정치 쟁점화시키는 일이 너무 많아요. 고용정보원 건도 정치쟁점화해서 대통령을 공격하려는 거잖아요. 부당한 일이에요.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것이니까요. 그런데 제가 아무리 그게 나쁜 것이라고 혼자 주장한들, 정권이 바뀐들, 바뀌겠습니까? 반농담으로 드리는 말씀이지만 미래에는 청와대에 대통령 가족을 겨냥한 네거티브에 대응하는 팀이 별도로 필요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예요.”
- 고용정보원 입사 14개월 만인 2008년 휴직계를 내고, 파슨스 스쿨 ‘디자인&테크놀로지’ 석사 과정에 들어갔잖아요. 고용정보원 입사 전에 외국의 여러 대학원에 입학 신청서를 제출했고, 입사 직후 뉴욕의 SVA(School of Visual Arts) 등 세 곳으로부터 합격통보를 받은 것으로 아는데, 왜 파슨스 스쿨을 선택했나요.
“입학 신청을 1년 연기해도 학비의 50%에 해당하는 장학금을 준다고 했기 때문이에요. 유학은 대학 재학 시절부터 계획했던 것인데, 합격 통보를 받고도 실무 경험을 쌓는 게 좋겠다고 판단해 입학을 미룬 거예요. 입학하고 나서 알았지만 파슨스 스쿨은 인터랙트아트 뉴미디어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학교예요. 잭 커리 리버맨 등 유명한 작가들이 이 학교에서 강사로 학생들을 가르쳐요.”
- 유학생활 중에도 아르바이트를 해서 생활비를 직접 벌어 썼나요.
“장학금 외의 학비와 생활비는 부모님이 도와주셨어요. 학생 비자를 받아 아르바이트를 하는 게 불법이거든요. 대신 돈을 최대한 쓰지 않으려 노력했어요. 제가 호화 빌라에서 살았다느니 외제차를 탔다느니 하는 얘기도 대선 때 나왔는데 다 거짓말이에요. 처음에 월 임차료가 650달러인 뉴저지의 ‘원 베드룸(침대가 1개인 방)’에서 대학동창과 살았어요. 나중엔 월 1500달러짜리 원 베드룸으로 이사해 룸메이트와 절반씩 내고 살았고요. 그렇다고 힘들게 살았다는 얘기는 아니에요.”
문준용 “대통령 아들이라 받는 특혜는 당연히 없어야…할 말 많지만 자제 중”
- 문준용씨가 태어나기 한 해 전인 1981년 문재인 당시 변호사는 부림사건을 맡았어요. 아버지가 인권변호사로서 너무 바빠 아들과 많이 시간을 못 보냈을 것 같은데 어땠습니까.
“그랬죠. 너무 바쁘셨으니까요.”
- 문 대통령은 아버지로서 어떤 분이었나요.
“늘 과묵하셨고, 항상 책을 끼고 사셨어요. 식사를 하실 때도, 휴가를 가서도 책만 읽으셨어요. 스스로 활자중독이라고 인정하실 정도니까요.”
- 문 대통령이 자녀들에게도 책을 많이 읽게 했습니까.
“어릴 때 가족이 다 같이 대형 서점에 가는 일이 저희집의 외출행사였어요. 아버지는 저와 동생(문다혜씨)에게 책을 추천해주시기도 하고 직접 고르게도 하셨어요. 그 영향 때문에 저도 책을 많이 읽어왔고, 지금도 책을 많이 읽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 아버지가 자주 어린 자식들에게 당부하던 말씀이 있나요.
“아버지는 자식들에게든 누구에게든 잔소리를 하시는 성격이 아니세요. 한 가지 제가 어릴 때부터 들어온 기억나는 말씀은 겸손하라는 거예요. 겸손하면 자기가 직접 나서지 않아도 사람들이 알아줄 거라고 하셨어요. 돌아보면 아버지 인생이 그러셨어요. 대통령이 되신 과정도 그랬고요.”
- 어릴 때 피아노, 기타 같은 악기도 배우고, 중학생 때는 프로그래밍 과외도 받았던데, 김정숙 여사의 자녀 교육열이 뜨거웠나 봅니다.
“저희 어머니는 공부하라는 말씀은 안 하셨어요. 다만 실험정신, 개척정신이 진짜 강하세요. 한 예로 C++(고급 프로그래밍 언어)가 대세이고 오래 갈 것이라는 것을 아시고 제게 배우게 하셨어요. 제가 석사 졸업작품으로 만든 ‘확장된 그림자#1’도 C++로 만든 거예요.”
- 김정숙 여사가 성악을 전공했으니 예술적 재능은 모계로부터 받은 것이겠네요(그의 이모 중에는 패션디자이너나 미술 분야에서 활동한 사람도 있다).
“그럼요, 아니면 설마 친가 쪽이겠습니까(웃음).”
- 2011년 자서전 <운명>을 펴낸 것을 기점으로 아버지가 정치를 시작하는 것에 대해 어떤 입장이었습니까.
“저는 속으로만 반대했어요.”
- 왜 반대했나요.
“아버지의 성격이 정치와 안 맞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아버지 본인도 그렇게 생각하셨고요. 당시의 아버지는 사람 만나서 악수도 잘 못하셨어요. 정치를 하려면 앞에 나서서 사람들을 이끌어야 하고 다른 이들과 부딪치는 것도 즐길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아버지는 그런 성격이 아니셨어요.”
- 대통령이 된 지금은 그때와 비교해 어떤 것 같습니까.
“변하셨어요. 지금은 말씀도 잘하시고, 정치인 같아지셨어요. 잘하고 계신다고 생각해요.”
- 대통령의 자리가 해외순방도 잦고 힘든 자리잖아요. 자식으로서 건강에 대한 염려도 클 테죠.
“그렇죠. 대선 전과 비교해 살이 찌셔서 걱정이에요. 살이 찐다는 것은 건강관리를 잘 못하고 있다는 거니까요.”
- 세 차례의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있었던 날, 청와대에 들어가서나 전화통화로라도 아버지와 따로 교감했나요.
“하하하…. 통화도 안 했어요. 경상도 사람 아시잖아요. 우리 집안은 전화 안 하는 스타일이에요.”
- 동생 다혜씨가 정의당원이라는 사실을 신선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많아요. 정치적 지향과 관련해 부녀간에 토론이 있었을까요.
“모르겠어요. 동생이 정의당원인 줄은 저도 언론 보도 나오고 알았어요.”
- 언론 보도 후에 관련해서 동생과 대화를 안 해봤습니까.
“우리는 그런 거 상관 안 하고, 시시콜콜한 통화 잘 안 해요.”
-부모님이나 동생에게 너무 무뚝뚝한 거 아닌가요.
“누굴 보고 배웠겠습니까. 하하하….”
- 2014년 결혼해 슬하에 만 3세 된 아들이 있죠. 대통령 내외의 손주 사랑이 클 텐데, 재롱 보여드리려 청와대에 종종 들어갑니까.
“아기는 자주 보여드리려고 해요. (청와대에) 가면 부모님과 같이 식사하고요. 그런데 저는 9월인가 10월에 가서 뵌 이후로 못 뵀어요. 저도 바빴고 부모님도 최근 몇 달간 한국에 잘 안 계셨으니까요.”
- 부모님이 해외 순방에서 돌아오면서 손주 선물도 사오나요.
“사오시죠. 주로 먹을 것이나 장난감 사다주세요.”
- 문 대통령은 과묵한 반면 김 여사는 흥이 많고 적극적이잖아요. 성격상 집안에서 주도권을 쥔 쪽은 아무래도 김정숙 여사겠죠.
“(빙그레 웃더니) 아니에요. (주도권을 쥔 분은)아버지세요.”
그는 가족 이야기에는 말을 세세하게 하지 않았다. 바람이 뭐냐고 물었다. 돌아온 답은 “좋은 작가로 인정받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그는 이날 인터뷰가 ‘대통령 아들’ 문준용이 아닌 ‘미디어아티스트’ 문준용에 집중되길 원했다. 하지만 독자들이 가장 궁금해할 내용을 담지 않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