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라서 그런가요, 떨어지는 낙엽을 보니 후치가 보고 싶습니다.
해가 지는 방향으로 말을 달리며 매일 아침 다른 하늘을 보며 눈을 뜨던 후치가 보고 싶습니다.
후치가 눈을 뜨고 하늘을 살피며 어젯밤의 기억을 떠올릴 때,
나는 왜 매일 같은 천장을 보며 눈을 뜨고 굳이 기억을 떠올릴만한 저녁이 없다는 것에 아쉬워 했었지요.
오거파워건틀릿을 끼고 바스타드 소드를 남의 팔처럼 휘드르며 괴물초장이로 불리던 후치가 보고 싶습니다.
전투에 임한 칼날은 열심히 닦아주고 갈아주어야 오래 쓸 수 있다는 걸 가르쳐 줬었던 후치가요.
케이건 드라카가 보고 싶습니다.
차가운 대륙에서 나가의 살점을 뜯어 입속이 체온으로 녹이며 한점 한점 먹어 삼키던 최후의 키탈저 사냥꾼을 보고 싶습니다.
금방 원수의 종족 목을 베고도 마지막 유언을 위해 식도로 바람을 불어 넣어 주던 아라짓전사가 보고 싶습니다.
사랑하던 아내가 좋아하는 꽃을, 원추리를 떠올리지 못해 괴로워 하던 혼자 남은 신랑이 보고 싶습니다.
비형이 보고 싶습니다.
전설 속의 미녀의 이름을 가진 딱정벌레를 타고 다니는 비형스라블이 보고 싶습니다.
칼 아저씨가 보고 싶습니다.
인자한 척 하면서 독설을 내뱉는 언중언의 달인이 보고 싶어요
한때 1년에 1번씩은 드래곤라자부터 정독을 해야 직성이 풀리던 시절이 있었는데,
제가 너무 잊고 살았나 봅니다.
이영도님 신작 나온지 그리 오래 되었던걸 몰랐다니,
그리고 깨달앗지만 더 읽을 것이 없었다니,
가을이라 그런지 일요일이 가고 있어 그런지 이영도님 책이 너무 고프네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