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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가 돌아왔다. 옆에 못생긴 여자애 하나를 달고서였다.
-김영하, 오빠가 돌아왔다
나는 그날의 나들이에 관해서는 할 말이 많다고 생각해왔다.
모두를 당혹스럽고 서글프게 만든 것은 내가 아니라고 말이다.
-황정은, 상류엔 맹금류
그때 나의 몸은 말[言]을 몰라서 어제도 내일도 갖고 있지 않았다.
-김애란, 달려라, 아비
누가 뭐라든 여자는 그 아이가 자신의 아이였다고 믿고 싶었다. 일년이 넘도록 집으로 돌아오지 않은 건 아이의 좁은 보폭 때문이라고 믿고 싶었다. 아이가 그 걸음으로 돌아오려면 아직도 수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할 것이다. 누가 뭐라든, 그렇게 믿고 싶었다.
-하성란, 별 모양의 얼룩
그대는 이 기록을 눈 속에서 발견할 것이다.
나는 눈에 갇혔다.
그대가 부르고 싶은 대로 나를 부르라. 그 남자, 그 기록, 그 새끼, 그 물건, 나는 즉 그다.
-황정은, 뼈 도둑
자, 그만 일어서야 한다. 작별인사를 하듯 그는 맞은편 실루엣을 잠시 응시한다. 거기 시간의 덩어리 하나. 세월의 불룩한 자루 하나가 홀로 방치된 채 소리 없이 녹아내리고 있다. 그 누추한 자루 속에 담긴 한 생애의 모든 시간, 추억, 풍경 그리고 이야기 들도 함께 지워지고 있다. 그렇다. 아주 작고 이름 없는 세계 하나가, 아무도 모르는 사이. 마침내 이 세상에서 영원히 사라진 것이다.
-임철우, 세상의 모든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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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게시판에 좋은 시들이 올라오는 걸 보고, 언젠가 소설의 구절도 올리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다시 단편들을 읽어보고 선정하면서 정말 재미있었어요. 책게 여러분들도 몇 개 안되는 구절이지만,
읽으면서 재미있으셨길 바라요ㅇ0ㅇ!
출처 | 소설집 오빠가 돌아왔다 中「김영하, 오빠가 돌아왔다.」 2014 제5회 젊은 작가상 수상작품집中「황정은, 상류엔 맹금류」 소설집 달려라, 아비中「김애란, 달려라, 아비」 소설집 푸른수염의 첫번째 아내中「하성란, 별 모양의 얼룩」 소설집 파씨의 입문中「황정은, 뼈 도둑」 2014 올해의 문제 소설中「임철우, 세상의 모든 저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