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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에게 없는 리더십 5가지 [박래용 칼럼] ....경향신문
게시물ID : sisa_112026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jkh
추천 : 5
조회수 : 2163회
댓글수 : 11개
등록시간 : 2018/11/12 22:48:03
↑박래용이라 하는 자의 면상

<경향신문>
얼마 전 여권 고위 관계자의 얘기다. 

“2020년 4월 총선까지는 아무것도 안될 것 같다. 자유한국당은 더 잃을 것이 없는 상황에서 개혁입법을 막고 있다. 국회에서 뭐든 합의가 이뤄지면 그것은 이 정부의 공이 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개혁 관련 입법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어두운 전망이다. 무력감의 호소겠지만 자포자기로 들린다. 여소야대 체제에서 제1야당인 한국당의 협조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건 사실이다. 그렇다고 손을 놓을 수는 없다. 그래서 정치가 필요하다. 정치에서 합의 불가능한 사안은 없다. 정치는 가능성의 예술이고 지휘자는 대통령이다. 

30년 가까이 미국 대통령의 보좌관으로 일한 데이비드 거겐 하버드대 교수는 <CEO 대통령의 7가지 리더십>에서 “레이건 전 대통령은 취임 후 100일 동안 49회에 걸쳐 의원 467명을 만났다”고 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여소야대 상황에서 야당 의원들과 골프 회동, 만찬 회동을 가리지 않았다. 거겐 교수는 미국 역대 대통령들의 성공과 실패 원인을 분석한 뒤 대통령에게 필요한 7가지 리더십을 추려냈다. 일관성, 소명의식, 설득력, 협상력, 순발력, 용인술, 대중적 인기다. 

문재인 대통령이 야당 의원을 접촉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여당의 원로그룹조차 대통령을 만났다는 사람이 없다. 문 대통령은 과거 청와대 수석 재직 시절을 회고한 바 있다. 

“청와대 민정수석이 갈등사안의 당사자를 직접 만나 설득하는 일은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내부 반대의견도 있었다. 나는 꼭 내가 아니라도 누구라도 그런 일을 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사회적으로 꼭 주목받지 않는 누군가라도 어디선가 아주 중요한 사회적 문제에 대해 강렬하게 이야기하고 싶어 한다. 그 이야기가 전달되지 않아 안타까워한다. 체면 따지지 않고 나서서 그런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문재인의 운명>)

내치(內治)에 관한 한 지금의 문 대통령은 갈등의 당사자를 직접 만나 설득하는 것 같지 않다. 아주 중요한 사회적 문제에 대해 누군가의 얘기를 듣는 것 같지도 않다. 생래적으로 문 대통령이 기존 정치인, 낡은 관행, 밀실야합식 타협을 거부한다는 건 다 알고 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를 위해 북·미 사이 중재자 역할을 맡아 독특한 성격의 두 정상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냈다. 해외 정상들을 만날 때마다 대화 지지를 호소했다. 문 대통령이 보여준 평화의 촉진자, 중재자, 운전자 역할은 국내 문제에서 더욱 절실하다. 남북 간에 신뢰가 필요하듯이 여야 간에도 신뢰가 필요하다. 북한의 김정은을 설득했는데, 남한의 김성태를 설득 못할 이유가 없다. 정치학자 박상훈은 “정당과 의회가 중심이 되어 일을 풀어가는 것이 당장은 어렵고 복잡해 보여도 결국에는 사회통합에 기여하고 더 오래 지속하는 변화를 만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의 리더십은 일관성·소명의식은 있지만, 설득력·협상력·순발력은 드러나 보이지 않는다. 용인술은 여러 번의 인사실패를 보면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 대중적 인기는 지지율이 말해주고 있다. 

링컨은 남북전쟁이 끝나기 전에 의원 3분의 2 찬성을 얻어 수정헌법 13조(노예제 폐지)를 통과시키려 했다. 그러나 여당 의원이 다 찬성해도 20명의 표가 부족했다. 링컨은 반대만 하는 야당을 탓하지 않았다. 설득, 읍소, 매수, 강요, 속임수 등 모든 수단을 동원했다. 의원들을 백악관으로 부르고 직접 집으로 찾아갔다. 그래서 노예제 폐지 수정헌법은 ‘가장 순수한 사람이 가장 부정한 방법으로 통과시킨 법안’으로 불린다. 

시민의 삶을 바꾸는 것은 제도와 법률이다. 이 정부 출범 1년 반이 지났는데 제도 개혁은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대로라면 개혁이 실현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수많은 개혁은 또다시 좌초될 수밖에 없다. 한 손으로는 매듭을 풀 수 없다. 민주주의는 야당이 있는 체제이고, 집권당은 야당과 함께 매듭을 풀어야 한다. 바다는 개울을 가리지 않고, 태산은 어떤 흙도 마다하지 않는다고 했다. 보수를 욕할 게 아니라 보수보다 실력이 낫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발목을 잡는다고 탓할 게 아니라 그 손을 놓도록 간지럽혀야 한다. 해가 지나면 벌써 문재인 정부 3년차다. 남은 기간도 이런 식으로 갈 순 없다. 2020년 총선까지 기다릴 수 없다. 다음 총선에서 기대했던 환경이 만들어진다는 보장도 없다. 링컨은 눈을 밟아 길을 냈다. 문 대통령은 누군가 눈을 밟아 녹여주기를 기다리는가. 여건만 탓해서는 아무 개혁도 할 수 없다. 야당이 협조해주지 않아서 개혁을 못했다는 건 핑계에 불과하다. ‘핑계’로 성공한 사람은 김건모뿐이다.

박래용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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