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욜인데 출근해서 토욜이 없으므로 음슴체 <- 해보고 싶었어여...
때는 어제, 야근에 지친 몸을 실은 지하철에서 내려 역 출구로 통하는 에스컬레이터 상행선을 타고 올라가는 중이었음
불타는 금요일에 야근을 했고, 내일은 토요일이 아닌 또 금요일이고, 지하철에서 공주님의 만행에 관한 글까지 읽어서 심신이 매우 피로한 상태였음
'내가 이 세상에서 제일 힘들다' 오오라를 뿜뿜 하며 에스컬레이터의 끝을 올려다 보고 있었는데 바로 옆의 하행선에 웬 이상한 광경이 목격됨
4-50대로 보이는 술에 취한 남자가 담배를 피우면서 타고 내려오고 있는 거임 -_- 그 뒤에 선 사람들은 인상만 찌푸리고 아무 말도 못하고 숨만 참고 있음
평소 앞에 딱히 불의를 보면 못 참고 나서는 편은 아니지만 표정관리는 안 되는 그냥 평범한 필자는 평소대로 인상을 찌푸리며 노려보기만 했음
그런데 그 남자가 에스컬레이터 손잡이에 담배를 비벼 끄는 거임 -_-
와 진짜 급 빡쳐서 나도 모르게 육성으로 신발을 찾게 되었는데 그 때가 딱 그 남자와 필자는 상행선과 하행선이 필연적으로 스쳐지나가는 위치였음
그 남자는 필자의 신발을 찾아 주고 싶었는지 "야 너 이 삼시세끼 이리와 봐" 라고 외치며 나를 향해 뒤돌아 섰고 필자는 신발을 찾아 주려는 마음은
고마웠지만 지하철 역에서 담배를 태우고 그걸 또 남들 다 잡는 손잡이에 비벼끄는 행동에 화가 치밀어 있던 상태라 화를 참지 못하고 일갈했음
"이 신발 신고 세끼 챙겨 먹을 놈이 뭘 잘했다고, 어따 담배를 비벼 끄고 지렁이고?"
자기보다 10, 20살은 젊어서 부러운 놈이 자기를 꾸짖기까지 하니 남자는 혈압이 단단히 오른 모양인지 에스컬레이터의 꼭대기까지 도달한 필자를 향해
완전히 돌아서서는 온갖 육두문자를 쏟아붓기 시작했음
그런데 필자가 상행선 꼭대기에 도착했다는 건, 그 남자도 하행선 밑바닥에 도착했다는 이야기.
필자는 에스컬레이터에서 사뿐히 내렸고 남자는 필자의 안부를 살피느라 자신의 현재 위치를 깨닫지 못하고 에스컬레이터 끝의 턱에 걸려 뒤로 자빠짐
필자와 에스컬레이터 승객들은 모두 크게 웃었는데 독자는 웃었을지 잘 모르겠음
아 재미없다 금요일이니까 일이나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