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중인 게임이 어느 새 출시일 코앞으로 다가온 오늘
팀장인 나를 포함해 꼴랑 여섯명 있는 팀원들 모두 집에도 못간 지 어언 열흘이 넘어간다.
이제 곧 백일되는 우리 딸래미 보고싶어서 눈에 뾰루지가 날 지경이지만
기획자라고 맨날 액셀과 워드 들여다보느라 얼굴이 누렇게 뜬 녀석이 둘
유니티와 엔진 개발하느라 햇빛을 못봐서 얼굴이 허얘진 개발자가 둘
맨날 스크립트랑 씨름하느라 안구건조증까지 왔다는 스크립터 하나
이녀석들 보고있자니 가슴이 싸하다.
전쟁터같은 모바일 게임업계에서 이 게임은 한번 꼭 성공시켜보겠다고 꿋꿋이 밀어부쳤는데
이마저 잘 안되면 나야 나가면 그만이지만 이놈들은 어찌할꼬
그저 마음 한켠이 싸하다.
그저 게임이 좋아서 이 업계로 온 게 죄라면 죄겠지
지금이야 젊은 혈기로 밤도 새고 하겠지만, 계속 이렇게 일하면 지금 나처럼 몸 성한 곳 하나 없는
걸레짝같은 몸뚱이가 되겠지
좀 자라 이놈들아
얼굴 꼬라지가 그게 뭐냐
오늘 일정 마무리는 내가 마무리 할테니 다들 앞에 찜질방 가서 샤워하고 잠 푹 자고 나와라
내일 오후 두시에 회의 있으니 그때까지만 나와라
안간다는 놈들 다 보내놓고 앉아있으니 사무실 참 고즈넉하니 좋구나
이놈들아
이녀석들아
이 생떼같은 내새끼들아
이번 게임은 잘될게다
오늘 일정은 내가 다 마무리 해둘게
그러니 염려말고 푹 자거라
오랜만에 깨끗이 씻고 와서
막판 일정 달려보자
사랑한다 이놈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