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글을 추천해 주셨다니 감사하다고 해야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님의 글을 추천할 수 없습니다. 님의 글에서 눈에 띄는 구문을 좀 보겠습니다.
도덕적으로 부패해도 유능한게 나았다.
이해찬은 무책임한 총리다.
우리편이라 생각한 사람의 공격
시스템에 의한 공천
중요한게 인물이다.
이재명이 나온다면 필패다
나의 작은 약점을 감추지 말아야 한다.
도덕적으로 부패해도 유능하게 나았다라는 문장을 쓰면서 이재명 비판은 왜 하시는지. 그리고 나중에 중요한게 인물이고 도덕성이라는 말은 왜 하시는지요. 쟤두루미님이 긴 글을 진심으로 쓰셨다고 믿겠습니다. 그래서 좀 망설여 집니다만 진지하게 답을 써보지요.
일단 전반적으로 님은 님의 개인적 판단을 절대적 정의로 계속 선언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형태로 보면 어떤 논증을 하고 있는 것같지만 사실은 자신이 믿는 것을 나열한 후에 이건 전부 내가 믿는 건데, 다수의 다른 사람들이 나와 다르게 생각하긴 하지만 전부 옳아라고 쓴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님이 님의 판단을 믿고 주장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님은 현재의 시스템이 어떤 결론을 내렸는데 그것이 님의 판단과 다른데도 그걸 전혀 존중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요. 민주당을 포기한 사람만 할 수 있는 겁니다. 어느 누구도 어떤 단체도 완벽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나는 너를 사랑해라고 하면서 누군가를 내 마음대로 조종하려고 하면 그건 그 사람을 지지하는게 아니죠. 마찬가지로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이해찬은 무책임한 총리이니 뽑혀서는 안됐다라고 말하는 것은 개인적 의견으로서는 가능한 것이지만 님이 글을 쓰신 문맥에서는 말이 안되는 것입니다. 왜냐면 그건 그냥 님의 의견일 뿐이고 많은 사람들이 다른 의견을 가졌기에 이해찬이 뽑힌거니까요. 시스템에 의한 공천이라는 게 뭡니까? 쟤두루미님맘대로 뽑는거? 지금 민주당 선거 시스템 누가 만들었습니까? 합의에 의해 만들었고 문재인이 만든거 아닙니까?
님은 민주당을 미워하고 포기할 권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럴려면 민주당을 포기하고 자유한국당을 지지하는 이유라는 글을 쓰시는 것이 더 좋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민주당을 포기한건 몰라도 자유한국당을 지지하고 계시다면 더이상의 대화는 별로 필요없겠습니다. 저는 대화로 개종할 수 있는 것에 한계가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노무현과 문재인의 가치를 존중한다고 하니까 대화를 하는 것입니다. 저는 자유한국당을 지지한다고 하는 사람이나 노무현과 이명박은 똑같다라라고 말하는 사람과는 정치이야기를 하지 않습니다.
우리편이라 생각한 사람의 공격이라는 것도 님의 일방적 선언일 뿐입니다. 사람은 역지사지가 필요합니다. 왜 이재명은 당연히 우리편이 아니라고 생각합니까? 이재명에 대한 비판만 보지 말고 이재명이 서있는 곳도 좀 보시지요. 문재인이 당도 없이 홀로 서있으면 집권할 수 있습니까? 그럴꺼면 민주당은 왜 들어갔습니까. 그냥 친노인사 몇명이서 창당하지. 애초에 노무현은 뭐하러 자기 대접도 잘 안해주는 민주당 들어가서 그런 대접 받았습니까? 그냥 혼자서 노사모랑 대선 출마하지. 그런 식의 편가르기로 무슨 정치를 합니까.
문재인은 국민이 당선시킨 거지만 정치적 파벌로 치면 민주당이 당선시킨 겁니다. 그리고 이재명은 그에 대한 호불호에 상관없이 암울했던 박근혜시기에도 유명 정치인으로 민주당에 있으면서 민주당의 힘이 된 사람입니다. 이재명을 아무리 싫어해도 이재명이 지난 선거에 민주당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새누리당에 있었으면 문재인이 더 표를 받았을거라고 말한다면 그건 상식을 한참 넘는 겁니다. 민주정부를 세우는데 쟤두루미님이나 나같은 사람보다 이재명의 공이 훨씬 더 큽니다. 왜 안그렇겠습니까. 당선여부에 상관없이 대권급 정치인인데. 이재명이 몇표나 가져왔을거라고 생각합니까?
그 이재명이 몇달동안 공격받는데 민주당이 얼마나 방어해 줬습니까? 누가 이재명을 공격했습니까? 스스로 문재인지지자라고 말하고 민주당원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역지사지로 생각해 보죠. 이게 우리편이라 생각한 사람의 공격인지 아닌지. 이재명이 그래서 배신감을 느껴서 자유한국당 입당한다 해봅시다. 과연 그게 문재인 정권에 도움이 되는지. 쟤두르미님은 길게보면 없는게 도움이 된다고 하겠지만 그게 상식을 벌써 초월한 겁니다. 제 상식으로는 대부분의 한국 유권자들은 이재명이 탈당하여 자유한국당에 입당하다면 그걸 민주당과 문재인의 크나큰 패착으로 여길 겁니다. 한가지만 봐도 그렇죠. 경기도를 자유한국당에 바칩니까? 미쳤습니까? 지난 촛불혁명때 서울시장이 박원순이 아니라도 과연 모든 일이 순조로웠을까요? 천만이 살고 삼성이 있는 경기도를 자유한국당에 주는게 문재인에게 도움이 된다고요?
저도 정치인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쟤두루미님은 정치라는 걸 현실에서 얼마나 가까이 느껴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대학때 총학 선거에 관여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도 느꼈죠. 정말 사람들이 원하는 분명한 노선을 가지면서도 존경할만한 인물이 된다는게 얼마나 어려운지. 만약 쟤두리미님이 문재인이나 노무현같은 사람만 원한다면 노회찬이 죽었듯이 모든 진보적 정치인들을 다 죽이고도 모자랄 겁니다. 언젠가는 심지어 문재인에게도 배신감을 느낀다고 할 지 모릅니다. 인간 사는 게 그렇지 않습니다. 설사 문재인이 완벽해도 문재인 가족이나 직원도 모두 완벽한건 불가능합니다. 쟤두루미님이 어떻게 사시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저도 다른 모든 사람들도 완벽하지 않습니다. 정말 이러다가 문재인 정권에 화염병 날리게 됩니다. 완벽하지 않으면 문재인과 박근혜가 똑같습니까? 왜 이러십니까. 자꾸 완벽찾으면 그렇게 됩니다. 이재명싫다는건 님의 선택이니 당연히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여론과 지도자층이 따라오지 않는 건 그게 그럴만큼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시스템의 결론이라는 말입니다. 단지 민주당 정치인과는 달리 다른 정치인들에게는 왜 그렇게 무한한 관용을 베푸는지 모르겠군요.
이재명이 나오면 필패라고 하셨습니까? 여기서 제가 그걸 어떻게 아냐고하면 어 당신은 이재명 지지합니까라고 말하실 겁니까? 우리는 그나마 큰 것, 코앞의 것, 지나간 것 같이 아는 것만 알려고 해도 힘듭니다. 벌써 그렇게 단언하지 마세요. 그런 식으로 누구는 이렇다라고 하는게 파시즘이 됩니다. 님처럼 말하는게 보이는 사람마다 엄벌 운운하면서 전체주의고 공포정치가 됩니다. 지금 이순간 우리나라에서 다음 대선에서 누가 당선될건지 알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며 반대로 누구는 절대로 안될건지도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없습니다. 사람은 심지어 같은 사람도 운명따라 다른 일을 하게 됩니다. 너무 쉽게 인간을 포기해서는 안됩니다. 그러면 다 죽이고 혼자만 남았다가 자기도 죽이게 됩니다.
쟤두루미님 저는 님을 모릅니다. 그래서 대화를 하는데 한계가 큽니다. 상대에 대한 이해에 기반하지 않은 대화란 그런거죠. 제가 나이나 지위로 누굴 평가하겠다는 건 아니지만 님이 중학생인지 30대인지 60대인지, 리더로서 책임을 져보신 분인지 아닌지, 종교인인지 어떤 직업을 가진 분인지 모르면서 하는 대화는 끝이 없습니다.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씀은 우리는 다수의 사람들이 시스템을 통해서 도출한 결과는 존중해야 한다는 겁니다. 만약 우리가 그 다수의 사람들과 같은 공동체 있다고 생각하면 말이죠. 물론 적군이 선택한 답은 지지할 수 없죠. 지금 쟤두리미님이 하고 싶은 것은 공동체 내부에서 대화를 하고 싶은 겁니까. 아니면 적군을 세뇌하고 교육하겠다는 겁니까?
시스템의 결과를 무시하면 님이 하는 것은 적군을 세뇌하고 교육하겠다는 것밖에 안됩니다. 그것도 님의 선택이며 님이 드물게 훌룡한 분이라면 택할 수 있는 길입니다. 하지만 일단 자기가 어디에 서있는지 살피시고 그걸 분명히 하셔야 최소한 적으로서도 예의가 있는 겁니다. 나는 적이 아니고 우리와 같은 공동체 있는 사람이라고 말한다면 불만은 있지만 기본적으로 단체의 의견을 겸허하게 수용하고 내 생각이 옳은지도 돌아보겠다고 해야지요. 나는 당신들과 너무 다르니 한 수 가르쳐 주시겠다고 한다면 순서가 틀렸습니다. 일단 총론부터 하시고 각론으로 가야죠. 이재명이 아니라 내가 왜 자유한국당을 지지하는가 부터 이야기하시고 이재명으로 가야한다는 말입니다. 두서없이 이야기하면 말의 의미를 알 수 없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