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지역선거에서 이재명을 찍느니 남경필을 찍겠다는 주장은 저를 포함한 많은 문재인 지지자들에게 충격을 줬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분들은 그것이 할 수 있는 주장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정치의 상식과 현실을 완전히 무시하는 발언입니다.
1. 정치의 상식이란 뭔가요. 그건 정치의 중심은 기본적으로 정당이라는 겁니다. 무소속으로 집권합니까? 어느 나라나 정치적 의견을 가질 때 정당을 기준으로 사람을 봅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정파성이 외국에 비해 오히려 훨씬 더 강합니다. 솔직히 우리나라 국회꼴을 봅시다. 우리나라 정치인들이 정말 모두 자유로이 행동하고 판단합니까? 거의 거수기에 불과합니다. 다 단체로 찍고 단체로 안찍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예를 들어 충청도에 이익이 되어도 정당이 정략적으로 그걸 반대하면 충청도 의원도 거기에 찬성하기 힘듭니다. 세종시 문제로 새누리당에서 실제로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이명박 정권이나 박근혜 정권때 거기서 여당에 있었던 정치인들, 특히 거기서 한자리 차지하고 이름날렸던 정치인들이 무죄인 사람이 어디에 있습니까? 대표가 이명박이고 박근혜지 사실 거기서 일했던 정치인들이 다 거기에 기여하고 그렇게 일이 되도록 만든겁니다. 그 사람들이 노무현을 죽게 만들고 사대강을 추진하고 자원외교를 추진했으며 박근혜정권의 부패를 방관한겁니다. 그런데 정당을 무시합니까?
2. 인물을 보고 뽑는다는 말은 그럴 듯합니다. 하지만 인물이라는게 그렇습니다. 본인은 본인의 아버지나 형제 자매에 대해 얼마나 아십니까? 가족이나 배우자도 다 모르는게 인간인데 도대체 우리가 티비나 포스터에서 이름이나 보고 듣는 사람에 대해서 알면 얼마나 압니까? 우리는 그 사람의 과거 행적을 보고 그 사람을 이해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한국에서 어떤 정치인이 자기가 누구인지를 가장 잘 표현하는 방법은 바로 어떤 정치집단과 운명을 함께 해왔는가하는 것입니다.
좋은 예가 김영삼이죠. 삼당야합하기 전만해도 김영삼은 분명 우리나라 역사속에서 민주화 운동의 지도자였습니다. 하지만 이 사람은 삼당야합을 해서 전두환 노태우의 손을 잡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김영삼이 전두환 노태우와 같은 당에 있다는 사실을 무시하고 인물보고 찍습니까? 어느 당에 있는가 하는 것만큼, 그 사람이 어떤 이력을 거쳐서 현재의 당에 있는가 하는 것만큼 그 사람을 잘 보여주는 게 없습니다. 저는 설사 문재인이라고 해도 그분이 새누리당의 후보로 대선에 나왔다면 안찍습니다. 그래야 합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뭐가 인물중심 투표입니까.
인물평가는 또 뭘로 합니까? 그 사람이 무슨 말을 하고 무슨 주장을 하는가로 합니다. 사상으로 합니다. 하지만 새누리당-자유한국당은 사상중심의 정당이 아니라 이익단체에 지나지 않습니다. 길게보면 친일파에서 시작해서 이승만-박정희-전두환을 거치면서 잘먹고 잘살자고 이익을 뭉친 집단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말에 일관성이 없습니다. 사상이 없습니다. 그래서 상황이 바뀌면 자기말도 바로 뒤집습니다. 통일 대박론이 좋은 예가 아닙니까? 자기들은 온갖 부정선거를 하면서 노무현이 선거개입했다고 비난하고 탄핵했던 사람들 아닙니까? 그것은 바로 그들이 어떤 사상중심의 정당이 아니라 순전히 이익집단이라는 것때문에 생기는 특징입니다.
그래서 저는 자유한국당계열의 정당에서 오랜간 권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는 것은 그 사람이 어떤 주장을 하건 그 사람은 검증된 나쁜 인간이라는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제 아무리 변명을 해도 결국 그 사람은 새누리당계열 정당이 저질러온 악행을 방관하거나 적극적으로 끼어들었던 겁니다.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으로 뽑자고 설쳤으니까 지금 그자리에 있는 겁니다. 우리나라에서 자유한국당을 지지한다라는 것은 미국에서 공화당을 찍을래 민주당을 찍을래라고 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뜻이 있는겁니다. 자유한국당 계열 사람들은 사상이 있을 수가 없습니다. 일관성이 없는 집단이니까요.
그런데 정당을 빼고 인물을 봅니까? 부질없는 말 몇마디에 속아서?
3. 마지막으로 한가지만 더 하겠습니다. 지난 선거가 어떤 선거였습니까? 그건 문재인 정권 탄생이후 최초의 전국 선거였습니다. 앞에서 한 말 다 빼고도 스스로를 문재인 지지자라고 말하는 사람이 그 선거에서 자유한국당을 찍자고 하는 것이 말이 됩니까. 촛불혁명과 탄핵과 문재인 당선으로 이어지는 적폐청산의 국면에서 경기도지사같은 중요한 자리를 자유한국당에게 주자는 것은 무슨 말입니까. 제 아무리 이재명을 욕한다고 해도 한가지는 인정해야 합니다. 이재명은 새누리당에 빌붙어 호의호식한 정치가가 아니고 나름 유명세를 가진 정치인으로 문재인정권 탄생에 크게 기여한 사람입니다. 민주당의 유력정치인이니까요. 아무리 문재인이라고 해도 안철수 따라나가듯 모두가 문재인을 버리고 혼자 서있었다면 집권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여러 유명 정치인들이 민주당에 있으니까 문재인이 대통령이 된 것입니다. 그런데 스스로를 문재인 지지자라고 하시는 분들이 인물보고 뽑는다면서 자유한국당의 남경필을 뽑자는 주장을 합니까?
어떻게 생각하면 인물이면 남경필이 된다고 하는지 저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이완용도 시서에 능한 멋진 지식인이었다고 하더군요. 그가 만약 나라를 팔아먹지 않았더라면 멋진 조상중의 하나였을 겁니다. 그런데 정말 우리가 이완용을 말하면서 나라를 팔아먹은 부분을 빼고 인물평을 할 수 있는겁니까? 저는 그럴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