空秋 공추
하늘 맑아
빈 자리가 커 보이는 계절에
속실 다 풀리고 거죽 늘어난 빈 북이
굿거리 장단을 친다.
늘어지고 탁한 그 장단에 누가 흥을 맞출까?
이별 때문에 가을이 더 허전한가
가을 때문에 이별이 더 아쉬운가
가슴 풀어 헤치고 탈탈 털어
탁주 먹여 말리고 쪼이고 말리고 쪼이면
언젠가 청한 소리 날까?
도시의 가을은 사람의 옷차림에서 오고
시골의 가을은 사람의 먹거리에서 오고...
안개가 자욱하다.
안개가 있다는 것은 바람이 없다는 말,
강가로 나가본다.
는개 자욱한
한치 앞만 보이는 새벽,
그들이 은밀한 대화를 하고 있다.
쉿~!
꽃씨들의 미래에 관한
요 며칠 사이 비가 내렸다.
이제 가을이 온 것일까?
벌써 겨울일까?
낙엽 한 잎 떨어져도 가을은 줄어들거늘
바람불어 낙엽날리니
진정 사람 시름겹게 한다.
떨어지는 잎이 발 아래 밟히는 것
잠시 바라보고
몸 상한다하여 술이 입에 들어감을 마다 하지마라.
두보의 곡강이수를 가을에 표절해 본다.
우암산자락 느티나무에 매미울음이 사라진 날에 미련스럽게 매미 허울이 붙어있다.
허허로운 풍경으로 허해진 마음에 부질없는 생각만이 낙엽처럼 떨어지는데
매미 허울처럼 미련하게 나무에 의지하고 있는 내 삶이랑 닮았다.
내 삶은 허구일 수도 있다
저 붉은 가을......
가을이 빨간 이유를 김원중이 노래 부르던데...
아직도 나는 모르겠어.
핸드폰을 켠다.
"술이나 한잔 하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