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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갤문학] 오늘 더 슬픈 이야기 [펌]
게시물ID : starcraft_2675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ice_brain
추천 : 13
조회수 : 1222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0/08/10 13:31:03
"안녕하세요!"

"안녕 은지야. 오늘도 아빠 병문안 왔니?"

"네!"


은 지라고 불리는 소녀는 그렇게 의사에게 대답하면서 재빨리 병원으로 달려갔어요.   은지네 아버지는 많이 아프셔서 병원에 계시답니다.  그래서 착한 은지는 학교가 끝나고 매일매일 병원에 와서 아버지를 간호했어요.  병원의 여러 사람들이 달려가는 은지에게 인사를 했어요.  은지는 굉장히 마음착하고 활발한 소녀라서 인기가 많답니다.  

평소에는 은지가 아버지 병실까지 가려면 인사만 하고 지나가는데도 30분이 넘게 걸리지만, 오늘은 은지는 인사를 하는둥 마는둥 재빨리 병실로 향했어요.  오늘은 굉장히 특별한 날이거든요.






"아빠!!"

소녀는 병실의 문을 벌컥 열면서 들어왔어요.

"와아아아아아아아!!!"

문을 열자마자 병실안의 사람들이 내지르는 고함이 은지의 귀에 들려왔어요.

"아빠! 어떻게 ㅤㄷㅚㅆ어요?!"

"오오! 은지야! 어서와라! 이것 좀 보려무나! 아하하하하하하!"

-쥐쥐!!!!!!!!!!!! 홍진호 선수! 김택용 선수를 잡고 4강에!! 4강에 진출합니다!!!

병실안의 TV 에서는 요즘 한창 기세를 올리는 홍진호 선수가 나오고 있었고, 병실안의 사람들은 제각기 서로를 얼싸안고 환호하고 있었어요.  특히 아버지는 어찌나 기분이 좋은지 덩실덩실 콩댄스를 추고 계셨어요.  
아무튼 몸도 안좋으신 분이 홍진호 선수만 나오면 저렇게 좋아하신다니깐요.


"이겼어요?"

"허허, 그래! 이겼다! 홍진호 선수가 이겼어!!"

"하하, 정말 그렇게 좋으세요?"

"그래, 이 아빠가 운이 좋아서 죽기전에 홍진호가 우승하는걸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구나. 어허허허허허"

"아이 참 아빠도, 죽는다는 소리 같은건 하지 말라니까요"

"어허허허, 알았다. 알았어. 어허허허허허"



착한 은지는 아버지의 몸이 걱정되었지만, 아버지는 몸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듯, 너무나도 행복하게 웃고 계셨어요.




잠 시 후 간호사가 들이닥쳐서 아버지를 말리며 절대로 안정을 취해야 한다면서 아버지에게 뭐라고 그러셨지만 아버지는 연신 싱글싱글 웃고 계실 뿐이었어요.  주변 사람들도, 스타 팬인 아버지에게서 스타를 알게 되어 스타에 흠뻑 빠진 주변 사람들도 함께 싱글벙글 웃었어요.













"의사선생님, 꼭 좀 부탁합니다. 네?  저의 마지막 소원입니다"

"어허... 아버님, 안된다니깐요. 그런 몸으로 나가긴 어딜 나가신다고 그러세요"


은지네 아버님은 심근경색을 앓고 계세요.  병이 너무너무 심해서 지난번에 한번 쓰러지신 이후로 벌써 2달째 병원에 계속 입원하고 있는 중이에요.  그래서 무리한 운동같은건 절대로 삼가하고 안정을 취해야 한답니다.



"맨날 병실에서 그 콩댄스 추는것만 봐도 제 심장이 다 떨릴 지경이라니깐요.  그런 몸을 해가지고는 어딜 나가시려고... 안됩니다.  절대로 안되요"

"이번 한번만, 딱 이번 한번만입니다.  내가 의사선생님 말 지금까지 잘 들으면서 집에도 고향에도 단 한번 나가지 않고 병실에서만 쳐박혀서 살아왔소.  이번 딱 한번만, 정말 안된단 말입니까?"

"아버님, 마음은 잘 알겠지만 그러면 안됩니다.  과도한 흥분과 자극이 얼마나 위험한지 잘 아시잖습니까.  그냥 병실에서 TV 로 보시면 안되겠습니까?  마음같아선 그놈의 스타리그도 아예 못보게 하고 싶지만...."

"의사양반, 내 마지막 부탁이오...안되겠소?"

"어허, 안된다니깐요"

"하지만..."

아버지는 급기야 눈물을 흘리기 시작하셨어요.

"홍진호 선수의.... 홍진호의 결승전이란 말입니다!!! 정말 생애 마지막으로 볼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장면인데...."


"..."


아버지도 울고, 의사선생님도 울고, 병실 문 바깥에서 몰래 엿듣고 있던 은지도 울었어요.  


















"아빠...."

"응..."

"결승전... 가고싶어?"

"그래. 가고 싶구나"

"난 스타같은건 잘 모르겠어.  도저히 이해가 안되.  그냥 TV 로 보면 안되?"

"..."

"...아빠 바보..."

"미안하구나... 이 아빠가 욕심이 너무 많지?"

"..."

"홍진호 선수가 결승전에 서는 모습을 보게 된 것만 해도 감지덕지인데..."

"..."

"하지만... 하지만 말이다..."

"아빠"

"홍진호가 결승전 무대에 서는 모습을 다시 한번 볼수만 있다면... 행여나 만약에 우승이라도 하는 장면을 볼 수만 있다면... 이 아버지는 그 자리에서 죽어도 좋을것 같구나..."

"아빠! 자꾸 죽는다는 얘기 하지 말랬잖아!!!!!"

"... 미안하구나."

"정말, 정말 그렇게 가보고싶어?"

"그래. 꼭 가고 싶단다. 이 아버지의 마지막 소원이란다."

"..."

"홍진호 선수 결승에 가게 되면...."

"하지마"

"..."

"죽는다는 이야기 같은건 하지마"

"그래... 내가 홍진호 선수 결승에 가게 되면..."


아버지는 은지의 눈초리를 피하면서 어물거렸어요



"홍진호 선수 결승을 보기만 하면, 이 아버지의 병도 씻은듯이 나을것만 같구나"



은지는 그 말을 듣고 울었어요.  너무나도 서럽게 펑펑 울었어요.  바보 아빠.  그런다고 그 병이 나을리가 없는데.  하지만 자신이 너무너무 사랑하는 아버지의 정말 간절한, 마지막 소원인걸요.



"정말로?"

"그래, 정말로"

"정말로 나을것 같아?"

"응, 그래.  그렇단다"

"정말이지?"

"응"

"그럼 약속.  결승전에 가면 이제 아프지 않겠다고 약속해"

"그래"



물론 결승전 간다고 있던 병이 나을리는 없지만,  딸은 아버지의 간절한 소원을 뿌리치지 못하고, 결국 못이기는 척 속아주기로 했어요.

아버지와 딸은 그렇게 웃으면서, 울면서 서로 새끼손가락을 걸었답니다.





















"최성근씨.  주사맞으실 시간이에요"

"...."

"최성근씨?"


간호사는 아버지가 머리 끝까지 뒤집어 쓰고 있는 이불을 확 걷어냈어요.


"어? 김씨 아저씨?"

"어. 김간호사. 안녕하신가?"

"아, 아저씨! 아저씨 자리 여기 아니잖아요!!"

"아, 그런가? 요즘 건망증이 심해져서 그만....허허허"

"최성근씨는요?!?!"

"글쎄, 나도 잘 모르겠는걸?"



능글맞게 웃는 김씨아저씨를 보면서 김간호사는 낭패감에 젖어들었어요.  이런 젠장. 어째 은미가 병원에 오지 않을때부터 짐작했어야 했는데. 하면서 말이에요.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TV 에서 결승전의 환호성이 무지막지하게 울려퍼졌어요.

















"아빠, 잘 보여요?"

"그래, 잘 보인단다. 하하하"



은지네 아버지는 지금 꿈과 같은 기분에 젖어있었어요.  홍진호 선수의 결승전에 이렇게 직접 와서 응원을 할 수 있다니, 너무나도 꿈만같았어요.


-네! 저기 보십시오! 지금 어떤 팬 분 께서, 휠체어를 타고 지금 여기 응원현장까지 나오셨습니다!!!  보십시오! 선수들을 향한 이 뜨거운 열기를!


TV 카메라가 관중석에 있는 아빠와 은지를 비추고, 아버지와 은지는 어린아이처럼 너무 좋아하면서 막 손을 흔들었어요.  주위 사람들이 다 돌아보고, 은지는 부끄러워져서는 고개를 숙였지만 아버지는 그래도 너무 좋다고 웃으셨어요.




"하나! 둘! 셋!"

"홍진호 화이팅!!!!!!!!!"



아버지도 주위사람들을 따라서 힘차게 홍진호 화이팅을 외쳤어요.


은지는 아버지가 크게 소리를 지를때마다 기절할 것 같이 걱정이 되었지만, 그래도 아버지는 기분이 너무 좋아보이셨어요.  이렇게 환한 얼굴은 은지도 처음보는 거에요.

혹시나, 은지는 혹시나 정말 홍진호 선수가 우승을 해 준다면 아버지의 병이 낫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약간 가지면서, 설레는 마음으로 아버지와 함께 홍진호 화이팅을 외쳤어요.







드디어 경기가 시작되었어요.





커다란 화면이 연신 홍진호 선수와 상대편 선수의 본진을 비추었고, 사람들은 숨을 죽이고 경기에 집중했어요.


그런데 무언가 이상했어요.

채 5분도 지나지 않아서 주위의 분위기가 술렁거리고 있었어요.

아버지의 표정도 많이 좋지 않았어요.

어째서, 아직 경기는 이제 시작했을 뿐인데, 왜 다들 표정이 안좋은거죠?

아버지의 얼굴이 불안해지는것을 보면서, 은지의 표정은 그보다 2배, 3배는 더 불안해 졌어요.

어째서, 일을 해야하는 상대편 일꾼들이 다들 일은 안하고 몰려나오고 있는거죠?


"꺄아아악!"

"우와아아아아앗!!!"

"우우우우우우우!"


이윽고 관중석에서 미친듯한 야유와 소름끼치는 비명들이 쏟아져나오기 시작햇어요.  은지는 무언가가 본격적으로 잘못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죠.

은지는 아버지를 돌아보았고, 아버지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려있는 것을 보고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습니다.

"아빠! 아빠! 왜그래?!"

"으...으으...호, 홍진호가... 홍진호가...SCV 가....으으....으...."

"아, 아빠! 왜그래요 아빠! 정신차려! 아빠!! 아빠!!!"

아버지는 이제 눈을 까뒤집고 입에서 거품을 물기 시작했어요.  이런, 큰일났어요!


"누가, 누가 좀 도와주세요!! 우리 아버지가! 우리 아버지가 아프세요!! 제발! 제발 누가 좀 도와주세요!!"


은지는 그렇게 엉엉 울면서 주위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관중석은 이미 광란의 도가니가 되어서 아무도 은지의 외침을 듣지 못했어요.

"누가 좀 도와주세요! 제발!"  

"은지야!"

"의사선생님!!!!"


다행이에요. 때마침 의사 선생님이 왔어요.  결승전을 보러 온 아버지를 잡으러 왔나봐요


"은지야!"

"의사선생님! 아버지가! 아버지가!!"

"이런, 최성근씨!! 최성근씨! 정신 차리세요!  젠장... 내가 이럴까봐 그렇게 말렸건만..."

"선생님! 죄송해요! 제발! 제발 저희 아버지를 살려주세요! 네?!"

"앰뷸런스를 가지고 왔으니까 빨리 옮기자! 어이! 여봐요!  이쪽이야! 들것 빨리!!!"



아버지는 그렇게 들것에 실려 경기장 밖으로 후송되었어요.


그때까지도 아버지는 가슴을 움켜쥐고 몸에 움찔움찔 경련을 일으키며 무언가 알아듣지 못할 말을 중얼거리고 계셨어요.

은지는 한번 경기장을 뒤돌아봤어요.

이 제 홍진호 선수의 기지에는 상대방 선수의 건물이 지어지고 있었고, 홍진호 선수의 일꾼와 상대방 선수의 일꾼들이 서로 엉켜서 싸우고 있었어요.  무슨 상황인지 도저히 알지 못할 이상한 경기였어요.  경기장에서는 연신 엄청난 함성이 들려오고 있었어요.

'제기랄... 홍진호 당신! 이러고도 우승 못하게 되면 그땐 정말 가만 안둘줄 알아!!!!'

은지는 마음속으로 홍진호선수와 상대선수인 이름모를 머리 큰 테란 프로게이머를 향해서 간절한 기원이 섞인 독설을 퍼부으면서 앰뷸런스에 올랐어요.

엠뷸런스에 타자마자 뒤에서 무언가 엄청난 함성과 비명소리가 다시 들렸어요.

아버지도 그 소리를 들었는지 몸을 움찔하면서 더욱 더 심하게 경련을 일으키기 시작했고, 은지는 그 모습을 보면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어요.


















"......."


-찰칵
-찰칵

"아, 최은지씨, 지금 기분이 어떠십니까"

"평소에 아버지가 스타리그를 많이 즐겨 보셨나요?"

"저기 최은지씨? 대답 한말씀만..."



아 버지의 장례식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왔어요.  평소 알던 사람들, 친척들, 병실에서 함께 스타리그를 보면서 울고 웃었던 많은 환자분들, 고마웠던 의사분들, 간호사 분들, 그리고 무슨 소문을 듣고 달려온 온갖 기자들까지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몰려왔어요.


하지만 은지의 귀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어요.  오직 아버지의 영정사진만이 은지의 두 눈에 아프게, 너무나 아프게 박혀서 빠져나올 줄 몰랐어요.




그때 뒤에서 웅성웅성하는 소리가 들렸어요.


은지의 눈에 그때 비로소 아버지의 사진 말고 다른 것이 눈에 들어왔어요.


그 수많은 사람들을 해치고, 홍진호 선수가 모습을 드러냈어요.



"........흑...."


"...."

"흑...흐흑...으아아아아아아앙!"


은지는 홍진호 선수에게 달려가 홍진호를 마구 때리면서 울었어요.


"야...야 이 나쁜놈아!! 너 때문에! 너 때문에 우리 아버지가!! 아버지가! 으흑, 우리 아빠 살려내! 살려내란 말이야!!!!"


은지는 그렇게, 너무나도 서럽게 펑펑 울었어요.

주위 사람들도 울고, 은지도 울고, 기자들도 울고, 홍진호 선수도 조용히 눈물을 흘렸어요.


" 아버지는... 우리 아빠는... 당신이 우승을 하는 것만 보면 정말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정말 죽기 전에 당신 우승하는걸 꼭 보고싶다고... 매일 그렇게... 정말......으흐흑....아빠....아빠아아......으아아아아앙....."



은지는 홍진호 선수를 앞에 두고 아버지가 떠올라 그렇게 엉엉 다시 울었어요.  주위 사람들도 말을 잃고는 그들을 너무나도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보았어요.


"...최성근씨..."

홍진호 선수의 입이 드디어 열렸어요.


"정말...정말 죄송합니다... 정말... 저를 이렇게나 사랑해 주신 팬 여러분께... 이번에도 보답을 하지 못하고 이렇게...흑..."


홍진호 선수도 말을 채 잊지 못하고 울었어요.




주위는 한동안 너무나도 가슴아픈 슬픔에 젖어들었어요.







잠시 후.





-흔들...흔들...


홍진호 선수의 몸이 흔들리기 시작했어요.


-흔들...흔들...


한걸음, 한걸음, 어설프게, 조금씩, 한걸음


-덩실~ 덩실~ 덩실~


그리고 이내 힘있게 발걸음을 내딛으며,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홍진호 선수가, 콩댄스를 추기 시작했어요.



덩실 덩실

덩실 덩실



너무나도 아름답게

너무나도 격렬하게

너무나도 슬프게


자신을 그렇게 사랑해준 팬의 염원을 달래주려는 듯, 그렇게 홍진호선수는 눈물을 흘리면서 콩댄스를 추기 시작했어요.


이윽고 그 홍진호 선수의 뒤에 있던, 홍진호 선수의 결승상대였던 그 선수도 홍진호 선수의 춤을 따라하기 시작했어요.

그 리고 한명, 한명, 홍진호 선수를 따라온 선수들이, 아버지와 함께 스타를 보던 같은 병실 사람들이, 병원 사람들이, 의사선생님이, 간호사 언니들이, 기자들 마저도, 그렇게 다 함깨 흥겹게, 하지만 너무나도 슬프게 콩댄스를 추기 시작했어요.




'...아...'


은지의 눈에서 눈물이 방울방울 아롱져 흘러내렸어요.



'아버지, 보고 계세요?'


'홍진호 선수가... 홍진호 선수가, 아버지의 앞에서, 아버지를 위해서 콩댄스를 추고 있어요...'


'아버지가 그렇게 좋아하던 홍진호 선수가...'


'이 많은 사람들이...아버지를 위해서... 다 함께...'


은지의 눈에, 콩댄스를 추던 홍진호 선수의 위로 생전의 콩댄스를 추던 아버지의 모습이 오버랩 되었어요.


은지의 눈에 들어온 아버지는 웃고 계셨어요


홍진호가 한경기 한경기 이길때마다,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웃으시면서 콩댄스를 추시던 아버지.


자신에게 콩댄스를 보여주시며 환하게 웃으시던 아버지의 모습이 떠올라, 은지는 계속 울었어요.


울면서도, 웃으면서, 그 환한 얼굴의 아버지를 보고 웃으면서, 은지도 아버지와 함께 콩댄스를 추기 시작했답니다.




덩실 덩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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