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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정신병 (Psychosis)
게시물ID : panic_8424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케니왕
추천 : 17
조회수 : 4309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5/10/31 00:27:47

일요일


왜 이것을 컴퓨터가 아닌 종이에 손으로 쓰고 있는지 모르겠다.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던 것 같다. 컴퓨터를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그저… 생각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이 모든 것을 상세하게 어떤 독립된 곳에, 적어놓은 것이 삭제되거나… 변경될 수 없는 곳에 적어야 한다… 그런 일이 일어났다는 것은 아니다. 그냥… 여기선 모든 것이 흐릿해져, 기억 속 모든 것이 이상한 안개처럼 가려져 있다.


이 작은 집이 점점 더 답답하게 느껴진다. 어쩌면 그게 문제일 수도 있다. 나는 지하에 홀로 있는 가장 싼 방을 구할 수 밖에 없었다. 창문이 없는 이곳에선 밤과 낮이 구별 없이 지나간다. 나는 프로그래밍 과제에 너무나 몰두하느라 며칠 동안 밖에 나가지 않았다. 과제를 빨리 끝내고 싶어서였던 것 같다. 몇 시간 동안 앉아 모니터를 쳐다보고 있으면 누구라도 정신이 이상해질 것이다.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다.


언제부터 무언가 이상하다고 느끼기 시작했는지는 모르겠다. 그게 무엇인지 집어내지도 못하겠다. 사람과 대화를 한지 꽤 오래된 것 같다. 그것은 가장 먼저 신경 쓰이기 시작했던 부분이다. 평소 코딩 할 때 채팅하던 사람들은 응답이 없거나 아예 로그아웃 상태였다. 메시지를 보내도 답장이 없었다. 내가 마지막으로 사람에게서 받은 메시지는 친구가 마트에 갔다와서 말을 걸겠다고 한 것이었는데, 그게 어제다.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어봐도, 여기는 신호가 너무 안잡힌다. 그래 그거야. 전화를 해야겠다. 밖으로 나가야겠다.



하지만,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 공포감이 가라앉고 나니, 겁을 먹었던 것 자체가 약간 우습게 느껴진다. 방을 나가기 전 거울을 봤는데, 이틀 동안 수염이 덥수룩하게 자라있었다. 잠깐 전화통화만 하고 들어오기로 했다. 하지만 티셔츠를 갈아입었다. 왜냐하면 점심시간이었고 아는 사람을 한 명이라도 만나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일어났으면 했는데.


방에서 나오며, 현관문을 천천히 열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마음 속에 자라나기 시작했다. 하루 또는 이틀 동안 혼잣말 이외에는 아무한테도 말을 안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우중충한 회색의 복도를 내다보았다. 지하라서 한층 더 우중충했다. 한쪽 끝에는 보일러실로 통하는 커다란 철제 문이 있었다. 그것은 당연히 잠겨있었다. 그 옆에 음료수 자판기가 우울하게 서있었다. 이사온 첫날 거기서 음료수를 샀는데, 유통기한이 2년이나 지나있었다. 여기에 자판기가 있다는 것 조차 아무도 모르고 있거나, 구두쇠 건물주 아줌마가 굳이 음료수를 새로 채워 넣지 않은 것이 확실하다.


나는 살짝 문을 닫고 반대편으로 소리를 죽여 걸어갔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윙윙거리는 자판기의 소음을 깨지 않고 싶은 충동에 따르는 것이 재미있었다. 최소한 그때만큼은. 계단참에 도착했고, 건물의 정문을 향해 계단을 올랐다. 육중한 문의 작은 네모난 창문을 내다보면서, 나는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지금은 전혀 점심 때는 아니었다. 도시의 어둠이 거리를 뒤덮고 있었고, 멀리 교차로의 자동차들은 노란 불빛을 반짝이고 있었다. 하늘에는 흐릿한 구름이 도시의 불빛에 비쳐 보랏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바람에 흔들리는 가로수 한두 그루 외에는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았다. 춥지 않았는데도 몸이 떨렸던 것이 기억난다. 바람 때문이었던 것 같다. 철문 틈으로 아득하게 바람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그것은 밤바람 특유의 일정하고, 차갑고, 조용한 것이었다. 보이지 않는 수많은 나뭇잎들이 내는 박자감 있는 소리를 제외하면.


나는 밖에 나가지 않기로 했다.


대신에 핸드폰을 문에 붙어있는 작은 창문으로 들어올려 신호가 얼마나 잡히는지 확인했다. 막대기가 풀로 찼고, 내 입가에 미소가 띄었다.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들을 시간이라는 생각에 안도감이 들었다. 겁낼 것이 없다는 느낌은 정말 이상한 것이다. 스스로에게 헛웃음 지으며 머리를 저었다. 핸드폰에 저장되어 있는 내 베스트 프렌드 에이미의 번호를 누르고, 전화기를 귀에 갖다 댔다. 신호가 한 번 가다가… 멈추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20초 동안이나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 것을 듣고 있다가, 전화를 끊었다. 눈살을 찌푸리며 신호를 확인했다. 여전히 풀이었다. 다시 전화를 걸려는데, 갑자기 전화가 와서 깜짝 놀랐다.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비록 내 목소리였지만 누군가의 목소리를 며칠 만에 듣는 탓에, 약간의 충격을 억누르며 말했다. 나는 건물의 내부 설비, 내 컴퓨터, 복도의 자판기에서 나는 윙윙거리는 소음에만 익숙해져 있었다. 처음에 내 인사에 아무런 응답이 없다가, 결국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기” 남자가 확실한 목소리였다. 내 또래의 대학생이 분명했다. “누구시죠?”


“저는 존인데요.” 당황하여 답했다.


“아, 죄송합니다. 잘못 걸었어요.” 그리고 그는 전화를 끊었다.


나는 핸드폰을 든 손을 천천히 내리고 층계참의 두꺼운 벽돌 벽에 기댔다. 이상했다. 통화기록을 살펴보니 그 번호는 처음 보는 번호였다. 생각이 깊어지려는 참에, 핸드폰이 크게 울렸다. 나는 또다시 놀라고 말았다. 이번에는 전화를 받기 전에 번호를 확인했다. 처음 보는 또 다른 번호였다. 이번에는 전화를 받고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전화 통화의 일반적인 소음 말고는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았다. 그리다, 익숙한 목소리가 나의 긴장을 깼다.


“존이니?” 한 단어. 그것은 에이미의 목소리였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어, 너였네.” 내가 답했다.


“그럼 누구겠어?” 그녀가 대답했다. “아 맞다. 전화번호. 나 지금 7번가에 파티에 놀러 왔는데, 네가 전화를 걸자마자 배터리가 죽어버렸어. 이건 당연히 다른 사람 전화기야.”


“아. 그랬구나.” 내가 말했다.


“지금 어디야?” 그녀가 물었다.


희게 칠해진 칙칙한 벽돌 벽과 작은 창문이 달린 철문으로 시선이 옮겨갔다.


“우리집 건물.” 나는 한숨을 쉬었다. “갑갑해서. 이렇게 늦은 줄 몰랐네.”


“여기로 놀러와~” 그녀가 웃으며 말했다.


“아냐. 오밤중에 혼자 이상한데 찾아가고 싶지 않아.” 창문 너머 바람이 부는 조용한 거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거리는 조심스럽게 나를 약간 겁주고 있었다. “과제 좀 더 하던가, 자던가 하려고.”


“말도 안돼!” 그녀가 답했다. “데리러 갈게! 너네 집 7번가에서 가깝지 않아?”


“너 많이 취했구나?” 내가 명랑하게 말했다. “내가 어디 사는지 알잖아.”


“아, 맞네.” 그녀가 불쑥 말했다. “걸어가기엔 좀 멀지?”


“30분 낭비하고 싶으면 와도 돼.” 내가 말했다.


“그러네.” 그녀가 말했다. “알았어. 끊어야겠다. 과제 잘해!”


통화가 끝나고 깜박이는 전화번호를 보며 핸드폰을 든 손을 다시 내렸다. 갑자기 윙윙거리는 침묵이 귓속을 파고들었다. 두 통의 이상한 전화, 그리고 밖의 으스스한 거리가 내가 텅 빈 계단에 홀로 서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아마도 공포 영화를 너무 많이 본 탓이겠지만, 갑자기 무언가가 문의 창문을 통해 나를 지켜볼 수도 있다는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에게서 너무 오랫동안 혼자 떨어져 있었던 나 같은 사람이 방심한 틈을 타, 어디에선가 공포스러운 존재가 엄습할지도 모른다는 생각. 터무니 없는 생각이었지만,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나는 계단을 뛰어 내려갔다. 복도를 통해 방으로 뛰어 들어와, 소리가 나지 않게 최대한 빠르게 방문을 닫았다. 아무것도 없는데 겁을 먹는 것은 말했듯이 웃기는 일이었고, 이제는 무서움도 가라앉았다. 이것을 여기에 적는 것 만으로도 많은 도움이 된다. 아무 문제도 없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기 때문이다. 무언가 적는다는 행위는, 불완전한 생각들을 떨쳐내고 확실한 사실만을 냉정하게 추려내게 해준다. 지금은 늦은 시간이고, 전화가 한 통 잘못 걸려왔고, 에이미의 전화기가 죽었고, 그래서 그녀가 다른 전화기로 전화를 했다. 이상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


사실, 그 대화에서 약간 이상한 점이 있었다. 그녀가 술을 마셔서 그랬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지만… 과연 이상하게 느껴졌던 것은 그녀일까? 아니면 그것은… 그래. 그거였어! 지금까지 이것들을 적으면서도 깨닫지 못했다. 역시 적는 것이 도움이 될 줄 알았어. 그녀는 파티에 와 있다고 했는데, 뒤에 아무런 잡음이 들리지 않았어! 당연히 그것이 특별한 것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전화를 하려고 밖에 나왔을 수도 있으니까. 아니다… 그것도 아니야. 바람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바람이 아직도 부는 지 확인해야겠다!



월요일


어젯밤 일기를 마저 적는 것을 깜박했다. 계단을 뛰어 올라가 철문의 창을 내다보며 무엇을 기대했는지는 확실히 모르겠다. 내 자신이 어이없게 느껴진다. 어젯밤의 두려움이 지금은 흐릿하고 비합리적인 것으로 느껴진다. 햇빛으로 나가고 싶다. 이메일을 확인하고, 면도도 하고, 샤워도 하고, 그리고 여기서 나가는 거야! 잠깐… 무슨 소리가 난 것 같다.



천둥소리였다. 햇빛과 상쾌한 공기 같은 것은 없다. 계단을 올라가면서 나는 실망감 밖에 느낄 수 없었다. 철문의 작은 창으로는 폭풍우가 몰아쳐 흐르는 물 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아주 흐릿하고 우울한 빛만이 비를 뚫고 나올 뿐이었다. 하지만 그것으로 최소한 지금이 낮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비록 흐리고, 보기 싫은 축축한 날이지만. 창 밖을 보며 번개가 어둠을 비추기를 기다렸지만,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창문에 제멋대로 흐르는 빗물에 이상한 모양들이 어렴풋이 비치는 것 밖에는 볼 수 없었다. 실망한 나는 뒤돌아 섰지만, 방으로 돌아가고 싶진 않았다. 대신에, 계단을 더 올라가 1층, 2층을 지나쳤다. 계단은 가장 높은 층인 3층에서 끝났다. 층계참의 외벽을 따라 난 유리창을 보았지만, 두껍고 울퉁불퉁해서 뿌옇게 보이는 재질인데다 어차피 비 때문에 딱히 보일만한 것도 없었다.


계단참의 문을 열고 복도로 들어섰다. 아주 옛날에 파란색으로 칠해진 듯한 두꺼운 목재 문이 열 개 정도 있었는데 모두 닫혀있었다. 문 앞을 지나치며 귀를 대어 보았지만, 대낮이라 바깥의 빗소리밖에 들리지 않아도 이상하지 않았다. 어두운 복도에 서서 빗소리를 듣고 있으니, 마치 이 문들은 고대의 잊혀진 문명이 알 수 없는 목적으로 세운 화강암으로 된 수호비가 아닐까 하는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번개가 치는 순간, 맹세코 말하건대 그 낡은 나무 문들이 거친 돌 표면처럼 보였다. 상상 때문에 헛것을 보았다는 것에 어이가 없었지만, 그 때 어두침침한 복도에 번개가 쳤다는 것은 복도 어딘가에 창문이 있음을 의미한다는 걸 깨달았다. 흐릿한 기억이 떠올라, 3층 복도 중간쯤 움푹 들어간 곳에 창문이 나 있다는 것이 생각났다.


비를 내다 보면 다른 사람을 볼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흥분해서 나는 얼른 그곳으로 향했다. 커다란 얇은 창문을 발견했다. 정문의 창처럼 빗물이 흐르고 있었다. 이 창문은 열 수 있었다. 창문을 밀어 열려는 순간, 난 멈칫했다. 만약에 이 창문을 열면, 엄청나게 끔찍한 것이 나타날 지도 모른다는 괴상한 생각이 들었다. 요새 자꾸 이상한 일이 일어나니까… 그래서 나는 계획을 하나 생각해 내고, 필요한 물건을 가지러 이곳으로 돌아왔다. 창문에서 정말 뭐가 나타나진 않겠지만, 나는 지금 심심하고, 밖에는 비가 오고, 미칠 것만 같다. 나는 웹캠을 가지러 왔다. 3층까지 케이블이 닿을 리가 없기 때문에, 웹캠을 지하 층 구석 음료수 자판기 사이에 숨겨놓고, 벽을 따라 케이블이 방문 밑으로 들어오게 한 후, 복도 벽 밑동의 검은색 띠 같은 플라스틱을 따라 케이블을 검은 테이프로 발라서 보이지 않게 할 계획이다. 바보 같은 짓이지만, 달리 할 일도 없다…


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계단참으로 나가는 문을 괴어서 열어두고, 마음을 단단히 먹은 후, 묵직한 정문을 활짝 열어 젖힌 후 계단을 미친 듯이 뛰어 내려와 방에 들어와 문을 쾅 닫았다. 컴퓨터의 웹캠 화면을 주시하며 방문 앞 복도와 층계참 대부분을 감시했다. 지금도 보고 있지만, 흥미로운 것은 아무것도 없다. 카메라의 각도를 정문이 보이도록 해놓았으면 좋았을 텐데. 어! 누군가 온라인이다!



서랍에서 기능이 떨어지는 낡은 웹캠을 꺼내 친구와 화상 채팅을 했다. 왜 화상 채팅을 하려는지 친구에게 설명하기는 어려웠지만, 다른 사람의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 마음이 편해졌다. 그는 오래 대화할 수 없었고, 우리가 딱히 의미 있는 대화를 하지도 않았지만, 훨씬 기분이 나아졌다. 이상한 두려움은 거의 사라졌다. 곧 완전히 괜찮아질 것이다. 하지만 뭔가 우리의 대화에… 이상한… 것이 있었다. 모든 것이 이상하다고 말했지만, 그래도… 게다가, 그의 대답들은 상당히 모호했다. 그가 말한 것 중 특정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어떤 이름, 장소라거나, 어떤 사건이라거나… 하지만 그는 종종 연락하자며 내 메일 주소를 물어봤다. 잠깐, 이메일이 왔다.


이제 밖으로 나갈 것이다. 에이미한테서 ‘우리가 자주 가던 곳’에서 저녁을 같이 먹자는 이메일이 왔다. 난 피자를 좋아한다. 그리고 며칠 동안 뭐가 별로 들어있지도 않은 냉장고에서 아무거나 주워먹었기 때문에, 빨리 가고 싶었다. 그간 이상했던 며칠이 새삼 우습게 느껴졌다. 돌아오면 이 일기장을 찢어버려야겠다. 어, 메일이 하나 더 왔다.



세상에. 이메일을 보지 않고 나갈 뻔 했다. 문을 거의 열 뻔 했다. 문을 거의 열 뻔 했지만, 이메일을 먼저 읽었다! 오랫동안 연락하지 않던 친구에게서 온 것이었고, 그의 주소록에 저장된 수많은 사람들에게 단체로 보내진 것이었다. 제목은 없었고, 내용은 단순히 다음과 같았다.


네 눈으로 확인해 그들을 믿지마 그들은

(seen with your own eyes don’t trust them they)


대체 이게 무슨 뜻일까? 충격적이었다. 나는 이걸 계속 반복해서 읽었다. 이건 절박한 상황에서 보낸…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문장이 끝나지 않고 명백히 잘려있다! 평소 같았다면 컴퓨터 바이러스 때문에 보내진 스팸메일이겠거니 하고 지워버렸겠지만, 이것의 내용은… 네 눈으로 확인해! 나는 반사적으로 이 일기장을 다시 읽어보며 지난 며칠간을 돌이켜 보았고, 내가 아무도 내 눈으로 직접 보지 못하고 누구와도 얼굴을 마주보고 이야기하지 못했음을 깨달았다. 지금 돌이켜보니, 친구와의 화상 대화는 너무 이상했고, 너무 모호했고, 너무… 소름 끼쳤다. 소름 끼쳤었나? 아니면 두려움이 내 기억을 흩뜨리는 건가? 내 정신은 여기 적힌 사건들의 전개를 짜맞추었고, 무심코 내가 의도치 않게 흘렸던 사실들을 찾아냈다. 처음의 ‘잘못 걸린 전화’는 내 이름을 물어봤고, 이상하게도 에이미한테서 곧바로 걸려온 전화, 그리고 친구가 내 이메일 주소를 물어본 것… 내가 걔가 온라인인 것을 보고 먼저 말 걸었는데! 세상에! 에이미와의 전화! 나는 전화기에 이렇게 말했다. 나는 7번가에서 걸어서 30분 거리에 있다고! 내가 근처에 있다는 걸 그들이 알고 있어! 만약 그들이 나를 찾아내려 한다면?! 다른 사람들은 다 어디 있지? 왜 며칠 동안 아무도 보지 못했지?


아냐, 아냐. 말도 안돼. 이건 정말 말도 안돼. 진정해야 해. 이 미친 생각을 멈춰야 해.



무슨 생각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나는 미친 듯이 방 안을 뛰어 다니며 핸드폰을 여기저기 갖다 대며 신호가 두꺼운 벽을 뚫고 잡히는지 확인했다. 결국 조그만 욕실의 천장 한 쪽 구석에서 신호가 한 칸 잡혔다. 그곳에 핸드폰을 대고, 주소록의 모든 번호로 문자를 보냈다. 내 근거 없는 두려움을 내보이고 싶진 않아, 간단하게 이렇게 보냈다.


최근 아무나 직접 대면한 적 있어요?


그 때 나는 아무라도 답장해주길 바랐다. 내용이 무엇이든, 망신을 당하더라도 상관없었다. 전화를 걸어보려 몇 번 시도했지만, 내 머리가 천장에 닿지 않았고, 핸드폰을 천장에서 1인치만 떼어도 신호가 끊겼다. 그때 컴퓨터가 생각나서, 컴퓨터로 달려가 온라인 상태인 모두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대부분은 부재중이었다. 아무도 답장하지 않았다. 내 메시지의 내용은 점점 더 미쳐 돌아가서, 사람들에게 거의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대면서 내가 어디에 있고 여기에 와달라고 하기 시작했다. 그 때 나는 아무것도 개의치 않았다. 누군가를 만나야만 했다!


또한 집을 쑥대밭으로 만들며 무언가를 찾았다. 문을 열지 않고 다른 사람과 접촉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지. 미친 짓인 것은 알고 있다. 근거 없다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만약? 만약에? 나는 확신이 필요했다! 만일을 대비해 핸드폰을 천장에 테이프로 붙여버렸다



화요일


핸드폰이 울렸다! 어젯밤엔 광란에 지쳐 잠이 들었었나 보다. 핸드폰 소리에 깨서 욕실로 달려갔다. 변기 위에 서서 천장에 붙어있는 핸드폰을 열었다. 그것은 에이미였고, 나는 마음이 아주 놓였다. 그녀는 나를 매우 걱정하고 있었고, 저번에 통화한 후로 나와 연락을 시도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녀는 지금 여기로 오고 있다. 그래. 그녀는 말해주지 않아도 여기가 어딘지 알고 있다. 정말 부끄럽다. 누가 보기 전에 이 일기장을 기필코 버릴 것이다. 대체 왜 지금 이걸 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당최 언제부터 인지는 몰라도… 이것이 내 유일한 소통의 창구였기 때문일 것이다. 내 꼴도 말이 아니다. 욕실에서 돌아오기 전에 거울을 보았다. 내 눈은 쑥 들어가 있고, 수염은 덥수룩하고, 전반적으로 건강하지 못해 보인다.


집안은 아수라장이지만 청소를 하진 않을 거다.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누군가가 봤으면 한다. 근 며칠은 절대 정상이 아니었다. 나는 망상 따위에 빠지는 사람이 아니다. 내가 아주 희박한 확률의 장난에 빠졌음을 알고 있다. 아마도 다른 사람을 열 번 정도는 놓쳤나 보다. 그저 아무도 없는 늦은 밤 또는 모두 일하러 간 낮 시간에 나갔을 뿐이다. 모든 것은 완벽히 정상이고, 이제 알겠다. 게다가, 어젯밤 서랍에서 굉장히 도움이 되는 것을 발견했다. 텔레비전! 이것을 적기 바로 전 텔레비전을 설치해서 켜놓았다. 텔레비전은 항상 나의 탈출구였고, 이 칙칙한 벽돌 벽 너머 세상이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주는 것이다.


어젯밤 나의 모두를 귀찮게 한 정신 나간 문자에 답해준 사람이 에이미 뿐이라는 것에 기쁘다. 그녀는 오랫동안 나의 베스트 프렌드였다. 그녀는 그걸 모르지만, 나는 내 인생의 진정한 행복 중 하나로서 그녀를 처음 만난 날부터 지금까지의 날 수를 세고 있다. 그 따뜻했던 여름날을 기분 좋게 기억하고 있다. 이곳의 어둡고, 비가 오는 외로운 방과는 다른 세계인 것만 같다. 이제는 가기엔 나이가 너무 많아진 그 놀이터에 수 일 동안 앉아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녀와 말하고 놀고 싶다. 지금도 때론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 그리고 이 망할 방구석은 그곳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드디어, 누군가 노크를 한다!



음료수 자판기 사이 숨겨둔 카메라에 그녀가 잡히지 않은 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건물정문이 보이지 않는 것처럼 카메라 각도가 좋지 않기 때문이겠지. 진작에 알았어야 했다. 진작에 알았어야 해! 노크가 들렸고, 나는 문을 향해 농담조로 음료수 자판기 사이에 카메라를 숨겨놨다고 소리쳤다. 왜냐하면 아직도 이 편집증을 떨쳐내지 못한 것이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그러고, 그녀의 이미지가 카메라로 다가와 내려다보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야!” 그녀는 카메라에 밝게 말하며, 살짝 짜증나지만 재미있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상하지. 나도 알아.” 컴퓨터에 붙은 마이크에 대고 말했다. “요 며칠 간 좀 이상했어.”


“그랬겠지.” 그녀가 답했다. “존, 문 열어줘.”


나는 주저했다. 어떻게 확신할 수 있지?


“야. 장난 하나만 쳐볼게.” 마이크를 통해 말했다. “우리에 대한 것 하나만 말해봐. 네가 진짜 너라는 걸 증명할 수 있게.”


그녀는 이상하다는 눈빛으로 카메라를 보았다.


“음. 알았어.” 그녀는 생각하며 천천히 말했다. “우리는 놀이터에서 종종 만났는데 놀이터에서 놀기엔 나이가 너무 많았지?”


현실이 돌아오고, 두려움이 사라지며, 나는 깊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세상에나. 정말 웃기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 당연히 에이미가 맞지! 그날의 기억은 내 머릿속 외에는 어디에도 없다. 아무에게도 이 얘기를 한 적이 없는데, 부끄러워서가 아니라, 그 날들이 돌아오기를 바라는 이상하고 비밀스런 향수 때문이었다. 내가 우려하듯 어떤 알 수 없는 세력이 나를 속이려는 거라면, 그들이 그 날에 대해 알고 있을 수는 없다.


“하하. 알았어. 내가 설명해줄게.” 그녀에게 말했다. “곧 나갈게.”


화장실로 달려가 최선을 다해 머리를 매만졌다. 꼴은 엉망진창이었지만, 그녀는 이해해줄 것이다. 나의 엉뚱한 행동과 엉망진창인 이곳의 광경에 키득거리며 문으로 걸어갔다. 문고리에 손을 올리고 그 광경을 다시 한번 봤다. 정말 웃겨. 라고 생각했다. 내 눈은 바닥의 먹다 만 음식들, 넘치는 쓰레기통, 뭔지 모를 것을 찾으려고 옆으로 빼놓은 침대 등을 훑었다. 몸을 돌려 문을 열려는 찰나, 내 눈은 마지막 물체에 멈추었다. 낡은 웹캠. 친구와 으스스하도록 썰렁한 대화를 나누었던 웹캠.


검은색 구체의 웹캠이 말없이 아무렇게나 내팽개쳐져 있었는데, 그것의 렌즈는 이 일기장이 놓여있는 책상을 바라보고 있었다. 만약 누군가 그 카메라를 통해 볼 수 있었다면, 내가 그날 썼던 일기를 볼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걸 깨닫자 마자 압도적인 공포가 나를 덮쳤다. 우리에 관한 것을 한 개만 말해달라고 했는데, 그녀는 하필 그것을, 내가 그들 또는 그것이 모를 거라 생각했던 그것을 골랐다… 하지만 그건 알고 있었어! 그건 알고 있었다고! 그것이 여태까지 계속 나를 감시하고 있었을 지도 몰라!


나는 문을 열지 않았다. 비명을 질렀다. 감당할 수 없는 두려움에 비명을 질렀다. 그 낡은 웹캠을 짓밟았다. 문이 흔들렸고, 문고리가 흔들렸지만, 문을 통해 에이미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문이 너무 두껍나? 아니면 밖에 있는 것이 에이미가 아닌가? 그녀가 아니라면 누가 들어오려 했던 거지? 밖에는 대체 누가 있는 걸까?! 나는 카메라를 통해 그녀를 보았고, 카메라를 통해 그녀의 목소리를 들었지만, 그것이 진짜일까?! 그걸 어떻게 알지?! 그녀는 이제 가버렸다. 난 비명을 질렀다. 도와달라고 소리쳤다! 문 앞에 집의 모든 물건을 쌓아두었다.



금요일


최소한 오늘이 금요일인 것 같다. 전자 기기는 모두 부수었다. 컴퓨터는 산산조각 내버렸다. 그 안의 모든 데이터는 인터넷을 통해 열람되고, 최악의 경우, 조작되었을 수 있다. 내가 프로그래머라서 안다. 내 이름, 이메일 주소, 집 주소, 이 일이 시작된 이후 내가 흘린 모든 정보들은, 내가 공개하기 전에는 다른 곳에서 얻을 수 없는 것들이었다. 내가 적은 일기를 계속 반복해서 읽었다. 앞뒤로 왔다갔다하면서, 나는 황량한 공포와 강력한 불신 사이를 오갔다. 때로는 어떤 유령 같은 존재가 나를 바깥에 나가지 못하게 하려는 단순한 목표에 매달리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처음으로 돌아가서 에이미와의 전화를 생각해보면, 그녀는 내게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라고 효과적으로 권유하고 있었다.


머릿속엔 계속 그 생각뿐이었다. 어떻게 보면, 내가 그저 미치광이처럼 행동했던 것이고, 이 모든 일은 극단적인 우연의 일치일 뿐일 수도 있다. 항상 우연히 이상한 시간에만 나가고, 순전히 우연으로 아무도 보지 못했고, 그때 마침 무슨 컴퓨터 바이러스 때문에 이상한 이메일을 받은 것이다. 다르게 생각하면, 우연이 극단적으로 겹쳤기 때문에, 바깥의 무엇인가가 아직 나를 잡지 못한 것이다. 계속 이 생각을 한다. 나는 3층의 창문을 절대 열지 않았다. 정문도 열지 않았다. 방에 연결한 카메라를 숨겨놓고 방으로 뛰어들어오는 엄청나게 멍청한 행동을 하기 전 까지는. 그 정문을 열었을 때 이후 내 방문은 한번도 연 적이 없다. 바깥의 무엇인가, 만약 무엇이라도 있다면, 그것은 내가 정문을 열기 전 까지는 건물 안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어쩌면 그것이 진작에 건물 안으로 들어오지 않았던 이유는 그것이 다른 곳에서 모두를 잡아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기다렸던 것이다. 내가 나 자신을 배신하고 에이미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까지… 그것이 내게 전화를 걸어 이름을 묻기 전까지는 걸리지 않았던 전화…


이 악몽의 퍼즐을 맞출 때 마다 공포가 말 그대로 나를 압도한다. 그 중간에 잘린 짧은 이메일은 누군가가 경고하기 위해 보낸 것일까? 그것이 오기 전에 내게 경고하려는 익숙한 목소리였을까? 눈으로 직접 보기 전에는, 그들을 믿지 마. 정확히 내가 의심하던 것이다. 그것은 모든 전자 기기를 완벽히 조종할 수 있고, 은밀한 속임수로 나를 밖으로 나오게 하려고 했던 것일 지도 모른다. 그것은 왜 들어오지 못하는 걸까? 그것은 노크를 했다. 어떤 실체가 있는 것임이 분명하다… 그 문… 이 생각의 경로를 따라갈 때마다, 위층의 문들이 수호 비석처럼 보였던 장면이 떠오른다. 나를 밖으로 끌어내려는 어떤 환영 같은 존재가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방문을 통과하지 못하는 것 같다. 내가 보았던 모든 책이나 영화를 떠올리며 이 현상을 설명해보려 안간힘을 썼다. 인간에게 있어 문은 항상 상상력이 모아지는 강력한 초점이었다. 특수한 중요성을 가지는 방어막이나 포탈 같은 존재로. 아니면 이 문이 혹시 너무 두꺼운 것인가? 나는 이 건물의 어떤 문도 몸으로 뚫고 들어갈 수 없다. 지하 층의 묵직한 문들은 말할 것도 없다. 그것보다도, 진짜 중요한 질문은, 그것은 애초에 왜 나를 데려가려는 거지? 나를 죽이려는 거면, 수많은 방법이 있다. 내가 굶어 죽을 때까지 기다리는 방법도 있다. 나를 죽이려는 것이 아니라면? 나를 위한 훨씬 더 끔찍한 운명이 준비되어 있다면? 맙소사, 이 악몽을 탈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누군가 노크를 한다…



방문 너머의 사람들에게 잠시 생각할 시간을 갖고 밖으로 나가겠다고 했다. 정말 그저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하기 위해 이것을 적고 있다. 최소한 이번에는 그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나의 피해망상. 그래. 내가 피해망상적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나는 그들의 목소리가 전자기기를 통한 가짜 목소리일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생각해보고 있다. 밖에는 사람의 목소리를 시뮬레이션 하는 스피커만이 있을 수도 있다. 그것은 정말 내게 와서 말을 거는데 3일이나 걸린 것인가? 짐작하건대 에이미는 두 명의 경찰관, 한 명의 정신과 의사와 함께 문 밖에 있다. 어쩌면 그것이 그들에게 3일간 내게 무슨 말을 할지 생각하도록 지시했을 수도 있다. 정신과 의사의 주장은 꽤 설득력이 있었다. 이것은 모두 엄청난 오해일 뿐이고, 무엇인가가 내게 문을 열도록 꾀어내는 것이 아니라고 가정한다면 말이다.


정신과 의사의 목소리는 나이가 있어 보였고, 권위적이면서도 상냥했다. 마음에 들었다. 내 눈으로 누군가를 너무나도 보고 싶다! 그는 내가 사이버 정신병이라는 것을 앓고 있다 하며, 전국적으로 퍼지고 있는 이 전염병의 환자라는 것이다. 수천 명의 사람들이 ‘어쩌다 보니 유출된’ 암시적인 이메일에 의해 이 병에 걸렸다는 것이다. 맹세하건대 그는 ‘어쩌다 보니 유출된’이라고 말했다. 알 수 없는 이유로 전국적으로 퍼졌다는 의미로 말했던 것 같지만, 나는 그것이 실수로 무언가를 흘린 것일 지도 모른다는 강력한 의심을 하고 있다. 그는 내가 이 ‘새로운 행동’의 물결 중 한 사람이라며, 많은 사람들이 나와 연락하지 않았음에도 같은 이유로 똑같이 겁에 질려 있다고 말했다.


그것은 내가 받았던 그 눈을 언급하는 이상한 이메일을 깔끔하게 설명한다. 나는 발병의 원인인 초기 버전의 이메일을 받지 않았다. 그것에서 파생된 것을 받은 것이다. 내 친구도 이 병에 걸려서, 그의 피해망상적 공포에 맞서 모든 지인에게 경고를 한 것이다. 그것이 이 병이 퍼지는 방식이라고 정신과 의사는 주장했다. 나도 퍼뜨렸을 수 있다. 내가 모든 지인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와 메신저 메시지들 때문에, 누군가 지금 무너져 내리고 있을 지도 모른다. 내가 보낸 메시지가 도화선이 되어, 그들은 그것을 어떻게든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이를테면 최근 누군가를 직접 만난 적 있습니까? 같은 거. 정신과 의사는 ‘또 한 명을 잃을 수는’ 없다고 했다. 나 같은 사람은 똑똑하고, 그것이 파멸의 단초라는 것이다. 우리는 연관을 너무 잘 지어서, 연관 짓지 말아야 할 것까지 지어버린다는 것이다. 오늘날의 빠르게 변하는 세상, 지속적으로 변하며 사람의 상호작용이 점점 더 시뮬레이션화 되어가는 곳에서는, 피해망상증에 걸리기 쉽다는 것이다.


인정해야만 했다. 훌륭한 설명이다. 모든 것을 명쾌하게 설명한다. 사실, 모든 것을 완벽하게 설명한다. 이제 악몽적인 두려움을 떨쳐버릴 수 있는 모든 근거가 생겼다. 어떤 물체 또는 의식 또는 무언가가, 나를 문을 열게 해서 납치해 죽음보다 끔찍한 짓을 하려 한다는 망상을. 그 설명을 듣고 나서도, 나를 제외한 모두를 손아귀에 넣은 그것에 단지 저항하기 위해 여기서 굶어 죽는 것은 멍청한 일일 것이다. 그 설명을 듣고 나서도, 나는 텅 빈 세상의 마지막 남은 생존자들 중 한 명이며, 여기 안전한 지하실에 숨어 단지 납치당하길 거부함으로써, 이 알 수 없고 기만적인 존재에 저항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멍청한 일일 것이다. 그것은 내가 보고 들었던 모든 이상한 것들에 대한 완벽한 설명이고, 나는 이제 공포를 떨쳐버리고, 문을 열 수 있는 모든 근거를 얻었다.


그것은 내가 문을 열지 않을 정확한 이유다.


어떻게 확신할 수 있지?!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기만인지 어떻게 알지? 이 알 수 없는 곳에서 온 전선과 신호로 되어 있는 모든 망할 것들은! 그들은 진짜가 아니야. 나는 확신할 수 없어! 카메라를 통해 나오는 신호, 조작된 영상, 기만적인 전화 통화, 이메일! 심지어 바닥에 부서져 나뒹구는 텔레비전 까지도. 저것이 진짜라고 어떻게 알 수 있나? 저것들은 그저 신호, 파동, 빛일 뿐이다… 문! 그것이 문을 부수려 하고 있다! 안으로 들어오려 하고 있어! 도대체 저것은 어떤 미친 교묘한 기계길래 사람이 두꺼운 나무 문을 부수는 소리를 저렇게 잘 시뮬레이션 하는 거지?! 최소한 나는 그것을 눈으로 직접 보겠구나… 이 안에는 나를 속일 수 있는 그 어떤 것도 없다. 나는 모든걸 박살냈거든! 그것은 내 눈을 속일 수는 없겠지? 네 눈으로 확인해 그들을 믿지마 그들은… 잠깐만… 그 절박한 메시지는 내 눈을 믿으라는 것인가, 아니면 내 눈에 대해서도 경고하는 것인가?! 세상에. 카메라와 내 눈의 차이는 무엇인가? 둘 다 빛을 전기 신호로 바꾸잖아. 똑같아! 나는 속을 수 없어! 확신해야만 해! 확신해야만 해!



날짜 모름


나는 차분하게 종이와 펜을 요청했다. 날이면 날마다. 그것이 결국 줄 때까지. 그게 중요한 건 아니다.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 눈알이라도 뽑아낼까? 반창고는 이제 내 몸의 일부 같다. 고통은 사라졌다. 이번이 무언가 알아볼 수 있게 쓰는 마지막이 될 것 같은데, 보이지 않으니 실수를 고칠 수 없고, 내 손도 그 움직임을 서서히 잊어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일종의 방종이다. 이 일기는… 훗날의 유물이 될 것이다. 세상에 남겨진 사람들은 이미 죽었거나… 그보다 더 심한 상태일 것일 테니까.


나는 매일 푹신한 벽에 기대어 앉는다. 그 존재는 음식과 물을 갖다 준다. 마치 친절한 간호사 행세를 하는데, 사실은 매정한 의사와 같다. 그것은 내가 암흑 속에서 지내다 보니 청력이 매우 날카로워진 것을 알고 있는 것 같다. 내가 엿들을 가능성이 매우 희박한데도, 복도에서 거짓 대화를 나눈다. 간호사들 중 한 명이 곧 아이를 출산할 것에 대해 얘기한다. 한 의사는 자동차 사고로 부인을 잃었다. 그 어떤 것도 상관 없다. 사실이 아니다. 그 어떤 것도 내게 먹히지 않는다. 그녀만 빼고.


그것이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최악의 부분이다. 그것은 에이미를 흉내내며 나에게 다가온다. 완벽하게 그녀를 재현한다. 에이미와 목소리도 똑같고, 느낌도 정확히 똑같다. 심지어 그럴싸한 복제 눈물을 만들어내서 그것의 진짜 같은 뺨에 흐르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다. 그것이 나를 여기로 끌고 왔을 때, 그것은 내가 좋아할만한 소리만 골라서 했다. 나를 사랑한다 하고, 항상 나를 사랑해왔다 하고, 내가 왜 이러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하며, 내가 기만 당하고 있다는 생각만 버린다면, 아직 앞으로 함께 살 수 있다고. 그것은 내가 그녀가 진짜라고 믿기를 원했다… 아니 필요로 했다.


거의 넘어갈 뻔 했다. 정말이다. 오랫동안 나 자신을 의심했다. 하지만 결국에는, 너무나도 완벽했고, 너무나도 흠이 없고, 너무나도 진짜 같았다. 가짜 에이미는 매일 오더니, 매주, 그리고 결국 전혀 오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그 존재가 포기할 것 같지는 않다. 이 기다리기 게임은 그것의 전략 중 하나일 뿐인 것 같다. 남은 생애 동안 나는 저항할 것이다. 그래야만 한다면. 밖의 세상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것은 이것은 내가 속임수에 빠지기를 필요로 하고 있다. 이것이 그걸 필요로 한다면, 아마도, 아마도 나는 그것의 목적에 있어 눈엣가시 같은 것일 지도 모른다. 어쩌면 에이미는 아직 어딘가에 살아있는데, 내가 속임수에 저항하고 있는 것 때문에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는 그것에 희망을 가지고, 방 안에서 몸을 앞뒤로 흔들거리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포기하지 않는다. 부서지지 않을 것이다. 나는… 영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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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는 환자가 끄적여 놓은 쪽지를 읽었다. 앞이 보이지 않는 사람의 흔들리는 필체는, 간신히 읽을 수 있는 정도였다. 그 남자의 끈질긴 노력, 살아남으려는 인간 의지를 상기시키는 노력에 의사는 웃어 보이고 싶었지만, 의사는 환자가 완전히 망상증에 빠져 있었음을 알고 있었다.


어쨌든, 제정신인 사람은 진작에 속임수에 빠졌을 것이다.


의사는 웃어 보이고 싶었다. 망상증에 빠진 남자에게 격려의 말을 속삭여주고 싶었다. 그는 소리치고 싶었지만, 그의 머리 속과 안구를 감싼 신경 줄기들은 그를 반대로 행동하게 했다. 그의 몸뚱이는 꼭두각시 인형처럼 방 안으로 걸어 들어가, 환자에게 또 한번 말했다. 그가 틀렸다고. 그리고 그를 속이려는 사람은 없다고.




Gar/Matt Dymerski 작





* 다른 번역 괴담

Ted the Caver

1999

할아버지께서는 치매를 앓으셨다

나의 아내

Smile Dog

러시아의 수면 실험

내 아들이 걱정된다

계단

출처 http://www.creepypasta.com/psycho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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