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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퍼레이드 다녀와서 지금까지 계속 심장이 뛰네요
게시물ID : gomin_111561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ZGpsZ
추천 : 11
조회수 : 880회
댓글수 : 79개
등록시간 : 2014/06/09 18:35:37
흠... 뭐부터 이야기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저는 20대 후반의 직장인이고, 나름 열심히 살아온 남징어입니다.

제목에서 보실 수 있으시다시피 저는 동성에게 성적지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실제 지금 만나고 있는 애인도 있고요. 현재 3년 반째 교제중입니다.

이번 퀴어퍼레이드때 정말 많이 화가나서 도저히 잠이 오지 않네요. 난생 처음 손잡고 간 퀴어퍼레이드에서 너무 충격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2시부터 5시까지 부스행사기간동안에 슬슬 그들이 "일부"라고 주장하는 기독교인들이 모이기 시작하더니

자리펴고 노래하고 난리도 아니더군요. 저는 그냥 그러다 말줄 알았죠. 

5시부터 7시까지 예정되어있던 퀴어퍼레이드가 조금 늦게 5시 20분? 경부터 시작이 되었지요.

하지만 퍼레이드가 시작하고 5분도 되지 않아서, 기독교인들의 무리가 길거리에 누워있는걸 보았네요.

그 후로 10시까지 저희는 그곳에서 단 한발짝도 나아갈 수 없었습니다.

눈대중으로 봐도 10,000명 넘게 모여있던 그 사람들이 백여명을 뚫지 못해서 지나가지 못했습니다.

경찰은 미신고집회를 장장 5시간동안이나 방치했어요. 경고방송은 20번도 넘게했습니다.

사람들은 울부짖었고, 그자들은 웃고 있었습니다. 비유가 아니라 정말로, 웃고 있었어요.

그들은 피켓을 10여개 들고 있었습니다. 거기에 써있는건 어머니회라느니, 무슨연합회라느니 하는 식으로 각자 다른 단체명이 써있었어요.

그런데 참 희한하죠. 그 피켓 디자인이 정확히 같더군요. 문구와 밑의 협회 이름만 다르고 맞춘것처럼 정확히 같았습니다. 성경구절을 들고있는자는 같은사이즈의 종이를 들고 있었구요.

막고있는 아줌마들중 한분에게 여쭤봤습니다.

"그 연합회 사무실이 어디에요? 어느지역이에요?"

고개를 절래절래 흔듭니다. 모른답니다. 그러면 어떻게 이렇게 모여서 오셨냐니까 말을 안합니다.

그리고 그들은 세월호 추모해야되는데 왜 퍼레이드를 하냐며 프레임을 씌우더군요. 짝짝짝짝짝 대한민국!을 외치고 애국가를 부르면서 그들은 웃더군요. 
평소에 저는 소위말하는 "이반"이면서도 그것이 밝혀질까 두려워 쉬쉬하며 그저 제가 사랑하는 사람과 조용히 살아가기만을 

원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저는 처음나온 퀴어퍼레이드에서 사회적인 모멸감을 느낀 이후에는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저는 앞으로 한사람의 시민으로서, 제가 낸 세금은 경찰들의 호주머니에 1원씩이라도 꽂힐것이고, 저 나이든 (놀랍게도 젊은사람도 30%정도는 있더군요) 사람들을 위해서 국민연금을 낼 것입니다.

이대로는 안될 것 같아요.

제 인생의 목표를 바꿔놓은 사건이 일어난 것 같습니다.

앞으로 저는 동성애 인권에 제 인생을 바치지는 못하더라도 내 마음이 당당할만큼 최대한 지원할거에요. 그리고 그 "일부"기독교 세력에게 최대한 성가시게 굴 생각입니다.

사람들은 처음엔 그런거라고 수십년 후엔 나아진다고 서로 위안하고 있지만 그렇게는 살지 않을래요.

그걸 10년으로 줄이는게 제 인생의 목표가 되었고, 그 흐름의 물방울 하나가 되기로 했습니다.
 
내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면서요.

한용운님의 님의 침묵이라는 시에서 처럼 슬픔의 힘을 정수박이에 들이붓지 않고, 분노로 정진할겁니다.

퀴어퍼레이드에서 상처받으셨던분들.

모두 치유되시길 빕니다.

이게 제 고민이기도 하지만 익명이 지원되는 게시판이라 선택한 제 용기없음에 한탄하고 글을 마무리 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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