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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여자친구 이야기 8
게시물ID : humorstory_44171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christmas
추천 : 15
조회수 : 1345회
댓글수 : 6개
등록시간 : 2015/10/30 02:05:26
여자는 문학동아리 출신이다.
여자는 시를 무척이나 좋아했다.
여자는 좋아하는 시인이 있었다.
여자는 그 시인의 책을 모두 모았다.
단 한권, 처녀작만 빼고.



 "그런데 내가 중고 서점, 헌책방 다 뒤졌는데도 그 책은 절판이라 찾을 수가 없는거야"

 "그 작가가 그렇게 유명한 사람이야?"

 "꼭 그래서는 아니고, 오래 됐고 하니까 없는거지"

 나는 여자보다 세살이나 어렸다.
때문에 여자보다 좀 더 인터넷을 활용할 줄 알았다.

 중고책 사이트에 접속해 뒤졌다.

 마치 나의 호기어린 마음을 비웃듯 역시 없었다.


다섯곳의 사이트에 개인정보를 넘기고 찾는 중고책이 매물로 들어오면 알람을 해주는 서비스에 신청을 한 뒤 초조한 마음으로 기다렸다.

그런데 한 곳! 책이 있었다.

 <작가의 처녀작으로 절판되어 구할 수 없음. 책 상태 매우 좋음>


 "이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장사좀 할 줄 아네..."


헌책방 봉이김선달 같던 그 사람은 오천원짜리 책을 오만원에 팔고있었다.

결제를 하고 판매자에게 문자를 보냈다.

책은 이틀이 걸려서 도착했다.

 헌책의 냄새가 가득한 이 책을 어떻게 전해줄까 매우 많은 고민을 했다.


 '갈색 끈으로 묶을까? 아니야 좀 더 빨간거?'

 갈색으로 가자!


 여자에게 그냥 주기에는 내 노력이 퇴색되는 것만 같아 좀 놀래켜주기로 했다.

 갈색끈으로 묶은 책에 카드를 썼다.

 '네가 원하는건 모든지!'


그리고 택배상자에 포장을 했다.



 우리는 늦은 저녁을 먹기위해 만났고, 나는 맥아더 장군보다 더 비장한 모습으로 작전을 시작했다.

 "내일 늦게 출근하지? 나 이거 옷 교환해야하는데 우체국에서 택배좀 붙여주고 출근할 수 있어?"


"응 알았어. 내일 출근길에 보내면 되겠네. 걱정마셔"


 "회사에서 눈치보여 중간에 우체국에 가기가 힘드네... 비싼거야 잘 부탁해"

 택배박스가 든 쇼핑백을 여자에게 건네주고 당당하게 택시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해서 잠들기전에 전화해서 그 택배 사실 네꺼라고 열어보라고 해야지'


콧노래가 절로나왔다.

 택시에 내려 집에 걸어가는데 여자에게 전화가 왔다.


 "집가는 편의점에 택배 된다 그래서 지금 하고 있어. 받는곳 주소가 뭐야?"

 "...어? 그게..."

"어 빨리 말해. 여기 사람들 기다리고 있어. 아니다 문자로 바로 보내줘"


 헛웃음이 나왔다. 나의 야심찬 작전이 이렇게 무너지다니...
행동이 빠른편도 아니면서 열두시 넘어 택배를 보낼 생각을 하다니...


 여자의 집주소를 찍어 문자를 보냈다.


 "장난하지 말고 빨리 보내"


 "그거 너꺼야..."


 "어? 뭔데?"


 "열어봐..."


 박스를 확인한 여자는 덤덤히 전화했다.

 "야 이게 뭐야아"

 "찾는대서 내가 찾았어"

 "고마워"


 여자는 표현이 서툴렀다. 

 그래서 반응이 (생각했던 것보다 약했던게)조금 섭섭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날 밤. 여자에게 문자가 왔다.


 "내가 재작년 크리스마스에 산타할아버지한테 소원빌었거든.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그런데 거짓말처럼 이듬해 크리스마스에 너를 만났고, 너는 이렇게 산타처럼 나에게 선물을 주네? 산타할부지 땡큐"



 -



 한달 뒤. 핸드폰으로 문자가 왔다.


 <고객님이 신청하신 중고책이 입고되었습니다>


홈페이지에는 중고 판매가가 8,000원이라고 적혀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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