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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이 심재철 사태 언급 꺼리는 이유
게시물ID : sisa_111491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유임승차자
추천 : 15/8
조회수 : 2488회
댓글수 : 18개
등록시간 : 2018/10/07 17:07:51
1980년 서울대 총학생회장 심재철도 그랬을 것이다. 그해 6월30일 신군부로부터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을 자백하라 강요받으며 두들겨맞을 때, 그는 선택해야 했다. 재판정에서 심재철은 ‘김대중씨한테 자금을 받았고, 이해찬(당시 서울대 복학생협의회장, 현 더불어민주당 대표)이 김대중 집권을 위한 거리시위를 지시했다’는 취지의 거짓 진술을 했다. 그때 이해찬은 “너 미쳤어? 너 왜 그래!”라며 울부짖었다 한다. 나중에 심재철은 “내가 폭력 앞에 어이없이 무너졌다. 차라리 철저히 무너져서 이제는 일어서지도 말어라”라고 후회의 자술서를 썼다. 감히 돌을 던질 수 없다. 혹독한 고문 앞에서라면 나도 형편없이 무너질 것이다.

그에게 돌을 던질 자격이 있는 이가 없지 않다. ‘내란음모 사건’으로 2년6개월을 복역한 이해찬을 비롯한 학생운동권 출신들이다. 운동권 출신인 김현미 의원(민주당, 국토교통부 장관)은 2004년 심재철을 “가련하고 슬픈 가룟(가리옷) 유다”로 명명했다. 이해찬은 과거 지인들에게 심재철을 가리켜 “변절보다 나쁜 게 훼절(절개나 지조를 깨뜨림)”이라고 말했다 한다. 홀로 변절하는 것은 용서하더라도, 역사의 큰 물길 앞에서 동지들 뜻까지 꺾이도록 한 것만은 용서할 수 없다는 의미겠다. 이해찬과 그 동지들 입장에서 보면 결국 이야기의 끝은 ‘해피엔딩’이 되었지만, 그럼에도 동지의 배신은 돌아보기 힘든 기억일 것이다.

이해찬이 여당 대표가 되어 다시 만난 ‘옛 동지’의 청와대 업무추진비 폭로전 앞에서 침묵에 가까운 태도를 이어가는 데는 그런 이유가 크게 작용한 듯하다. “심재철을 입에 올리기조차 꺼리는 것 같다”는 게 측근들의 설명이다. 그런 그가 내놓은 짧은 평가는 어떤 호된 비판보다 의미심장하다. 그는 “심재철 의원은 제가 잘 아는 사람”이라며 “위법한 사실이 겁이 나서 하는 과잉 행동”이라고 말했다. 압수수색을 당하자 폭로전에 나선 심재철을 보며 이해찬은 38년 전 궁지에 몰리자 무리수를 던진 겁 많은 동지를 기억해낸 것이다. 국회 부의장까지 지낸 5선 의원에게서 겁에 질려 거짓 자백을 한 22살 대학생을 들여다보게 하는 말이다.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864769.html#csidx6152b7245a125b4a4dfa9c3422fe1a7 

이해찬은 “심재철 의원은 제가 잘 아는 사람”이라며 “위법한 사실이 겁이 나서 하는 과잉 행동”이라고 말했다. 압수수색을 당하자 폭로전에 나선 심재철을 보며 이해찬은 38년 전 궁지에 몰리자 무리수를 던진 겁 많은 동지를 기억해낸 것이다. 국회 부의장까지 지낸 5선 의원에게서 겁에 질려 거짓 자백을 한 22살 대학생을 들여다보게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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