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밥 한숟가락도 제대로 안먹고 물로 때운다 삼일 뒤면 미친듯이 뭔가를 먹고 한시간도 되기전에 변기에 모두 토해버리고 밥한그릇만 먹어도 속이 더부룩해지고 당장이라도 뱉어내버리고 싶어서 또 화장실에 간다 집밖 친구들 앞에서는 이만큼 먹어도 배부르다면서 떡볶이 반쪼가리도 못삼킨다 집에 와서는 또 와장창 처먹고 또처먹고 다시 화장실로 직행해 다 토해내고 피쏠린 얼굴로 변기 붙잡고 울어본적도 있고 피토해놓고 덜덜 떨어본적도 있는데 엄마가 대체 왜이러냐고 몇년째냐고 이유라도 물어보자고 하는데 뭐라고 말할수가 없어 내 스스로도 왜 이러는지 모르겠는데 뭐라고 대답해야돼 내가 마음만 먹으면 당장 그만둘수 있다고 장담하던게 벌써 사년째고 누군가 살좀빼야겠다 이 비슷한 소리라도 들리면 당장 기분 우울해지고 죽고싶어지고 집에 가고싶어지고 그렇다고 너 진짜 날씬하다 말랐다 살좀쪄라 이소리 들어도 빈말하는거 같아서 정색하게 되고 진짜 내가 왜 이렇게 사는지 모르겠다 모델들처럼 날씬해지고 싶었던게 아니었는데 그냥 남들한테 정상인 취급받아보고싶었는데 운동해서 살 십몇키로를 빼고 나니까 솔직히 욕심이 생겼어 아니 점점 더 살을 빼고싶었어 운동 안하고 먹은거 토하기만해도 살이 쭉쭉 빠지니까 신기해서 처음 시작해본건데 분명 내잘못인데 남들 원망만 심해지고 당신들만 아니었으면 내가 이렇게까진 안됬을거야 하고있고 엄마가 나보고 미친년이래는데 나도 할말이 없어 근데 솔직히 날 이렇게 미치도록 살을 빼고싶도록 만든게 대체 누군데 남들보다 조금만 더 먹어도 눈치주고 나무라고 앉아있으면 일어나서 뛰어라 운동해라 다그쳤던게 누군데 쪽팔리니까 내 동생이라고 하지말라고 아는척 하지말라고 저만치 앞서 가던게 누군데 집구석에 있으면서 애 이렇게 돼지새끼 될때까지 뭐했냐고 엄마한테 윽박지르던거 아직도 기억해 친척들 앞에서 얜 맨날 먹을거 몰래 숨겨놓고 먹는다고 웃음거리로 만들어놓은게 누군데 옷이 맞는게 없다는 핑계로 맨날 오빠옷 입히고 남의 옷 얻어와서 입히고 그래 나도 알아 뚱뚱한거 잘못한거야 남들보다 많이 먹고 안움직이고 퍼질러 있으니까 이렇게 살찐거지 다 내잘못이지 알아 하지만 살을 뺀 지금도 나는 별로 달라진게 없는거 같아 하루하루 죽지못해 사는건 그때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진게 없어 근데 엄마아빠오빠는 왜 모를까 내가 왜 이지경까지 왔는지 대체 진짜 모르는걸까 남자친구 남들시선 예쁜옷 이런거 때문에 지금 이 지랄하고 있는거 아냐 조금만 살쪄도 그때가 떠올라서 미쳐버릴거같아서 먹고토하고굶고운동하고 하루에 수십번씩 체중재보는거지 친척집 왜 가기싫냐고. 엄마가 그때 친척들 앞에서 온통 나 웃음거리로 만들었잖아 친척들도 마찬가지야 아무리 어린애라고 해도 보기만하면 살이 더쪘네 나중에 시집어떻게 가려고 그러냐 왜 당신들이 쓸데없이 걱정해주는건데 살빼고 나서 당신들한테 살빠졌네 이뻐졌네 얘기들어도 하나도 안기뻣어 오히려 더 화나고 얼굴도 보기싫고해서 친척집가면 반항하듯이 삼일내내 밥도 굶고 물도 안마시고 왔어 이게 단순한 사춘기로 보여? 연예인 몸매 따라가고싶어서 미친 그냥 십대여자애로 보여? 적어도 같이 운동해주는 성의 보이고 누구든 나한테 손가락질하고 돼지라고 놀려도 가족들만큼은 나 안아주고 내가 세상에서 제일 예쁜 동생이다 딸이다 해줬으면 이지경까진 안됐어 제발 나 지금 너무 힘들어 진짜 당장이라도 자살해버리고 싶어 하긴 지금도 이빨 흔들리고 온 뼈 쑤시고 정신 몽롱하고 빈혈때문에 가만히 서있지도 못하는데 얼마 안가서 금방 죽어버릴지도 모르겠네 그럼 차라리 다행일까? 나 진짜 너무 힘들다고 진짜 너무너무너무 힘들다고 엄마아빠 나혼자 아등바등 별지랄 다떨고있는데 이걸 어떻게 멈춰야할지 모르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