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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은 오랫동안 농민의 나라였다'
윤봉길의 농민독본의 첫 문장이다. 급격한 산업사회로 진입하면서 노동자의 나라가 되었지만 어버이연합 회원들에겐 여전히 조선은 농민의 나라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그들의 유전자는 해가 뜨면 일어나 논밭에 나가도록 설계되어 있다. 허리 필 새 없이 고된 노동을 하다가 새참 시간에 마시는 달큰한 막걸리 한 사발이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을 것이다.
농사는 이유불문하고 무조건 짓는 것이다. 땅은 배신하지 않는다. 흘린 땀만큼 수확할 것이다. 그 당연하고도 명료한 진리 앞에선 굳이 노동의 이유나 자아실현과 같은 당위는 필요없다. 인생을 아무리 개차반으로 살았더라도 농사일만 게을리하지 않는다면 모든 것을 용서받을 수 있다. 늙으나 젊으나 농사를 지을 수만 있다면 가장으로서의 권위를 지켜낼 수 있다.
여기 어버이연합 할배들이 막걸리를 마시는 사진을 보라. 그들은 간밤에 누군가 만들어놓은 피켓을 들고 아침 일찍부터 밭으로 나와 농사를 지었다. 손에 힘이 빠지고 다리가 후들거릴 때쯤 (아마도 피켓을 만들어준) 그 누군가 달큰한 막걸리를 새참으로 들고 왔다.
"어이 김씨, 한 잔 들고 하지"
"그려, 언능 한 잔만 마시고 쟁이질 해야겄어"
선 채로 급히 막걸리를 들이키는 모습에서 나는 산업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어버이연합의 안타까운 모습을 엿본다. 피켓 알바는 땅이 없는 자들의 농사인 셈이다. 기자를 폭행했던 것은 농작물에 꼬인 해충을 잡았을 뿐이리라. 자신들이 한 행위가 세상에 어떻게 해석이 되는 줄도 모르고 그저 아침에 일찍 나와 농사만 지은 거다. 조선은 농민의 나라니까. 그렇게 나는 (농촌에는 굉장히 미안한 소리지만) 어버이연합이 시골로 내려가서 진짜 농사를 지으면 모두가 행복할 것이라 믿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