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 글
1화 : Lunokhod, 인류 최초의 바퀴달린 탐사선 이야기
2화 : HST. 인류의 눈이 되다
3화 : Iridium, 이상은 높았으나, 현실은 시궁창 일려나?
들어가며…
저번 시간의 요약
소련이 금성에 꽂혀서 수많은 베네라 탐사선들을 보내다.
사실 개인적으로 소련이 왜 금성에 집착했는지는 잘 모르겠어.
실리적으로 따져보았을 때, 사람이 갈 수 있는 천체를 먼저 탐사하는게 맞겠지.
사람이 간다는 소리는 그저 깃 꽂고 인증샷 찍는게 다가 아니라
훗날 그 곳의 자원들을 이용하겠다는 소리와 같으니까 말이야.
그래서 미국은 금성을 마리너 탐사선으로 깔짝대는 식으로 탐사만 하고
화성과 달 만큼은 총력을 기울여서 탐사를 했지만
소련은 미국과는 다르게 1961년부터 25년간 금성에 수 많은 탐사선을 보내지.
(물론 소련이 달과 화성 탐사에 소홀히 했다는건 아니야.)
복습하는 의미로 금성은 어떤 곳인지 다시 한 번 알아볼게.
질량은 지구의 약 0.8배
대기압은 지구의 90배
대기 구성은 96.5%가 이산화탄소 (나머진 질소 약 3%, 미량의 아르곤, 이산화황, 수증기 등등)
평균 기온은 730K(섭씨로는 457도) - 지구는 287K(섭씨 14도)
공전주기는 약 223일
자전주기는 약 243일 (태양계 행성 중에서는 유일하게 1일이 1년보다 긴 행성)
그야말로 지옥과 같은 행성이야.
이런 지옥의 구덩이로 소련은 4차례나 착륙선을 들이댄거야.
그 중에서 지상에 제대로 착륙한 베네라는 없었어.
전부 불타거나 찌그러져서 폭발했거든.
베네라 7호
베네라 7호의 착륙 모듈
소련은 이에 굴하지 않고 베네라 7호를 준비해.
지난 베네라 4, 5, 6호의 데이터를 기초로 해서 준비된 착륙모듈은, 견딜수 있는 기압이 지구의 180배에 달했어.
재질을 티타늄으로 바꾸고, 구조를 보강했기에 그랬던거야.
내열성도 강화시켜서 섭씨 500도 이상의 기온에도 견딜 수 있게 제작했어.
착륙 방법에도 변화를 주는데,
커다란 낙하산으로 속도를 줄여서 낙하하는 기존의 방식 대신에
작은 낙하산으로 대기에서 머무는 시간을 확 줄여주는 방식을 이용해.
그래서 얻는 이득이 있다면… 지상에 더 빨리 도달할 수 있다는 거지.
어쨌든 베네라 7호는 1970년 8월에 발사에 성공해.
그리고 같은 해 12월 15일 금성에 도착해서 착륙을 시도해.
경향신문 1970년 12월 16일 기사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참조)
경향신문 1970년 12월 17일 기사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참조)
착륙은 그렇게 성공했다고는 보기는 힘들어. 왜냐하면 착륙하는 과정에서 낙하산이 찢어진거야.
그래서 예상한 속도보다 더 빠른 속도로 착륙을 한거지.
(16.5m/s=약 60km/h으로 착륙했다고 해)
그래서 지표에서 10m 떨어진 곳까지 신호를 보내고 교신이 끊겨.
이렇게 다들 실패했다고 생각했지. 솔직히 500kg짜리 쇳덩이가 시속 60km정도의 속도로 떨어지면 박살나는게 당연하겠지.
경향신문 1971년 1월 27일 기사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참조)
하지만 몇 주뒤에 미약한 신호가 잡혔어. 바로 베네라 7호의 착륙 모듈이 보낸 신호였지.
이 신호를 바탕으로 베네라 7호의 착륙모듈의 여정을 추측할 수 있었어.
지표면에 착륙은 성공하지만, 그 충격으로 옆으로 누운 상태로 되었던거야.
안테나는 하늘이 아니라 옆으로 눕혀져 있었고, 그래서 제대로 된 교신이 불가능했지.
하지만 베네라 7호는 착륙후 23분간 작동을 했고, 그 신호가 두꺼운 금성의 대기를 뚫고 지구로 간거지.(도플러 효과)
이렇게 베네라 7호는 인류 최초로 지구외 행성에 연착륙한 인공물체가 되었어.
베네라 7호가 보내온 데이터에는 표면의 기온이 섭씨 475도, 기압은 93기압, 초속 2.5m의 바람이 불고 있다는 사실이 포함되어 있어.
여기까지 온 소련도 진짜 근성이 있었겠지.
베네라 8호
하지만 베네라 7호의 성공에 만족하지 않고 소련은 또 베네라 탐사선을 준비해.
베네라 8호는 베네라 7호와 비슷한 형상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착륙 모듈을 다시 개량해.
지난 7호의 무식하기 그지없던 구조를 좀 더 유연하게 바꾼거야.
7호가 보내온 데이터를 바탕으로, 착륙 모듈을 수정했어.
쉽게 이야기 하면 가벼워 진거지.
가벼워진 만큼 기온, 기압계를 포함해서 광도계, 감마선 분광계, 암모니아 분석계 등의 좀 더 많은 실험장비를 장비하였고
안테나도 기울어진 상태를 대비해서 추가로 준비했어.
베네라 8호 착륙 모듈
1972년 3월 27일. 우주로 떠난 베네라 8호는 같은 해 7월 22일에 금성에 도착하여 착륙 모듈을 내려.
결과는 어땠냐고? 대성공이었지.
베네라 8호는 55분간의 낙하를 무사히 마치고 금성 표면에 착륙하여 50분간 신호를 보내는데 성공했어.
금성에 대한 추가 정보가 있다면… 지질이 화성암으로 되어 있다는 점, 고도에 따라 풍속이 확연하게 다르다는 점 등이 있지.
소련에서 발행한 베네라 8호 발사 기념 우표
낙하산 투하가 인상적이야.
이제 소련은 베네라 탐사선을 그만 두었을까?
아니야.
소련은 좀 더 대담한 계획을 세우기에 이르지.
바로 사진을 찍어보자!였어
베네라 9호,10호
사진 파일명에 신경쓰면 지는거야. 9호부터 14호까지 모양이 다 똑같으니까.
그래서 베네라 9호와 10호가 제작되었지.
베네라 9호부터는 기존의 몰니야 로켓에서 더 강력한 프로톤 로켓으로 발사체를 변경시켜.
이 말은, 좀 더 크고 무거운 물체를 날릴 수 있다는 것이었어.
그래서 베네라 9호와 10호는 기존의 베네라 탐사선과는 다르게 커다랬어.
무게도 베네라 7호가 1,180kg이었던거에 비해, 9호와 10호는 2,300kg로 2배나 되었지.
착륙선의 무게도 660kg으로 훨씬 무거워졌어.
모선에는 적외선 복사계, 자기력계, 광학분광계, 이온검출계 등 다양한 장비를 탑재했고
착륙선에는 수정으로 만든 렌즈가 들어있는 카메라를 포함하여 가속도계와 기압계, 온도계,
탁도계(대기에 얼마나 에어로졸이 있는가 알아보는 장비) 등을 탑재했어.
베네라 9호의 착륙선 제작 사진
옆의 사람 크기로 그 크기를 짐작할 수 있어.
거의 똑같은 베네라 9호와 10호는 각각 1975년 6월 8일과 10일에 발사돼.
베네라 9호와 10호의 이동경로
베네라 9호, 10호의 착륙과정 그림
그리고 같은 해 10월 22일과 25일에 착륙에 성공해.
소련에서 발매한 베네라 9호 착륙 기념 우표
쿠바에서 발행된 베네라 9호 기념 우표
공산권 국가 친목 쩔어요.
이 두 착륙선은 각각 53분, 65분간 다양한 자료를 지구로 전송하는데 성공했어. 사진을 포함해서 말이야.
베네라 9호와 10호 착륙선이 촬영한 금성표면 사진
베네라 9호 모선에서 촬영한 금성 사진
또한 베네라 9호와 10호는 최초로 금성궤도를 돈 인공위성으로도 기록되었지.
여담
기존의 탐사선들은 Flyby(근접 비행)방식으로 통과만 했지, 궤도를 돈건 아니야.
최초의 지구 외 천체의 인공위성은 1966년에 소련의 루나 10호가 달 궤도를 돌았고
최초의 지구 외 행성의 인공위성은 1971년에 미국의 마리너 9호가 화성 궤도를 돌았어.
나머지 베네라 탐사선 이야기는 Part 3에서 다룰려고 해.
글을 기다리는 독자에게 미안하다↗!
뱀발
마이클 패러데이라는 영국의 과학자가 있었어. 그는 전자기학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과학자야.
그런 그에게 이런 썰이 있었다고 해.(구글링 해봐도 진위여부는 잘 모르겠지만)
자기장에 대해 설명하는 패러데이에게 한 고위 관료가 말하길
"저런 걸 어디에 쓰나?"
패러데이 曰
"훗날 당신들이 여기에 세금을 물리게 될 날이 올거요"
그의 예언은 몇 십년 안가서 현실이 되었지.
지금 우주 탐사가 우리 실생활에 도움을 주기는 어려운건 사실이야.
하지만 패러데이의 말대로
먼 훗날에 우리의 자손들이 이러한 발견들을 토대로 발전한 세상에서 살 수 있을거라고 믿고 있어.
뭐 그렇다고.
출처 | http://www.dogdrip.net/82316869 사실 이 글은 제가 개드립넷에 올린 글입니다.(닉넴은 먹이사슬끝판왕) 쓴 글이 그렇게 나쁘지 않아보여서 여기에도 올려봅니다. 구어체로 쓴 점 양해 바랍니다. (꾸벅) 그리고 약간의 내용 수정과 첨가가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