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어떤 모습으로 정치권에 복귀할까. 한동안 한물 간 정치인으로 분류됐던 오 전 시장이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다. 그는 절대강자가 없는 보수진영에서 여전히 차기 대선후보군에 포함돼 있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지난달 27~31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250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신뢰수준 95%에서 표본오차 ±2.0%포인트)에서 오 전 시장은 범보수 정치인 중 유승민 의원(13.5%), 황교안 전 총리(11.9%), 안철수 전 의원(7.8%),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6.2%)에 이어 5위(6.0%)를 차지했다. 대상을 보수층으로만 좁혔을 경우(조사대상 487명, 표본오차 ±4.4%포인트)엔 황교안 전 총리(25.9%)에 이어 2위(9.9%)였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2011년 서울시장 사퇴, 2016년 총선 낙선 등 사실상 7년 넘게 중앙정치 무대에서 공백기가 있었던 정치인으로선 다소 의외의 결과라는 평가가 나왔다.
그는 올 초 바른정당을 탈당했지만 이후 한국당에 입당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6ㆍ13 지방선거때 한국당의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됐으며, 일부 지원 유세에 나서기도 했다. 한국당 중진 상당수도 그를 가리켜 “우리 당의 자산”이라고 말한다. 무엇이 오세훈의 경쟁력일까.
정치권에서는 ‘꼰대답지 않은 보수’ 이미지를 강점으로 꼽는다. 이명박ㆍ박근혜 정부를 거치며 보수는 세대교체에 실패했다. 새로운 인물은 눈에 보이지 않았고, 이념적으로도 냉전ㆍ반공의 틀을 뛰어넘는 새 패러다임을 개발하지 못했다.
그 와중에 이른바 ‘댄디 보수’라 불리는 새로운 보수 스타일을 원하는 대중의 기호에 그나마 부합하는 인사가 오 전 시장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그가 별다른 행보를 보이지 않고 은둔 생활을 했던 게 오히려 구태 정치인이라는 낙인을 비껴가는데 도움이 됐다는 분석도 있다. 일각에선 7년 전 그를 정치무대에서 퇴장시켰던 ‘포퓰리즘 투쟁’이 그를 다시 소환시키는 고리로 작용한다는 진단도 나온다.
2011년 서울시장 재직 당시 그는 민주당이 장악한 시 의회가 밀어붙인 ‘전면 무상급식’에 반대하며 시장직을 걸고 주민투표를 강행했지만, 투표율 저조로 실패했다. ‘보편적 복지’와 ‘선택적 복지’의 프레임 대결에서 패배한 것이다. “이건희 회장 손자까지 밥을 챙겨 줘야 하냐”는 논리보다는 “애들 먹는 밥 갖고 까탈스럽게 구느냐”는 감성이 호소력이 더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로부터 7년이 지나고 무상복지에 대한 비판 여론에 제기되면서 오 전 시장이 기치로 내걸었던 ‘망국적 포퓰리즘 반대’ 주장이 다시 힘을 받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병준 한국당 비대위원장도 지난 7월 중순 취임 초부터 “국가주의ㆍ패권주의ㆍ포퓰리즘이라는 3대 악(惡)과 싸우겠다”고 거듭 천명해 왔다. 임동욱 한국교통대 교수는 “오세훈을 쳐냈던 칼이 결국 돌아와 오세훈의 무기로 장착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 전 시장이 정계에 복귀한다면 내년 초로 예정된 한국당 전당대회 출마가 유력한 시나리오다.
정치 재개 여부에 대해 오 전 시장은 25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주변의 의견을 두루 듣고 있다. 딱히 시기를 말하기는 곤란하다. 중요한 건 ‘나는 무엇을 위해 정치를 하려는 것이며, 지금 시대의 유의미한 정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답을 찾을 수 있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중적 관심에 비해 정작 걸림돌은 당내 곱지 않은 시선이다. 한국당 일부 의원들은 오 전 시장을 “꽃길만 걸으려는 정치인”으로 비판한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한국당 후보가 서울시장으로 선출되기 힘들다는 걸 누가 모르나. 그래도 지도자라면 기꺼이 희생해야 하는데 오 전 시장은 결국 수수방관했다. 그래놓고 다시 당을 기웃거린다?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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