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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databoxold_111116651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베이비파우더
추천 : 0
조회수 : 9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3/04/27 01:25:03

RPG의 캐릭터는 다른 이야기 매체의 캐릭터와 다릅니다. 소설/만화/영화/게임 속의 캐릭터들은, 대부분 완성된 '이야기'(플롯)안에 존재합니다. 하지만 RPG의 캐릭터는 이야기가 시작될 때 만들어지지요. 그래서 정작 플레이에 들어가면 캐릭터가 엇돌거나 다른 캐릭터와 충돌하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그리고 많은 스토리에서 주인공은 1인이지만, RPG 캐릭터들은 모두가 주인공으로 한 팀을 이뤄 활동합니다. 이 점도 RPG 캐릭터를 만들 때 여러모로 고심해야 하는 점 중 하나입니다. 또한 RPG는 캐릭터를 룰을 이용해 수치화된 시트로 표현한다는 점에서도 제법 다릅니다.

이 모든 것은, RPG의 캐릭터는 함께 하는 '플레이'를 위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는 RPG 캐릭터만이 갖는 독특한 측면에서, "RPG 플레이에 좋은 캐릭터"는 어떤 캐릭터인가 살펴보려고 합니다.

성일님의 [TRPG를 해봅시다]의 "좋은 PC는 이렇게 만든다"에서 영감을 얻고, 그 동안 제가 같이 플레이해온 다양한, 훌륭한 동료분들 덕분에 이 글이 나올 수 있었습니다. 일전에 썼던 [RPG 캐릭터의 다층구조](http://www.rpg-session.net/bbs/51736 ), [PC들 통한 플레이 참여의 난점과 한계](http://www.rpg-session.net/bbs/57284 )와도 잇닿는 점이 있으니,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부연할 것은, 이 글은 플레이어 캐릭터(PC)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점입니다. NPC가 지녀야할 미덕은 제법 차이나는 점이 많으니,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0. 좋은 캐릭터는 실제 "플레이"에서 잘 굴러가고 플레이를 흥미진진하게 한다. (대전제)

무엇보다도 우선되는 제 0 원칙은, "RPG 캐릭터는 플레이를 위한 것"이라는 점입니다. 포가튼 렐름의 카리스마 드리즈트 두어덴이든, 캐러비언의 해적 잭 스패로우건, 공각기동대의 쿠사나기 소령이든, "자기 팀에서 실제 진행하는 플레이"에서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다면, RPG 캐릭터로서는 빵점입니다. 그런 캐릭터는 소설/만화/영화/게임의 주인공으론 뛰어날 지 몰라도, RPG 플레이에 그런 식의 "간지"(멋)는 아무 소용 없습니다. RPG에서 좋은 캐릭터는 플레이에서 빛을 발하는 캐릭터입니다.

이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대전제입니다. 아래의 다섯 항목은, 이 대원칙을 뒷받침위해 존재합니다. 즉, 아래 다섯 항목을 따르다 도리어 플레이가 안된다면, '과유불급',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라는 옛말에 비춰보기 바랍니다. "플레이가 재미있다"는 대전제만 이뤄진다면, 아래는 이를 보조할 뿐입니다 (왼손은 거들 뿐?).


1. 좋은 캐릭터는 자기 나름의 해결해야할 과제/갈등/목표가 있습니다. (주제성)

좋은 캐릭터는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습니다. 인물 나름의 과거사와 배경, 다른 이들과 사회와의 관계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뭔가 부딪치고 넘어서야할 나름의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인생이란 게 원래 평탄한 것이 아닐뿐더러, RPG(그리고 다른 이야기 매체)의 주인공이라면 더더욱 뭔가 극복하거나 해결해야할 자신만의 숙제 내지 갈등이두드러집니다.

이런 자기만의 과제는 보통 캐릭터를 제작하면서 은연 중에 들어가게 됩니다. 그 캐릭터로 탐구하고자 하는 "주제"라 고도 할 수 있겠죠. 예를 들어, 드리즈트 같은 경우 드로우 출신이라는 과거를 극복하고 세상에 인정받고 영웅으로 거듭나는 과정이, 그가 짊어진 숙명이지요. [베르세르크]의 가츠 같은 경우는, 통제할 수 없는 분노와 광기를 다스리며 소중한 사람과 미약한 희망을 지켜나가는 것일테고요 (그러고보니 다음 권은 언제나 나오려나...-_-). 무협지의 많은 주인공들은, 보통 자신이 당한 피바람과 배신을 복수하거나, 혹은 그런 과거의 그늘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것일테고요. 잘 살펴보면 어느 이야기의 주인공이나그런 자신만의 숙제를 안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주제가 관객/독자들에게 어필할 때, 더욱 깊이 감정이입하며 전율을 느끼게 되죠.

하지만 그저 캐릭터 고유의 주제..가 있다고 해서 끝이 아닙니다. 캐릭터가 짊어진 과제는 "플레이를 통해" 드러나고 진행되어 결말을 맞아야" 합니다. 아무리 멋진 설정이더라도 플레이에서 빛을 발하지 못하면, 말짱 헛것입니다. 앞선 대원칙을 기억하시겠지요?

캐릭터 고유의 주제는 먼저 배경세계(배경)와 플레이 내용(사건)과 어울려야 합니다. 플레이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캐릭터가 안고 있는 내적 갈등과 상관없다면, 결국 1) 플레이를 우선해 캐릭터가 지닌 잠재된 생명력을 포기하거나, 2) 캐릭터를 살리자고 플레이를 망치게 됩니다. 둘 다 결코 바람직하지 못합니다.

또한 캐릭터가 안고 있는 주제는 다른 PC들과 잘 맞물리면 좋습니다. 보통 캐릭터 주제가 부각되는 플레이는, 그 캐릭터에게만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는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하지만, PC들끼리 서로 주제가 맞물리는 경우는, 동시에 둘 이상의 주인공이 갈등 속에서 서로 빛을 발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주제가 동일해야한다거나, 미리 다 입을 맞춰둬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일관된 배경과 분위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캐릭터끼리 상호작용을 쌓아가면이런 상승작용이 자연스럽게 일어납니다.

제가 마스터링했던 [길드타운 난민대책위] 캠페인(http://rpg2008.tistory.com/ )을 예로 들면,

게렌: 질서와 다수의 이익을 위해 [냉혹]하고 무자비한 행동도 거침없는 자치수비대원 (Lawful Neutral?)
  - 사이코패스를 연상케 하는 잔혹함을 극복하고,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는다 (솔로 탈출=_=).

멜린윈: 비폭력과 따뜻한 포용력으로 난민들의 어려움을 품는 신지기/치료사 (Neutral Good)
  - 난민들을 지켜내며 비폭력으로 난민 문제를 해결할 길을 찾는다.

루카: 질서/체제와 약자를 위한 선 사이에 외줄을 걷는, 뼈대있는 의류공방의 후계자 (Lawful Good)
  - 기존 질서/체제(준법정신)를 지키면서도 난민 문제(동정심)을 해결한다.

레인: 범죄조직의 수장인 아버지를 떠나 과거를 숨기고 뒷골목에서 활약하는 협객/건달. (Chaotic Good)
  - 아버지의 그늘을 벗어나, 과거를 털고 정의롭게 살아갈 길을 찾는다.

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가치관 구분은 임의). 플레이가 진행되며, 게렌의 잔혹한 폭력성과 멜린윈의 평화주의가 서로 충돌하며,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며 변화시켜 갔고요. 루카와 레인도 각자 할아버지/아버지의 그늘을 벗어나, 자신의 이상을 좇는 면에서 어우러졌습니다 (캠페인 엔딩에선, 게렌-멜린윈, 루카-레인 커플링... 우왕 굳ㅋ). PC들이 충돌하는 장면이 많이 나왔고,다들 그런 장면들을 명장면으로 꼽았죠 ("우리끼리 싸우는 게 제일 재밌어!"...). 물론 갈등이 일어나면서도 PC가 완전히결별하게 되는 건, 피날레가 아닌 한 피해야겠죠. ([PC들 통한 플레이 참여의 난점과 한계] http://www.rpg-session.net/bbs/57284 참고)

정리하겠습니다. 캐릭터는 자신만의 과제/주제를 지니고 있을 때 더욱 깊이있고 흥미롭습니다. 단 RPG에서는, 이 캐릭터 고유의 주제가 "플레이"에서 꽃피우고 열매맺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그냥 혼자 소설을 쓰는게 낫습니다. 캐릭터의 주제(Why)가 "플레이" 속에서 잘 어우러지려면, 플레이의 배경/사건/인물과 잘 맞물려야 합니다. 즉, 배경세계(When & Where)와 플레이 내용(What & How)과 어울려야 하고, 가급적 다른 동료 PC들(Who)과도 상승작용을 일으키는 쪽이 바람직합니다.


어느덧 쓰다보니 제법 길어졌네요. 남은 내용은 다음회에 차근차근 풀어가도록 하겠습니다.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것은, 이 모든 것이 늘 "의식적으로" 의도해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지금 그동안 만들었던 캐릭터를꺼내 돌아보세요. 분명히 캐릭터가 안고 있는 과제/갈등/주제가 있었을테고, 그게 캐릭터의 매력 중 상당한 부분을 차지했을것입니다.

그리고 그 캐릭터의 과제가 과연 플레이 속에서 얼마나 반영되고 영향을 끼쳤나 돌아보면어떨까요? 왜 그랬는지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무엇이 문제였을까요? 혹 배경세계나 실제 플레이 내용(시나리오)과 캐릭터가 좀어긋나진 않았는지, 아니면 다른 캐릭터와 어울리지 못했는지. 혹은 공통된 플롯/갈등을 해결하기에만도 벅차서, 개개 캐릭터에게스포트라이트가 주어질 여유가 없었는지.

저도 잘 되었던 적도 있고, 잘 안되었던 적도많습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캐릭터의 주제가 부각되었을 때가 RPG를 하며 가장 즐거웠던 순간들이었던 것 같습니다. 어떻게하면 "보다 즐거운 플레이를 꾸준히 할 수 있을까" 연구해보고, 보다 흥미롭고 신나는 플레이 하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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