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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vs 반전세
게시물ID : economy_1523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Raisonblue
추천 : 2
조회수 : 1864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5/10/22 15:4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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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서울에서 그저그런 월급 받으며 일하는 직장인입니다. 딱히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지도 못했지만 어찌저찌 전세금 정도는 마련하여, 여느 사람들처럼 2년 마다 이곳저곳 떠돌며 살고 있습니다. 매번 짐싸고 풀고하는 일이 힘들고 번거롭지만, 어쩌겠습니까? 십수년 연봉을 그대로 모아야만 살 수 있을 정도로 서울 집값은 높은 상황에 딱히 다른 대책 또한 없으니 그런 수고는 감수해야죠.

작년 말 한 번의 수고라도 덜기위해 전세 계약 연장을 했었습니다. 그러다 뜬금없이 집주인이 집이 팔렸다며 나가야한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여기저기 알아본 바에 따르면 안 나가도 그만이지만 사람 일이 그렇지가 않더군요. 결국 적당한 금액에 합의하고 다시 집을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3년 사이에 전세가가 터무니 없이 올라 같은 아파트임에도 현재 가지고 있는 자금으로는 부족하고 그 금액에 월세를 더해야만 했습니다. 여기서부터 고민이 시작됐습니다. 은행으로부터 전세자금 대출을 받아 전세를 할 것인지, 아니면 가지고 있는 전세금에 매월 월세를 줄 것인지.

우선 드는 생각은 은행에 대출을 받아 전세로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금리도 낮은 상황이고 매월 월세를 내려니 그것도 부담스러웠기 때문입니다. 물론 대출금에 대한 이자비용을 부담해야 하지만 월세보다는 조금 적은 금액이었습니다. 그러나 전세 물량 자체가 너무 부족했고 현 상황에 대한 고민 끝에 결국 추가적인 대출 없이 반전세를 결정했습니다.



이유1. 금리의 인상

전세를 위해 추가적으로 대출하는 금액에 대한 이자비용과 월세를 비교해보니 약 10~20% 정도 월세가 높은 수준으로 예상보다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물론 대출을 받을 필요가 없는 경우 그 차이가 더 커지겠지만 매매가의 80%에 육박하는 전세금을 온전히 다 가지고 있는 경우는 드물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역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대게 월세는 대출금리 보다 1~2% 정도 높은 수준이 아닐까 싶습니다.

올해 중으로 금리의 인상은 없다고 했으나 미국의 금리인상은 꾸준히 언급되었던 것으로 내년 중에는 인상이 실현될 것으로 시장은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상황에서 한국은 지금과 같은 저금리를 고수할 수 만은 없겠죠. 그랬다가는 외화가 썰물처럼 빠져나갈 것이니까요. 몇 퍼센트가 될지는 모르지만 한은은 기준금리를 올릴 수 밖에 없습니다.

금리가 오르면 대출을 낀 전세는 상대적으로 월세보다 적은 비용이 든다는 메리트가 사라지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대출금리는 시장금리와 연동되는 반면 월세는 2년간은 고정으로, 심할 경우 오히려 월세보다 더 많은 비용이 들 수도 있게 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월세가 여전히 대출이자보다 높다 하더라도 그 격차는 줄어들 것이라는 것입니다. 

사실 반전세를 결정한 보다 큰 이유는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부동산 가치는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입니다.



이유2.  부동산 가치의 하락

집을 분양받으면서 대출한 금액을 전세자금으로 상환을 하였건, 세를 놓고 받은 전세금을 다른 곳에 투자를 하였건 간에 집주인이 전세금을 현금으로 들고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봐도 무방합니다. 그렇다보니 신규 세입자가 들어오는 날과 기존 세입자가 나가는 날을 맞춰야하는 일이 발생하는 것이죠. 신규 세입자로부터 받은 전세금을 기존 세입자에게 돌려줘야하니까요. 특히 요근래와 같이 전세금이 꾸준히 오르는 상황에서는 신규 세입자에게 받은 전세금이 기존 세입자에게 돌려줘야 하는 금액보다 많아지게 되는데 일반적으로 그 차익을 현금으로 보유하기보다는 다른 목적으로 사용할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이러한 시스템은 집값이 유지되거나 오르는 경우에는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나 그때가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일단 매매가 하락하기 시작하면 헬게이트가 열리게 됩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현재 서울의 전세는 매매가의 80%를 육박합니다. 매매가가 6억이라면 전세금은 4.5억 선이죠. 현 상황에서 어떠한 이유에서건 경기가 악화되어 부동산에 영향을 미쳤다고 가정해보죠. 이 경우 매매가에서 20%만 빠져도 전세금이 매매가를 초과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세입자 입장에서 전세금에 대한 담보물은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가 유일합니다. 최악의 경우 집주인이 전세금을 돌려줄 수 없으니 배째라고 나오면 시세보다 비싼 가격으로 원치 않은 부동산을 껴안을 수 밖에 없는 것이죠. 그 사이에 법정 다툼으로 인한 피로와 불필요한 지출은 덤이구요. 이러한 경우가 다수가 되지는 않겠지만 분명 있을 수 있는 일이며 경기가 예상보다 악화되거나 부동산 거품이 빠른 속도로 빠지게 되면 적지않게 발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보다 안 좋은 것은 매매가의 하락으로 인해 전세가가 하락하는 경우입니다. 당초 계약 시에는 매매가가 6억, 전세가가 4.5억이었던 아파트가 부동산 가치의 하락으로 매매가가 5억으로 떨어지면 전세금 역시 4억 혹은 그 이하로 낮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부동산 경기의 하락이 진행되면 원금 회수에 대한 위험부담으로 전세를 찾는 세입자들이 반전세 혹은 월세로 돌아설 것이기에 전세금은 더욱 낮아질 것입니다. 뿐만아니라 경기가 악화되면 시중 은행들은 자금의 회수를 최우선으로 하며 그만큼 대출이 어려워져 비싼 전세는 애초에 불가능해지죠.

이 경우 전세금이 오를 때와는 반대로 신규 세입자의 전세금이 기존 세입자의 전세금보다 낮아져 그 차익만큼을 집주인이 부담을 해야합니다. 집주인이 그만큼의 금액을 현금으로 가지고 있다면 다행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대출을 줄이고 자금회수에 나선 은행들로부터 높은 금리의 대출을 받아 기존 세입자에게 돌려줄 수 밖에 없겠죠. 그렇게나마 맡겨둔 전세금을 돌려 받으면 다행이겠지만, 이러저러한 이유로 대출조차 받지 못하면 신규 세입자로부터 받은 전세금만 우선 돌려주고 잔액의 지급은 추후에 지급하겠다고 하는 경우(배를 반만 째는?)도 빈번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결국 법적 다툼으로 이어지면 세입자가 이기겠지만 일단 법원으로 가는 순간 승자없는 게임이 되기 십상입니다.

위의 시나리오는 근저당이 없는 경우를 생각한 것으로 근저당마저 잡혀있다면 더욱 큰 손실을 볼 수 밖에 없겠죠.(애초에 매매가 7억, 근저당 2억이 잡힌 아파트에 6억 전세로 들어간다는 건 미친 짓이니...)  전세권설정, 확정일자 등 법적, 제도적으로 세입자는 보호받을 수 있다는 것 또한 완벽한 대비가 될 수는 없습니다. 사실 그렇게 하지 않고 날인된 계약서만 있어도 이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되기까지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 등이 만만치가 않다는 것이 세입자로서는 상당한 손실인 것이죠.



무한정 커지는 풍선은 없습니다. 계속해서 공기를 불어 넣으면 풍선이 터지는 최악의 경우가 생길 수 있으며, 그러한 사태를 막기 위해서 강제로 공기를 빼야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습니다. 그 시기가 언제일지는 누구도 모르지만 개인적으로 풍선이 충분히 부푼 상태라 생각합니다. 부동산 위기가 오면 전세금으로 집을 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러나 그 돈이 내 손에 있어야 그런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것이지, 누군가의 부채로 쌓아둬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그러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저는 전세가 아닌 반전세를 결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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