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했던 저의 세 번째 시집이 23개월째 출고 정지 처분으로 묶여 있습니다. 누가 가해자이고 누가 피해자인지 명백히 밝혀진 상황에서 문학과지성사는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습니다. 부당한 처사입니다.
제가 알기로는 문지에서 출고 정지 처분을 내린 시집은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가 인정되어 징역 8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배 모 시인의 시집과 제 시집 단 두 권뿐입니다. 수치스럽습니다.
다른 출판사에서 시집을 내면 되지 않느냐고 어떤 분은 말씀을 하십니다. 나쁜 선례를 남기고 싶지 않습니다. 가해자로 지목되었다는 그 자체로 단 이틀만에 '사고'를 내보내고 단 일주일만에 출고 정지 처분으로 시집을 묶어두고, 그 후로 23개월, 출고 정지가 풀리지 않고 있습니다.
문학과지성사에서 내보냈던 사고는 낙인처럼 저의 삶을 내내 뒤따라 다닐 것입니다. 한국일보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판사가 판시했던 것처럼 저 사고는 트위터의 신빙할 수 없는 폭로들만을 바탕으로 내보낸 것입니다. 저 사고는 이제 손 댈 수 없을 지경으로 인터넷 공간에 퍼져 어떻게 할 방법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23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여러 판단들이 나왔고 '사회적 정의와 윤리'에 맞게, 출고 정지를 풀어 다시 시집을 세상으로 풀어주는 게 바로 '사회적 정의와 윤리'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비단 저 하나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일은 얼마든지 재발할 수 있고 소위 '지성'이라는 간판을 내건 출판사가 이러면 안 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수차례 대화도 해봤습니다. 문학과지성사의 입장은 "어쩔 수 없다", "우리의 입장은 똑같다", "정 원한다면 계약 해지를 하라"는 것뿐입니다. 계약을 해지해서 다른 출판사에서 시집을 내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제가 왜 모르겠습니까.
누군가에게는 하찮게 생각되는 '명예'도 누군가에게는 목숨과 같은 것입니다. 출고 정지 처분에 이어 아무런 후속 조치 없이 계약 해지를 한다면 저에게 제기되었던 의혹을 제가 인정하는 꼴밖에 더 되겠습니까. 그럴 수는 없습니다.
문학과지성사에서 내보냈던 '사고'에 대해 후속 사고를 내보내달라는 요청은 하지 않겠습니다. 의혹을 초래했던 책임이라면 책임이겠습니다. 다만, 제기되었던 의혹이 해소된 이 마당에 저의 시집에 대한 출고 정지 처분이 유지되는 것에 대해 강력히 반발합니다. 23개월입니다.
저는 이 출고 정지 처분이 해제될 때까지, 저의 시집이 다시 세상에 나올 수 있을 때까지 단식을 하겠습니다. 물 이외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겠습니다.
문학과지성사에 강력하게 항의합니다. 저의 세 번째 시집 『식물의 밤』에 대한 출고 정지 처분을 해제하고 다시 시집을 세상에 내보내주십시오.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했던 시집의 한 구절로 저의 심정을 대신해서 말씀드립니다.
"차라리 제 목을 치소서"(송찬호, 「강」 중.)
- 박진성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