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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글을 예언하며 밀라노로 유학갔던 오징어 복귀[패션 디자이너 현실]
게시물ID : fashion_17242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chiaro
추천 : 15
조회수 : 2229회
댓글수 : 74개
등록시간 : 2015/10/21 08:58:06
먼저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http://www.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bestofbest&no=122418&s_no=122418&kind=member&page=1&member_kind=bestofbest&mn=405765
 
2년전 유학을 떠나며 당찬포부로 여러분께 성공해서 돌아오리라 떠났던 오유징어 입니다
 
이후 내용은 밝고 즐거운 이야기가 아니니 싫으신 분들은 뒤로가기 눌러주세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결국 유학을 마칠수는 없었습니다 ㅎㅎ
 
세월호 사건 당시 밀라노에서 전시를 열며 글을 올리기도 했었죠
 
나름 즐거운 유학 생활이었습니다
 
정신없었고 힘들었고 많이 외로웠고 계획보다 빨리 돌아왔지만요 ㅎ
 
그 이후로는 사느라 바빴습니다
 
한국에 돌아와서 처음 얻은 직장은 작은 아동복 디자인 회사의 디자이너 였습니다
 
월 130만원에 열심히 굴렀습니다
 
나쁜곳은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사장님도 좋은 분이었고
 
다만 제 이상과 괴리감은 상당했던것 같습니다
 
주말도 제대로 없고 늘상 야근하며 교통비와 식비를 제하면 제 수중에 남는돈은
 
월 90만원이 체 안되었습니다.
 
대한민국의 현실을 머리로 알고있었지만 몸으로 겪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힘들었습니다
 
그 와중에 사랑하는 사람도 생겼습니다
 
일을 어느정도 배운뒤 이직한 회사는 그래픽 디자인 회사였습니다
 
월급은 180만원을 받기로 하고 입사하였습니다
 
회사 사람들이 참 좋아보였습니다
 
한달뒤 제 월급을 30만원 깎으려 했습니다
 
맹세컨데 근태도 좋았고 한달동안 제가 일한 시간은 300시간이 넘습니다.
 
이번에도 퇴사 했습니다.
 
주변에선 말합니다
 
저 정도는 다들 한다고 말합니다
제가 엄살 부린다고 말합니다
제가 열심히 안했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남들 다 이렇게 일한다고 말합니다
 
솔직히 모든걸 내려놓고 싶었고 통장 잔고는 바닥났고
가족과의 사이 까지 틀어져 버렸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제 스스로를 추스르려 여러 방법을 생각해봤고
 
텀블벅 후원으로 상품을 만들어 보려고도 했습니다
 
이 이야기는 하지 않기로 하고
 
제가 경험한 회사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다뤄서 패션디자인 업계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패션 게시판으로 온 이유도 그거고요
 
암담한 내용이나 패션 디자이너를 꿈꾸시는 분들은 너무 마음쓰진 마세요
제 경험일 뿐이니까요
 
회사원으로 일하려 한다면 가장 중요한 문제는 복리 후생과 봉급이 아닐까 합니다
 
패션업계는 사실상 모든 디자인 업계를 통틀어 가장 최악의 업무환경과 봉급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기업 혹은 중견기업이라 팀이 분할되어 있는 경우는 다르지만 보통 중소기업은
디자이너라고 디자인만 하지 않습니다
 
자체 생산 공장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경우가 많기때문에
생산은 모두 외주로 맡겨서 진행합니다
 
원단 역시 동대문 시장을 가장 많이 활용하고
 
규모가 큰 회사의 경우 중국이나 동남아 쪽 공장에서 원단과 생산을 한번에 하지만
그정도 규모의 회사도 여기선 다루지 않겠습니다
 
그정도 회사 디자이너로 있을 정도면 (막내 or 시다 말고)
거의 초 고스팩 혹은 경력이 이미 상당히 많으신 분일겁니다
 
소기업의 경우 신입으로 입사하면
 
디자인 보다는 시장조사, 생산관리, 동대문 원단 샘플링 등 거의 잡일위주로 하게 됩니다
물건이 들어오면 검품이나 박스 나르는건 말할것도 없고요
 
거의 몸쓰는 일입니다
말이좋아 디자이너지 막일이랑 다름없는 힘쓰는 일이 많습니다
 
보통 신입 초봉은 120만원선 입니다
 
보통 주말은 없고 가장 바쁜 시즌 준비기간은 퇴근보다 철야가 많습니다
 
그렇게 내 시간은 하나도 없이 한달을 보내고 월급통장을 바라보면
답답한 미래가 똑바로 쳐다보고 있죠
 
애써 무시하며 계속 일하다 보면
몇개월 뒤에는 온몸이 삐그덕 거립니다
 
디자인과정은 디자인대로 힘들고 그와중에 신경써야 할 일은 많고
 
일례로 업계에서 신입을 새 걸레라고 부릅니다
온갖 자질구레한 뒤치닥거리 덤핑시키고 나면
얼마뒤 그 신입은 정말로 너덜너덜해져 있습니다
 
희망은 그 속에서 업무능력을 향상시키고 공정에대해 배우고 경력을 만들어
신규 회사의 팀장or실장으로 이직하거나
자신의 사업을 시작하는것 뿐입니다
 
디자이너는 소모품입니다
 
한사람에게서 나올수 있는 아이디어는 한계가 있고
그 사람의 디자인 스타일은 크게 변하지 않습니다.
 
어느 회사건 디자이너는 가장 빨리 교체하는 쓰다버리는 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한 회사에서 10년을 일하신 분을 알고있습니다
회사 규모도 업계에서 말하면 알정도로 꾀 큽니다
 
그분의 연봉은 4천만원이 안됩니다
 
4년제 대학을 나오셨고 차장급이십니다.
 
4인 가족의 가장입니다.
 
어느순간 한풀이가 된 글이지만
패션디자이너를 꿈꾸시는 분들이
 
아무것도 모르고 신입으로 들어가 고생만 하다가 꿈을 접는걸 많이 접했습니다
 
저도 여전히 버티기 중이지만
정말 힘든 업계라고 생각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암담해지는 대한민국의 현실을 겁나쌔게 뚜들겨 맞고있는
수많은 청년들중 한 사람일 뿐이라고 위안 삼으며 살아가는 패션 디자이너가
 
지금의 내 모습을 동경하고 있을 아직 시작하지 않은 다른 청년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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