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때 대법원 문건 유출 혐의
대법원 재판 자료를 무단으로 반출한 의혹을 받고 있는 전직 판사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이 세 번째로 기각됐다. 검찰은 10일 이 사실을 공개하면서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발했고, 법원은 "죄가 되지 않는다"고 맞섰다. 대법원 산하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두 기관의 감정싸움이 갈수록 격해지는 양상이다.
영장이 청구된 사람은 2016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고법 부장판사)을 지낸 유모 변호사다. 그는 지난 3월 퇴직하면서 대법원 판결문 초고 등 기밀 문건들을 외부로 갖고 나간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애초 일제 강제징용 재판에 법원행정처가 불법 개입한 의혹에 유 변호사가 연루된 혐의를 수사했었다. 이달 초 그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기 위해 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대부분 기각하고 '대법원 소송 문건 1건'으로만 압수 범위를 제한해 발부했다고 한다. 그런데 지난 5일 유 변호사 사무실에 들어갔다가 문제의 대법원 문건을 발견했다고 한다.
검찰은 곧장 그 문건들을 대상으로 하는 압수수색 영장을 다시 청구했지만 법원은 6일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된다"며 기각했다. 그러자 검찰은 "자료가 파기될 수 있다"며 대법원에 유 변호사를 고발해달라고 요청하면서 압수수색 영장을 또 청구했다. 하지만 법원이 이날 그 영장을 세 번째로 기각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날 오후 7시 장문의 문자 메시지를 기자단에 보내며 반발했다. 검찰 관계자는 "사실 관계를 확정하기 전인 압수수색 단계에서 영장전담판사가 '어떠한 죄도 안 된다'고 단정한 판단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대법원도 2시간 30분쯤 뒤 기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유 변호사가 (검찰이 압수하려던) 출력물을 파쇄했고 컴퓨터 저장장치는 분해해서 버렸다고 밝혀왔다"는 내용이었다. 검찰은 한층 더 격해졌다. 30분 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이러한 증거인멸 행위에 대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정한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증거인멸에 현재 사법부 인사들이 가담했다면 수사를 벌이겠다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