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도가 만선사관에서 어떤 영향을 받은 것은 아닌지 알아보기 위해
만주와 조선의 역사에 대해 어떠한 인식을 가지고 있었는지를 알아야 할 텐데,
자료가 부족하다.
우선 그 일단면이나마 살필 수 있는 자료를 인용해두고자 한다.
(오늘날 쓰이지 않는 옛날 표현이나 오래된 한자어는 요즘의 말로 바꾸어 두었음을 밝힙니다)
- 동아일보 1923.9.28.자 '조선사개강' 기고문 중에서
금일의 조선과 만주와는 지리상 서로 연접하여 있으므로 예로부터 역사상 정치상 군사상 경제 교통상 자못 밀접한 관계를 가졌다.
더욱 고대에 있어서는 만주의 남부와 반도의 북반(北半)은 흔히 동일 족속에 의하여 점거되었었다. 그러므로 금일 정치적 자연경계로
인하는 압록-두만의 두 강은 상대에 있어서는 그다지 종족을 분하고 언어, 습속을 다르게 하는 중요한 천연적 장벽이 아니었었다.
도리어 동일족권 혹은 동일 국가내의 일하천에 불과하였었다.
더욱이 조선이라는 명칭을 상고하여 보더라도 고대의 조선은 금일 조선과 같이 반도만을 지칭함이 아니라 특히 반도의 북반과 만주의 남부를 아울러 일컬었던 것이 분명하다.
(중략)
그러면 지금 만선 양 지방에는 일찍이 어떠한 종족들이 이를 점거하였었느냐?
이 실로 깊은 연구를 요할 것이나, 아직 중국 고사서에 의하여 가장 오래되고, 가장 두드러진 자를 들면 숙신, 예맥과 한(韓)(豻 혹은 馯
이라고도 씀)등의 여러 종족이라 말할 수 있다.
(중략)
그 다음으로 조선인의 선조되는 이상 여러 종족(숙신, 예맥, 한)은 인종학상 대체 어디서 유래된 족속들인가 하는 문제가 일어날 것이다.
(중략)
여하간 금일 조선민족은 매우 오래전에 만주에서 남진하여 반도에 내거한 것이 분명하다.
(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