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려면 방학은 왜 있냐, 추위에 공부하기 힘든 학생들을 배려해 겨울 방학을 공개적으로 하사하더니 그 배려를 똥으로 만든 얼어죽을 방학 보충 수업.
1주일만 쉬고 2주간 방학 보충 수업을 나오라고 할거면, 겨울 방학 1주일 , 단축수업 2주.라고 정직하게 가정통신문을 작성하길 누구한테 건의해야 하나, 생각만 불 같던 내 중학교 2학년.
불 같은 생각을 말로 잘 풀어내지 못하고 혼자 불평만 하고 끝이라서 누가 봐도 나는 얌전하고 순응적이며 성실한 소녀였다.
그 성실함에 부응하기 위해 보충 수업도 열쉼히 출석했는데, 무엇을 배웠는지는 우이독경이라.
레고로 만든 교실에 레고 학생들을 줄 맞춰 꽂아 놓고 교장님은 흐뭇해 하겠지, 우리는 높으신 분들의 업적 수집품에 보탬이 되는 피규어들.
겨울 아침은 이불 뒤집어 쓰고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일어나지 않다가 엄마 스매싱 한 대 맞고 기상해야 제 맛인데, 보충 수업에 성실하기 위해서는 그 짓을 누릴 수가 없었다.
보충 수업 절반쯤 지날 무렵, 드디어 늦잠을 잤다. 아침에 안개가 가득했다. 이 안개가 내 미래구나, 발밑만 겨우 살피며 부랴부랴 뛰었다.
등교 시간은 8시 40분. 수업 시작은 9시 . 내 도착 시간은 8시 50분.
살내화로 갈아 신는데, "평강아 ~~~~" 학교 건물 두 개가 앞뒤로 있고, 그 사이를 구름다리가 연결하고 있다. 구름다리 중간 쯤에서 내 짝 도도와 앞 친구 레레가 손을 흔든다. "평강아 지금 오는 거야?" 안개는 건물 두 개 뒤로 풍성했지만 구름다리는 안개가 없이 맑았다. "나 잤어~~ 수업 시간 다 되었는데? 너네 어디 가~?" 친구들이 가는 방향은 교실 쪽이 아니었다. "우리?" 친구들은 마주 보고 자기들끼리 히히 웃더니 "비밀이야~"하고는 건물 쪽 안개로 들어갔다.
교실은 실내화 갈아 신는 곳 1층 두 번째라 10초만에 튀어 들어갔다. 교실에는 구름다리 친구들이 착하게 앉아 있다. 도도는 엎드려 있고 레레는 만화책 보고 있다. "어? 어떻게 나 보다 더 빨리 왔어?" "뭘?" "아까 구름다리..." "뭐가??" "구름다리에 너네 둘이...앞 건물로 갔잖아." "늦어서 변명하냐? 가방이나 벗어." "너네가 나 불렀잖아!!" "나 독서 중이다, 얘는 취침 중이고."
어???? 어.... 그럼 날 불렀던 걔네는 누구야?? 나의 첫 겨울 보충 수업은 귀신만 주입식으로 가르치고 일방적으로 개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