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라딘은 1137년, 오늘날의 이라크에서 쿠르드족의 귀족 가문에서 태어났다.
쿠르드족은 오늘날 이슬람 세계에서 불행을 겪고 있지만,
바로 그 부족에서 이슬람세계의 구원자이며 명군으로 추앙되는 인물이 나왔다.
살라딘은 십자군 전쟁 때 성전(지하드)을 선포하고 팔레스타인의 기독교 국가를 향한 총공세를 펼친다.
1099년에 제1차 십자군이 무자비한 대량 학살 끝에 예루살렘을 장악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1187년에 살라딘은 그곳을 방어하던 기독교인과 협상을 벌인 끝에 무혈 입성했다.
무슬림 측에서 보자면 무려 88년 만의 감격적인 탈환이었다.
예루살렘을 탈환했을 때,
제1차 십자군이 예루살렘에서 이슬람 교도와 유대 교도들에게 가했던 잔인한 살생과 약탈행위와는 너무나 대조적으로,
살라딘은 살육과 파괴를 철저히 금지시켜 무슬림 병사들에 의한 학살과 폭행이 전혀 일어나지 않게 하였다.
살라딘은 항복의 조건대로 포로들이 몸값을 치르면 풀어주었고, 가난한 자는 그 조건과 상관없이 몸값조차 받지 않았다.
여자들에게는 절대로 손을 대지 못하게 하였으며 지친 여자들과 아이들을 이슬람 군사들이 자기 말에 태우고 가는 일도 생겼다.
그는 참된 용기와 두터운 신앙심을 가진 의로운 전쟁영웅이었다.
그런가 하면 전투 중에 조카가 죽었다고 엉엉 울었고, 아이를 유괴당한 기독교도 어머니의 하소연에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던 소박한 인간애의 소유자였다.
살라딘은 이슬람 세계보다 오히려 유럽에서 더욱 인기를 얻고 오래 기억되었다.
십자군을 소재로 한 여러 낭만적 문학작품에서 살라딘은 종종 리처드 1세의 숙적이면서도 존경할 만한 인물로 묘사되었다.
독일의 작가 레싱의 희곡 <현자 나탄>은 살라딘을 지혜와 관용을 겸비한 전제군주의 모범으로 그리고 있다.
단테의 〈신곡〉에는 소크라테스, 플라톤과 함께 가장 가벼운 벌을 받는 고결한 이교도로 그가 등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