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신사동에 유능한 디자이너가 있다.” 지난해부터 프로야구 안팎에서 들리는 말이다. 신사동에 있는 가로수길은 패션의 거리로 유명하다. 하지만 이 ‘디자이너’는 의사다. 의상을 디자인하지 않는다. 도핑을 위해 약물을 디자인한다. 도핑에서 디자이너는 경기력 향상을 위해 여러 약물을 섞거나 조절하는 이를 가리킨다. 디자이너는 도핑 검사 시기를 예측해 약물의 반감기를 조절해 양성 반응을 피하는 수법을 쓴다. 2007년 미국 스포츠계를 충격에 빠트렸던 ‘발코(BALCO) 스캔들’이 대표적이다. 발코, 즉 베이에이리어연구소는 당시 도핑테스트에서는 검출되지 않는 합성스테로이드 THG를 제조해 배리 본즈 등 유명 스포츠 스타들에게 제공했다 ‘신사동 디자이너’의 실체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관련된 증언이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에이전트는 “지난해부터 관련된 소문을 들었다. 개인 트레이너 일부가 약물을 디자인한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약물을 잘 제조하는 게 트레이너의 능력으로 인정될 정도다. 하지만 의사가 디자인을 한다는 말을 듣고 놀랐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선수가 해당 의사의 고객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에이전트는 “몇몇 선수가 ‘유능한 의사가 있다더라’며 문의를 하기도 했다. 절대 가면 안 된다고 말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