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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여옥님의 간담회 후기
게시물ID : sisa_1105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수령님만세
추천 : 0/6
조회수 : 497회
댓글수 : 10개
등록시간 : 2004/11/09 15:49:10
전여옥 대변인께서 블로그에 남기신 간담회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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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디씨폐인’들을 만났습니다. 
“몸조심하세요”부터 “해당경찰서에서 혹시 몰라 
현장에 간다고 했어요”라는 후배기자의 이야기부터 
다양했습니다.  
“그냥 만나서 이야기하는 건데요”하고 말하면 
“거기 디씨폐인들이 얼마나 극렬한지 몰라요” 
“장난아니예요!” 
다들 저를 걱정해서 제 휴대폰으로,사무실로 
“절대로 혼자 가지말라”며 염려해주셨습니다. 

그러나 저는 조금도 걱정이 되지 않았습니다. 
한 일화가 생각나서였습니다.
-어떤 사람이 길을 너무도 수려하고 
기품이 가득한 사람을 만났답니다. 
그래서 저렇게 좋은 사람이 있을까? 하면서 
누구시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제 이름은 악마입니다”하더랍니다. 

너무도 놀라서 “아니 악마라니-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선하고 멋지고 근사한 분이신지요?”고 이야기했더니 
악마가 말했답니다. 
“누가 내 이야기를 나쁘게 했나부죠?”라고- 

참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는 말입니다. 
우리는 인터넷문화에서 인간의 적나라한 본성을 
만납니다.  
사람이란 참으로 묘한 존재입니다. 
요요마는 “다음에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벌레로 태어나고 싶다”고 했습니다. 인간이라는 것이 
너무 이 철학적인 첼리스트에게 버거웠는지도 모르죠. 
그러나 예술가로서 그의 깊은 사색을 엿보게 하는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인간은 극과 극이죠. 다른 이를 돕고, 가슴아파하고 
대신 목숨을 버리기도 하죠. 반면에 
상처주고 때리고 고문하고 살인하기도 하는 존재지요. 
정말 인간은 알 수 없어요” 

인터넷문화에서 인신공격, 거친 욕설, 
악의에 가득찬 왜곡, 사이버테러를 볼 때마다 
저는 요요마의 말을 생각했습니다. 
인간의 아름다운 한쪽 면이 왜 이 인터넷에서는 
사이버상의 상처와 폭력과 살인으로 나타나는가? 

우리가 만든 이 ‘또 하나의 이 세상’을 
우리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보다 
더 나쁜 인간의 속성으로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은 아닌가? 

제가 이 간담회 제의를 받아들였던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습니다. 
물론 언론에 밝힌 대로 ‘언제 어디서 누구와도 이야기할 수 있다’는 
제 평소 생각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무리 친노 성향이든 반한나라 성향이든 간에 
너와 나, 니 편 내 편식의 편가르기에서 
과감히 벗어나 ‘우리’로서 만나고도 싶었습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이유는 
네티즌은 위 이야기의 악마처럼 거짓 포장된 
‘위악적 존재’가 아닐까-궁금했습니다. 
또한 요요마의 의문처럼 온라인의 인간- 
네티즌에 정말 희망은 있는가-를 알고 싶었습니다. 

저 역시 있는 그대로 모습으로 다가가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해서 
디씨 쪽에서 준다던 사전질문지도 
“안주셔도 괜찮다. 그냥 가겠다”고 했습니다. 
왜냐면 굳이 사전질문에 ‘정답’을 고민하는 것은 
이 간담회에 임하는 바른 모습이 아닌 것 같았습니다. 

간담회에 앞서 KBS라디오에서 제게 인터뷰를 하며 
무슨 전략으로 나가냐고 ‘선정적(?)’으로 물어보더군요. 
그래서 제가 “전략없이 나간다”고 했더니 
“그럼 임기응변으로 하실 건가요?”라고 또 의도적으로 
역시 선정적(?)으로 물어보더군요. 
미리 특정한 의도를 가지고 몰아가는 방송의 요즘 흐름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무척 답답하더군요. 

이런 저런 생각하며 디씨인사이드와의 약속장소에 
도착했습니다.  

일단 직접 가서보니 나쁜 이야기들로 포장된 ‘억울한 악마(?)’들이었습니다. 
젊고 건강하고 활력 넘치는 이들이였습니다. 
보도진도 제가 상상조차 못했을 정도로 많이 모였고 
질문도 많아서 예정시간을 훨씬 넘겨서 저녁 8시반까지 
2시간반에 걸쳐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극렬하고 무서운 디씨폐인들이라고 
오프라인에서는 그 악명(?)이 자자했으나 
직접 얼굴을 맞대고 서로 이야기를 나눴더니 
다들 진지하고 사려깊고 무엇보다도 마음이 열려있는 젊은이들이었습니다. 
“누가 우리 이야길 나쁘게 했군요-”라고 
할 법 했습니다. 

정말 오랜 준비 끝에 나온 질문들이 수없이 쏟아졌습니다. 
행정수도 이전, 한나라당의 여러 가지 문제점, 
궁금한 점, 과연 한나라당은 노무현 대통령의 실정으로 인한 
반사이익만으로 집권이 가능하겠냐는 
날카로운 질문도 있었습니다. 

저는 많은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 나라에 밝은 미래가 있다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지금 한국정치뿐 아니라 우리 사회 문제는 
불안정하고 불확실하고 불신이 가득 차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젊고 활기 있고 신념이 있었고 함께 마주 앉아 
이야기를 들려주고 또 듣고자 했습니다. 
그들에게서 갈수록 편견에 가득 찬 극단과 대립으로 치닫고 있는 
우리 사회의 새로운 미래를 보았습니다. 
그들과 저, 서로서로가 상대에 대해 미리 섣부르게 짐작하고 있던 모습이 아니라 
자그마한 ‘희망의 싹’을 서로 발견했기를 조심스레 기대해봅니다. 

간담을 마치고 각 테이블을 돌며 
맥주를 마시며 자유롭게 이야기했습니다. 
디카사진도 같이 찍고 공식 식순에서 못다 한 이야기들도 많이 나눴습니다. 

참, 선물도 받았습니다. 
저와 유시민 의원, 노회찬 의원 등이 함께 들어있는 
영화 친구 포스터를 패러디한 사진이었습니다. 
한솥밥친구이니 여야 할 것 없이 
싸우지 말고 잘 지내라는 말에서 
조금도 다르지 않는 이 나라 ‘국민들의 뜻’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전 생각했습니다. 

네티즌들은 이 세상을 더 낫게 만들 
힘과 의지와 능력을 갖고 있다고 말입니다. 
그리고 이 또 하나의 세상-온라인을 
더 나은 세상으로 만들기 위해  
우리 모두는 직접 얼굴을 맞대고 ‘오프라인’에서 
자주 만나야 한다고 말입니다. 
아름다운 온라인 세상은 
아름다운 오프라인에서의 만남으로 더욱 성숙해지고 풍성해질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이 자리를 위해 물심양면 애쓴 디씨의 젊은이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누가 이기고 누가 지고가 중요한 자리가 아니었습니다. 
컴퓨터 모니터와 신문 지면과 TV 화면을 넘어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마음을 열고 이야기 나눌 수 있다는 것. 
지금 우리 사회에서 가장 부족하고 간절히 필요한 그것을 
그들 역시 느끼고 있었으며 단순히 느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열정을 바쳐 직접 만들어 나가고 있었습니다. 
더욱 많은 정치인들에게 이러한 자리가 주어지고 
또 많은 것을 함께 느끼고 발견하게 되길 마음 깊이 빌어봅니다. 

2004년 11월 8일 전여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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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이분처럼 말씀을 잘하시는분이 세상천지에 어디있습니까.
개인적으로 유시민은 전여옥 대변인보다 한참 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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